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연애 예능의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어울린다. 연애 예능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매우 다양하게 시도되었기 때문이다. SBS 스페셜 ‘내 마음이 몽글몽글 몽글상담소’를 대하니 소재 고갈이 된 것일까, 이제 장애인까지 등장시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막상 열어 보니 애초의 우려와는 좀 달랐다. 다만 생각해 볼 지점은 여전히 있었다.
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 특임교수)
연애라는 언어와 관계의 문법
일단 이 프로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 청춘들의 연애 리얼리티 포맷을 표방했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발달장애 청춘들의 연애를 부각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보통의 청춘들처럼 소개팅을 하며 이성 애인을 찾는 과정을 담은 ‘몽글몽글 몽글상담소’는 제목이 이채롭다. 제목에서 파생한 몽글 씨들이라는 별칭은 소개팅에 나서는 발달장애 청춘들을 가리키는데 순수하고 투명한 캐릭터를 의미한다. 정작 몽글몽글이 아닌 뭉클뭉클 상담소라는 느낌이 들게도 했다. 절실하게 분투하는 모습들이 때로 눈물짓게 해서다. 흐름의 전개나 구성은 단순하다.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상담소장으로 등장해 몽글 씨들이 원하는 이상형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각각 적합할 짝을 매칭 시켜준다. 소개팅 준비 과정이 비교적 자세하게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아울러 주인공 3명의 소개팅 과정을 계속 담는데 이효리-이상순이 사전 편집 영상을 보면서 리액션이나 간단한 느낌과 생각을 곁들인다. 중간중간에 매칭되는 짝이 바뀌면서도 커플을 맺거나 맺지 못하는 최종 결과물을 공유한다. 전체적으로 연애라는 보편적인 관심사를 통해서 비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게 연출했다.
관계를 연습하는 만큼 이해도 커진다
구성의 흐름은 장애인에 국한 되지 않는다. 1회 오지현-이인국 커플에서는 소개팅 이전에 만남에 자체에 대해서 어려움과 힘듦이 있는지 보여주었다. 낯선 경험인 이성과 만나는 자리가 쉽지 않은 점을 공감하게 했다. 모든 것이 훈련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계기에 따라 끊임없는 연습이 이어질 뿐이므로 시행착오를 견디고 배워 나가는 점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러한 점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장애인도 서로 유형에 따라서 다르기에 이를 전제로 한 소통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울 수 있었다. 장애인끼리 소통하는 대화의 자리에서 따로 정상성이라는 개념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오지현-이인국 커플(방송 화면 캡쳐)
아울러 소개팅에는 코칭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2회에서 정지원-송도아 커플은 매너와 테크닉을 넘어서 각자에게 잘 맞는 상대가 누구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사례였다. 또한 자신의 특성과 개성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박준혁-오지현 커플의 예도 그러했다. 물론 데이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이별의 측면도 있었다. 이를 통해 연애가 1회에서 보여진 멜로드라마로 연애를 공부하는 장면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는 현실임을 드러내기도 한다. 3회에서 정지원-송도아 커플은 남이섬 여행길에 나서는 서로 다른 욕구와 의견으로 갈등과 오해가 생기는 연애의 모습을 잘 드러내 주었다. 전소연-유지훈 커플은 식사와 스케이트 장면을 통해서 갈등 상황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하기도 했다. 진행자들이 커플들을 보고 느끼고 각성하는 모습도 의미가 있었다. 예컨대 장점을 보고,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대표적이었다.
정지원-송도아 커플(방송 화면 캡쳐)
박준혁-오지현 커플(방송 화면 캡쳐)
전소연-유지훈 커플(방송 화면 캡쳐)
장애의 경계 너머, 관계 확장성을 기대하다
여기에 더해 좀 더 생각해 볼 점들이 있었다. 장애인들의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 또 다른 오해를 줄 여지가 있었다. 매우 스펙트럼이 넓고 더 중한 상황도 많기 때문인데 8주도 짧지만, 그 시간 동안 이뤄진 내용을 3부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 커플에 더 깊게 집중할 필요도 있었다. 장애인들의 생각과 마음을 좀 더 상세하게 들어 보는 것이 필요했다. 소개팅 준비 과정이나 상황의 전달에만 더 초점을 맞췄는데, 속마음을 들어 보는 인터뷰가 특히 많아야 했다. ‘몽글몽글 상담소’ 운영자가 꼭 비장애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장애인 배우나 셀럽이 진행을 해도 소망스러울 수 있다. 장애인과 장애인만 만나야 한다는 프레임에 대해 유의가 필요하다. 비장애인과 관계 형성도 시도해야 한다. 관계 의존의 한계에 대해서 환기할 필요는 있었다. 연애나 관계 강화가 실존적이고 절대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성친구가 아니어도 친구 관계의 성취도 중요했다. 전반적으로 장애 유형에 따른 의사결정의 모습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격에 따른 것인지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무엇보다 소개팅이라는 형식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긴장되고 경직되며 아울러 상처와 아픔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소개팅 형식으로 이성간 만남을 할 필요는 없다. 좀 더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끄는 방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주인공 남녀성 비율을 2대 2였으면 좋았다. 특히 비장애인의 호기심 위주의 시청보다 장애인들의 실제적인 시청이 많은 프로그램이라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