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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장애를 관계와 공감의 관점에서 짚어보는 칼럼

스크린 속 장애와 테크놀로지,

상상 너머의 현실을 톺아보다

장애와 테크놀로지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과 나름의 이용과 충족이라는 관점이 교차한다. 일반 대중 상업 영화에서는 주로 테크놀로지가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애인 주인공을 내세우곤 한다. 이런 영화에도 현실고증이 필요한데, 현실고증이 반드시 ‘진리’는 아닐지라도 장애 현실을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공통 분모는 있어야 할 것이다. 진전된 논의를 위해 긍정과 우려의 시선부터 짚어보고자 한다.

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 특임교수)

영화 속 장애와 테크놀로지, 긍정과 우려 사이

마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영화 ‘아이언맨(Iron Man, 2008)’은 테크놀로지와 장애의 긍정적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매력적인 외모와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데다 군산복합체의 CEO로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폭발 사고로 치명적인 심장 손상을 입게 된다. 이후 몸속 깊이 박힌 금속 파편이 심장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아크 리액터 장치를 몸에 삽입한 채 살아간다. 이러한 보조공학 기술 덕분에 그는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마련하고, 심지어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다소 비약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아크 리액터 장치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그에게 불안 요소이자 핸디캡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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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Iron Ma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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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Gattaca, 1997)〉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담긴 영화 ‘가타카(Gattaca, 1997)’에는 유전자 선택·조작 기술이 등장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으로 완벽한 인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은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피 한 방울로 장애나 미래의 질병 가능성까지 판별하는 사회에서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이들은 ‘비적격자(In-Valid)’라는 하층 계급으로 규정된다. 그런데 기술이 만들어낸 완벽함의 기준은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사람뿐 아니라, 유전자 선택 기술로 태어났더라도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까지 극심한 차별에 놓이게 한다. 이러한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빈센트는 유전적으로 완벽하지만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게 된 제롬의 유전자 샘플을 구입하고, 그의 키에 맞추기 위해 다리뼈를 늘리는 수술까지 감행하며 우주비행사 선발에 응시한다. 다만 기술결정론적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분투를 통해서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미래 기술의 가능성과 현실적 효용

영화 ‘아바타(Avatar, 2009)’에도 하반신 마비 장애인 설정이 등장한다. 제이크 설리(Jake Sully)는 전투 수행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하반신 장애인이 되는데 유전자 선택 조작 기술로 탄생 시킨 판도라 행성 나비종족의 몸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아바타의 정신세계에 접속하면 신체적인 한계를 넘어서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영화는 신경 신호를 매개로 한 보행 보조공학 등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구체적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와 원격 제어 로봇, 생체 신호 제어 기술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장치를 통해 아바타의 신경계와 연결되듯,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파나 신경 신호를 디지털로 분석해 외부의 장치나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생각, 즉 뇌 신호만으로 컴퓨터 화면에 글자를 입력해 메신저나 이메일을 이용하고, 주변의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술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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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Avatar, 2009)〉

보행 장애인이 웨어러블 로봇이나 보조기기, 관절 보조장치 등을 착용하거나 삽입하고, 신경 신호나 뇌파를 통해 이를 제어함으로써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관련 분야에 포함된다.
다만 이러한 기술을 일반 시민들도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특별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기술의 실질적인 효용성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슈퍼히어로나 사용하는 특별한 기기나 장치로 인식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만큼, 누구나 필요에 따라 이러한 보조공학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장애 묘사와 현실 고증

드라마에서는 테크놀로지가 이러한 철학적·실용적 측면보다는 극적인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드라마 ‘제3의 매력(2018)’에서는 지하철 승강장에 수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이수재(양동근)가 등장해 논란이 되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 수동 휠체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수동 휠체어가 주로 입원 환자가 있는 병원 등에서 사용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극 중 전동 휠체어 대신 수동 휠체어를 등장시킨 것은 지하철 승객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인식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었다. 또 이수재가 수동 휠체어를 탄 채 배달된 20kg짜리 쌀 포대를 현관문 밖에서 힘겹게 옮기는 장면도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지체장애인의 주거환경에 설치할 수 있는 현관문 리모컨이나 핸드레일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설은 장애인복지관이나 자립생활센터 등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지원 대상과 조건에 따라 무료 또는 일부 실비 부담으로 설치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부각하려는 의도와 달리, 실제 생활환경에 대한 고증은 다소 미흡했던 셈이다. 오히려 장애인들이 관련 기술과 보조기기를 활용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면, 장애를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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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3의 매력(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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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라이프(2018)〉

그런가 하면 드라마 ‘라이프(2018)’는 ‘제3의 매력’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장애인 예선우(이규형)는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고, 집에는 핸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또한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고 필요한 정보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등 보조공학 기술과 편의시설을 활용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이러한 기술과 시설을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이나 한계까지 함께 보여주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상상을 넘어 장애인의 일상과 사회적 대안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흔히 장애인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휠체어를 등장시키곤 한다. 하지만 드라마 ‘연애박사(2026)’에서는 의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장애인을 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연애를 넘어 일상의 인간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여지도 담아냈다. 유망한 수영선수였지만 골육종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는 보행 기술이 중요한 로봇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적 경험이 로봇 개발 과정에 투영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전공 분야로 로봇 테크놀로지가 등장하고, 그것이 자신의 장애 경험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장애를 누구나 지닐 수 있는 삶의 한계 중 하나로 다루면서, 사랑을 매개로 한 관계의 회복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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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애박사(2026)〉

액션 오락영화처럼 장애인이 영웅이나 초능력자로 거듭나는 설정이라도 장애와 테크놀로지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장애를 극적인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장애인들이 실제 삶에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실의 어려움과 한계를 함께 조명하고, 보다 바람직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까지 이어진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