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입김이 선명한 추위의 계절이다. 그만큼 목을 타고 내려가는 따끈한 국물 음식에는 자연스레 애정이 쌓인다. 김우정 대리, 조윤경 대리, 송예진 주임(이하 삼인방)이 설을 앞두고 조금 특별한 떡국에 도전했다. 매년 이즈음이면 어김없이 마주하는 익숙한 메뉴지만, 이번에는 ‘크림’을 곁들였다. 이번 호 오프 타임에서는 이 요리를 통해 자신의, 그리고 서로의 2026년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릇에 담긴 크림 떡국은 김치, 지단 등의 고명으로 더욱 맛깔스러워 보인다.
요리는 처음이라서 ‘긴장 가득’
공유 주방을 들어서는 삼인방의 얼굴엔 긴장의 기색이 역력하다. 종종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그 행위에 ‘요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본 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치마를 두르며 준비를 마치니 몸은 더 뻣뻣해진다. 하지만 모름지기 요리는 즐겁게 해야 하는 것. 급기야 최준석 셰프가 나선다.
“왜 이렇게 엄숙한가요? 긴장 푸시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편안하게 즐겨 주세요. 서로 조금 더 가까워지셔도 됩니다. 즐겁게 해야 더 맛있거든요.”
셰프님의 말에 주방의 분위기가 단번에 풀어졌다. 기다렸다는 듯 즉시 조리대 앞으로 다가섰고, 서로의 간격이 좁혀지기도 했다. 말문이 트이고 ‘와락’ 웃음이 터지면서 주방의 공기는 그렇게 한결 누그러진다.
오늘 도전해 볼 음식은 크림 떡국이다. 비교적 간단한 재료에, 칼을 쓸 일도 별로 없다지만 ‘크림’이라는 단어에 왠지 설렌다.
“크림은 80ml 정도 준비했어요. 육수를 써도 좋지만, 오늘은 집에서도 쉽게 해보실 수 있도록 물을 사용할 거예요. 달걀은 지단으로 부치되 통째로 써도 괜찮지만, 색을 예쁘게 내려면 노른자로만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노른자만으로 예쁜 그림을 내기로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으니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의 조윤경 대리, 송예진 주임, 김우정 대리가 설을 앞두고 조금 특별한 떡국에 도전했다.
탕탕탕탕, 느끼함은 빼고 색은 더하고
오늘의 치트키는 ‘신김치’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싶은 조합이지만,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는 이만한 재료가 없단다. 크림 특유의 풍미도 한층 더 부드럽게 정돈해 준다니 기대가 앞선다.
떡은 약 200그램 정도로 준비됐다. 계란은 노른자만 분리해 지단으로 부쳐둔 뒤, 손질해 준비한 고기를 밑간할 차례다. 원래 간장과 물엿·올리고당·스테비아 등으로 ‘단짠단짠’한 맛을 낸다는데, 셰프님이 추천한 오늘의 비법은 ‘갈아서 만든 배 음료수’다. 볶는 과정에서 더해지는 특유의 향이 한국인에게는 명절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데 제격이라고.
이제 드디어 칼을 잡는다. 쪽파를 송송 썰고, 칼 단면으로 으깬 마늘은 다진다. 홍고추도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그리고 손이 김치를 향하는 찰나, 셰프님의 긴급 지령이 떨어진다.
“절반은 고명으로 다지고, 나머지 절반은 남겨두세요. 있다가 먹을 때 반찬으로 곁들일 거예요. 배즙과 마늘로 느끼한 맛을 잡았지만, 아무래도 김치가 있어야 제대로죠.”
마늘과 버터가 은근히 바탕을 깔고, 고기와 파, 홍고추가 김치와 지단 사이사이에서 색을 더할 예정이다. 밑간해 둔 소고기를 볶으니, 모든 고명 준비가 끝났다.
신김치를 고명으로 얹으면 느끼함을 없애고 크림 특유의 풍미를 한층 더 부드럽게 정돈할 수 있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하얗게 끓는 소리
어느새 눈과 손은 가스레인지 위 냄비로 옮겨진다. 가열된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볶듯 섞어준다. 노란 버터 위에 차분히 쌓인 하얀 가루가 황변하더니 금세 꾸덕해졌다. 이제 물을 넣어 저으면서 끓일 순서다.
다 풀어지면 크림과 연두를 넣어주고 한 번 더 저어 준다.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준비해 둔 떡을 넣고, 서로 달라붙지 않게 국자 바닥으로 살살 풀어가며 3분 정도 더 끓인다.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을 더하고, 국물을 한 숟갈 떠 간을 본다. 부족하다 싶으면 소금은 살짝만.
“고명에 밑간한 고기와 김치가 있다는 걸 기억하셔야 해요. 그릇에 담을 때는 떡을 먼저 건져 산처럼 쌓아주세요. 국물에 잠기지 않아야 고명을 예쁘게 올릴 수 있거든요. 국물은 흐트러지지 않게 주변으로만 둘러 주시면 됩니다.”
식탁에 놓인 ‘모락모락’ 김이 나는 크림 떡국은 눈처럼 하얀 국물과, 우유처럼 부드러운 맛으로 마음까지 유연하게 만들었다. 새해, 성장의 의미를 담아 먹는 이 떡국 한 그릇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이 크림빛 시간이 새로운 한 해를 대하는 마음의 기준이 되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국물의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떡을 넣고, 국자 바닥으로 살살 풀어가며 3분 정도 더 끓인다.

떡국에 쓰는 가래떡은 만들고 자르는 과정에서 표면에 전분 가루가 많이 묻어 있다. 이 전분이 그대로 국물에 들어가면 국물이 탁해지고, 떡끼리 달라붙기 쉽다. 끓이면서 풀어줘도 식감이 뭉툭해지고, 국물의 깔끔한 맛은 흐려진다. 그래서 떡을 끓이기 전에 찬물에 한두 번 가볍게 헹궈 표면의 전분을 씻어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국물이 맑아지고, 떡이 서로 달라붙지 않아 한결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특히 크림 떡국처럼 국물의 색과 질감이 중요한 요리일수록 그 완성도는 이 간단한 과정으로 좌우된다.
Recipe 크림 떡국

- 떡국떡200g
- 물 400ml
- 크림 80ml
- 연두 1t
- 버터 10g
- 밀가루 1~2T
- 계란노른자 1개
- 쪽파 1뿌리
- 간소고기 20g
- 묵은지15g
- 다진마늘1/2t
- 소고기 밑간
- 간장 1/2t
- 배즙1t
- 다진 소고기에 밑간 재료를 섞어 간한 후 볶아준다. 노른자는 터뜨려서 지단을 부쳐서 식혀 둔다.
- 식은 지단을 채 썰어주고 쪽파는 얇게 송송 썰어준다. 묵은지는 겉의 양념을 털어낸 후 다지고, 마늘 또한 다져서 준비해 둔다. 떡국떡은 물에 씻어서 분리해 둔다.
- 냄비를 약불로 가열하며 버터를 녹인 후, 밀가루를 섞어어 주다가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풀어준다. 다 풀어지면 크림과 연두를 넣어주고, 끓어오르면 떡을 넣고 3분 정도 끓여준다. 다진 마늘을 넣으면서 소금으로 살짝 간해준다.
- 그릇에 떡과 국물을 담은 후 소고기, 묵은지, 쪽파, 지단 채를 올려서 마무리한다. 기호에 따라 후추를 넣어 먹는다.
김우정 대리
요리 배우는 게 처음이라, 사실 전날부터 설레었습니다. 사무실 밖에서 동료들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고, 앞으로 더 다양한 음식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 만든 크림떡국을 누군가에게 대접해야 한다면 송정선 부장님께 드리고 싶어요. 제겐 어머니 같은 분이거든요.
조윤경 대리
최근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면서 반찬을 하나씩 만들어보고 있어요. 아직은 낯설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소소한 기쁨이 생겨 요리에 대한 흥미가 더 높아졌죠. 그래서인지 오늘 요리 클래스는 제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우정 대리님, 예진 주임님과 같은 공간에서 요리하며 추억을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