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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과 장애인 삶의 변화

: 미래 전망과 전제조건

함께 말하다 여백의 시간
글. 김헌식

치매 노인을 돌보는 로봇에서, 마비된 몸을 대신해 움직이는 인공지능까지. 영화는 오래전부터 AI와 장애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해 왔다. 그 상상은 이제 현실의 기술이 되어 일상과 이동, 교육과 노동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중요한 질문은 이제 “가능한가”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일 것인가”이다. <편집자 주>

영화가 보여준 상상
― 돌봄에서 신체 확장까지

영화 속에서 AI와 장애 관련 설정이나 연출은 드문 편인데 몇 편을 영화를 보면 함의는 이끌어낼 수 있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Robot & Frank, 2012)’에서는 치매로 인지 장애에 있는 프랭크가 아들의 선물인 AI로봇을 선물 받으면서 겪게 되는 일을 다룬다. 요리와 청소는 물론 프랭크의 건강관리도 챙기는데 로봇의 잔소리 때문에 프랭크가 곤혹스러워하기도 한다. 어쨌든 장애인 돌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여지가 있다.
AI 기술이 장애인을 돕는 수준에서 벗어나 좀 더 신체적인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장면 연출도 있다. 영화 ‘아바타(Avatar, 2009)’에서 제이크 설리는 미국 해병대 제1수색대대 출신으로 베네수엘라에서 활약을 했지만 척수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다.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비족의 몸과 연결 되어 판도라 행성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떻게 보면 아바타 프로그램은 AI 웨어러블 시스템의 전초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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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경계
― AI가 몸을 대신하다

좀 더 장애인의 신체적인 역량강화를 돕는 역할을 AI가 하는 영화도 있다. 영화 ‘아바타’의 22세기 중반의 외계 행성이 아니라 근(近)미래인 2049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지구의 현실 공간에서 장애인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영화 ‘업그레이드(Upgrade, 2018)’에서는 AI 뇌 이식이 등장한다. 자동차 정비공 그레이 트레이스는 사고와 습격으로 전신마비가 된다. 어느 날 신체 제어 AI '스템(STEM)'을 이식을 받아 자유자재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게 된다. 심지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을 찾아내어 응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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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AI
― 일상과 이동, 접근성의 확장

영화 속 설정만이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도 잘만 활용하면 AI 기술은 장애인의 삶을 좀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 AI 기반의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 AT) 즉 AI의 AT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하면 시청각 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더 강화할 수 있다. AI 기반의 음성인식 기술과 이미지 인식 기술이 도움이 되는데 보는 대신 듣게 화면 해설을 해주고, 이미지 캡셔닝 기술을 통해서 간판이나 안내문, 이정표를 읽어준다. 사물의 색상이나 디자인 그리고 심지어 마주한 사람도 누구인지 인식해 알려준다.
스마트 홈 시스템을 활용해서 가전 기기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보조인의 도움을 덜 받고도 일상생활을 꾸려갈 수 있게 된다. 실내 공간에서 통제와 이동성만이 아니라 실외 공간에서도 통제감을 발휘할 수 있고 이동역량이 커진다. AI 기술에 바탕을 둔 무장애 내비게이션을 통해서 좀 더 나들이나 여행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아울러 각자 장애유형이나 취향에 맞게 무장애 여행지를 소개하고 편의성을 증진시키게 된다.
시각장애인에게도 AI 스마트 글래스가 작동해 사물이나 장애물 정보를 제공한다. 시각 장애인 지팡이는 장애물거리 방향 전환 등 적절한 알림을 통해서 안전한 보행을 가능하게 한다. 수어를 배워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AI 기반 모션 인식 기술을 통해 수어를 비장애인에게 번역 제공하여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수어를 자막으로 보여주고 비장애인의 음성을 수어로 번역해 준다. 해외여행을 나간다고 해도 청각 장애인은 외국어 안내판이나 음식 메뉴를 번역 제공받을 수 있다. 서로 모국어가 다른 청각 장애인들 사이의 소통도 충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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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의 재정의
― 이동·일·문화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 특히 중증 뇌병변이나 척수마비 장애인의 경우에도 AI 기술은 이동의 가능성을 넓힌다.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센서 등 을 적용하여 도움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음성 인식 AI 기술로 동작 제어를 해서 중증장애인도 보조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의 생각만으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특히 스위스 로잔 공과 대학에서 집중 연구하고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은 뇌와 외부 기기 사이의 직접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데 단지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키보드와 마우스, 음성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모두 해당된다.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 즉 뇌파 차이를 분석해 의도를 헤아리고 이를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휄체어 그리고 여러 보장구에 연결하여 작동하도록 하는 원리다. 이러한 기술이 본격화되면 사지 마비인 경우도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이동 보행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AI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발달장애)인들에게 맞춤식으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해 행동 관찰 영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빠른 진단과 각자에게 정확한 맞춤형 교육 계획의 시행과 수립이 가능하다.

가능성에서 권리로
― AI 활용의 조건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은 더 강화된다. 당연하게도 영상이나 이미지 해설 서비스 등을 통해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 나아가 공연과 전시회 관람도 더 원활하게 된다. 문화예술인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AI 이미지 생성 도구나 음성 명령을 통해서 그림과 음악, 영상, 글쓰기 창작이 가능하다. 개인으로 활동할 수 있지만 각 기업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직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아울러 일반적인 일자리 창출도 늘어난다. 휴머노이드 앞 단계로 인간이 로봇 파일럿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원격으로 로봇 서빙이나 접객을 친절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도쿄 니혼바시 분신 로봇 카페에 등장했다. 일본 오리 연구소(Ory Lab)의 사례도 그렇지만, 아바타를 통해서 중증장애인들이 고객 상담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보조공학을 이용해서 일자리를 찾는 것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청각 장애인은 수어 번역 AI 고도화의 언어 데이터 분석 직무를 수행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들은 AI 음성 서비스 콘텐츠의 질적 분석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관점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그 특성을 살려 AI 알고리즘의 검증관이나 많은 디지털 데이터를 체크할 수 있는 AI 데이터 감독관을 할 수 있다. 자폐인 프로그래머가 더 많이 고용될 필요가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AI를 활용해 장애인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복지 지원, 법적 보장이 따라야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AI기기를 접근성에서 멀어지지 않게 해야 하고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무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AI 관련 기술이나 프로그램 기획과 개발, 실행에서 장애인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앞선 전반적인 사항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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