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연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감독은 사비를 들였고,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았으며, 관객은 극장을 찾았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은 그렇게 ‘응원하고 싶은 영화’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남은 것은 묘한 질문이다. 이 영화는 왜, 그토록 많은 주목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도 받지 못했을까. 이번 호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을 통해 영화가 장애인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내는지 살펴본다.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기대와 성공:
제작 미담·흥행·해외 성과·수상 후보까지
연상호 감독의 ‘얼굴(The Ugly)’은 여러모로 반가운 작품이었다. 세계적인 흥행 감독이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작 과정의 어려움은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영화들이 주로 영세하고 마이너 한 독립 영화기 때문에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보였다. 투자 배급사에게서 대중적 흥행이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자,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2억 원의 제작비로 장애인 관련 영화를 만들었다니 치하도 하고 싶었다.
훈훈한 미담은 더 있었다. 배우 박정민 등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했기 때문이다.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거부당한 작품에 감독이 사비를 들이고, 배우들은 노개런티로 참여하는 데다 장애인 관련 영화라니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영화의 성적도 좋았다. 누적 관객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이라 제작비 대비 5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되었다. 저예산 영화에 3주간의 짧은 촬영으로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기록한 ‘얼굴’은 제작비 대비 5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선을 보였는데 2025년 9월 9일 제5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Special Presentations)에서 공개되고 9월 26일에는 북미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 157개국에 선 판매되었다. 연상호 감독의 인지도가 작용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만든 장애 관련 영화가 이렇게 전 세계에 공개된 것은 뿌듯할 수 있었다. 스크린데일리(Screendaily)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선보인 작품을 다루며 연상호 감독의 ‘얼굴’을 “진실을 파헤치는 섬세한 미스터리”라고 평하였고, “비극적 힘을 보여준다(Fort Worth Weekly_Kristian Lin)”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때문인지 2025년 11월 19일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감독상이라는 본상 외에도 남우주연상(박정민), 남우조연상(권해효), 여우조연상(신현빈), 촬영조명상, 미술상, 편집상, 기술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의 20년 동안 품어 만든 영화 ‘어쩔 수가 없다’보다 2개 부문이 적을 뿐이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은 물론이고 그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저예산 영화의 기적이라고 불린 이 작품은 무관의 기적이 되었다. 주연 배우 박정민은 가수 화사와 꾸민 축하 무대 퍼포먼스 때문에 더 화제가 되었을 뿐이다. 해외 선판매 소식이 화제였지만,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이 사비를 들여 만든 ‘얼굴’을 위해 배우 박정민 등은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영화제 수상 실패: 장애인 가해자의 서사 문제
왜 ‘얼굴’은 수상에 실패했을까? 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장애인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장르에 장애인이 등장할 경우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있어도 그것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 바로 스포일러 때문이다. 영화의 범인을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면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영화 ‘얼굴’의 범인을 말하면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바로 드러나기에 많은 관객들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제대로 공유가 되지 않아 관객 수에 따른 매출액 증가가 있었다. 더구나 ‘부산행’ 이후 여러 작품의 흥행감독이라는 인지도와 후광 효과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처음 내용은 흥미로워 보인다. 이 영화는 어머니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아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고 마침내 그 진실을 밝히게 된다. 이 영화에서 일단 반가운 것은 자기 일이 있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점이다. 그것도 평생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했고 사회적 명성과 입지를 갖게 되었다. 그 일은 전각 구체적으로 도장을 파는 장인이었다. 앞을 못 보는데 정교한 도장을 예술적으로 새겨내는 전각 장인 임영규는 매스컴의 주목도 받는다. 그러나 아들의 엄마이자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뭔가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인다. 이런 와중에 40년 전 실종된 임영규의 아내이자, 임동환의 어머니인 정영희의 백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경찰을 통해 전해진다. 신도시 주택 개발지에서 암매장된 채였다. 처음부터 실종이 아니라 살해된 것이었다. 아버지 임영규는 떨떠름해 한다. 어머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들 동환은 어머니가 왜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아내기 위해 어머니의 형제자매를 물론이고 과거에 어머니가 일하던 공장을 찾아가 공장 동료나 상사들에게 소문을 하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알아낸 사실은 아들에게 충격적이고 슬펐고 고통스러웠다. 어머니는 추한 외모 때문에 소외당했고 편견에 시달렸다. 하지만, 불의에는 참지 못해 공장에서 벌어진 성범죄를 묵과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외모 때문에 일어난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편견에 따른 차별과 모멸감을 겪는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에게 정작 남편은 생각하지 못한 행위를 한다. 처음에는 아들 임동환은 어머니 살해범으로 갈등 관계가 지속했던 공장장이 범인이라고 추정하고 병든 노년에 이른 공장장의 거주지에 찾아가 자백을 강요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정영희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남편이자 아이 아빠인 임영규였다. 전각 장인으로 자신의 활동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에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더구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아내가 흉측하다는 다른 이들의 말에 휘둘리고 만다.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고 자학하는 마음이 더 생기고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파괴적인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마지막에 임영규는 기괴한 웃음을 터트리며 사이코패스 같은 표정과 언행을 하기에 이른다. 자신을 정말 사랑했고 헌신했던 아내를 죽이게 되는 과정은 매우 속물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영화 ‘얼굴’에는 정교한 도장을 예술적으로 새겨내는 전각 장인이 등장한다.
비극의 장치가 된 장애, 사라진 인물의 목소리
이러한 설정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단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기 열등감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터에 도장 새기는 일을 위해 아내를 살해한 것은 비극성 강화를 위해 장애인을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얼굴을 못 보기에 이런 비극이 생긴다는 설정 자체가 작위적이고 편견에 차있다. 시각 장애인에게 그 자체로 얼굴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주변 타인의 시선과 주장들에 동조하는 나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더구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인데 말이다. 또한, 주변의 비장애인들을 하나같이 못되게 그렸는데 공장 노동자나 친인척도 마찬가지였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연출이었다. 무엇보다 정영희는 외모 장애를 갖고 있는 인물인데 그 인물의 관점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정영희는 외모 장애가 있어도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고 성실했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갖고 동료들을 대했고 어린 후배들은 보듬거나 아우르기도 했다. 그런 인물이 남편에 의해 살해되는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진일보하거나 대안적이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하나의 미스터리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상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매출액 가성비가 좋아도 말이다. 문화 콘텐츠는 말 그대로 현실을 딛고 이상적인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럴수록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며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얼굴’은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강화하고, 무기력하게 할 뿐이다.
문화 콘텐츠는 말 그대로 현실을 딛고 이상적인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럴수록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며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