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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확장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성적 시선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법을 제시하는 칼럼

가을 하늘 아래서

‘핸드사이클’로 한번 뭉칠까요?

두 다리를 잃은 뒤에도 레이싱카와 핸드사이클에 올라 새로운 길을 달렸던 알렉스 자나르디. 그의 이야기는 메달을 향한 도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나 운동을 시작하고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국내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는 늘고 있지만 가까운 시설과 이동 수단, 함께 운동할 기회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장애인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누리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글. 이현옥(장애인스포츠 평론가)

알렉스 자나르디가 남긴 유산

지난 5월 ‘알렉스 자나르디’가 세상을 떠났다. 레이싱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도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전직 F1 드라이버다. 2001년 독일 서킷 대회에서 시속 320km의 고속 충돌 사고로 7번 심정지와 온몸의 피를 75%나 잃는 위독한 상황 끝에 두 다리를 무릎 위까지 절단했으나, 자신의 스포츠 커리어를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패럴림픽 핸드사이클 선수로 완벽히 재기하여 2012년 런던 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총 4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패럴림픽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020년 그는 자선대회를 겸한 핸드사이클 대회 도중 트럭과 충돌하는 또 한 번의 대형 사고를 당해 이후 수년간 재활 치료를 이어가던 중 숨을 거두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시련을 이겨내고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아님을 증명한 전 세계의 귀감”이라며 기렸다.
두 번의 큰 사고를 넘어 수많은 도전을 이어온 알렉스 자나르디는 이제 ‘마지막 레이스’를 마쳤다. 그러나 그가 남긴 삶의 궤적은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과학이 접목된 최첨단 레이싱카를 몰았던 그는 장애인 핸드사이클 선수로 변신해 또 다른 스포츠 세계를 열었다. 자나르디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후 좌절하지 않고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BMW와 손을 잡았는데, BMW 연구진이 특수 제작한 레이싱 카를 타고 다시 레이서로 복귀해 우승까지 했다. 자나르디는 세계적인 레이싱 카 제조사 달라라(Dallara)와도 협업해 장애인 사이클의 기술을 대중화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들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핸드사이클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통해 장애인스포츠용품의 대량 생산과 상용화가 가능해져 생활체육을 즐기는 장애인들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었다. 패럴림픽 스타선수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 장애인 생활체육 저변확대를 위한 스포츠용품을 만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럴림픽이라는 화려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대부분의 장애인 레전드 선수들은 재활체육과 생활체육이라는 단계를 거치고 생활체육 무대에서는 클럽형 스포츠 활동을 통해 자신을 키우고 재단한다. 알렉스 자나르디 역시 그 과정에서 많은 한계와 어려움에 직면함으로써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를 뛰어넘는 장애인용 핸드사이클의 개발과 보급에 열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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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자나르디 ⓒ IPC홈페이지

생활체육 참여 확대와 공공 지원

올해 1월 발표된 ‘2025년 장애인 생활체육실태조사’ 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이 34.8%로 집계됐다.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주 2회 이상(1회당 30분 이상) 집 밖에서 운동하는 장애인 생활체육 완전 실행자 비율이다. 주로 이용하는 운동 장소에 대해서 ‘체육시설’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18.2%였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거리가 가까워서’라는 응답이 38.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시설 이용료가 무료 또는 저렴해서’ 22.8%, ‘전문적인 체육시설이 있어서’ 17.5% 순으로 조사됐다. 행복도 지수를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 유형별로 살펴보면, ‘완전 실행자’의 행복도가 평균 3.39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불완전 실행자’가 평균 3.33점으로 뒤를 이었다. 생활체육 참여 정도가 높은 장애인들이 그렇지 않은 장애인들보다 행복감이 더 높은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의 대부분 답변에서는 운동시설이 높은 비중으로 언급되었다. 또한 생활권 주변에서 앞으로 이용하고 싶은 체육시설이 공공 체육시설-통합 시설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장애인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대표적인 공공 체육시설로 반다비체육센터를 들 수 있다. 반다비체육센터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유산으로 출발하였으며, 시·군·구 단위 생활권 내에서 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하되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는 ‘사회통합형 공공 체육시설’ 조성을 목표로 한다. 반다비체육센터는 지자체 대상 공모를 통해 지속적으로 건립 대상지를 확보해 왔으며, 2025년 하반기 기준 전국 103개소의 건립이 확정되었고 이 중 34개소가 개관되어 운영 중이며 2027년까지 전국 150개소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다비체육센터는 지자체 조례 및 운영지침을 통해 장애인 우선 이용권을 보장하고, 장애인체육지도자를 필수 배치하여 장애인 맞춤형 스포츠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베리어프리 최우수 등급 충족을 권고하고 있다. 반다비체육센터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유지 및 체력 향상 측정을 위한 장애인체력인증센터를 운영하고,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을 지원하는 한편 장애인 공공스포츠클럽을 통합 연계 운영하는 복합시설로 장애인을 품겠다는 계획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은 사업 도입 초기에 저조한 집행률과 가맹 시설 부족 문제를 겪었으나, 지원금 인상과 대상 연령 확대, 가맹점 확충 정책에 따라 예산과 수혜 인원이 2023년 196억 원 연간 1만 4,000명에서 2025년 257억 원 연간 2만 2,000명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스포츠강좌이용권은 월 8만에서 9만 5,000원 수준이던 지원금을 월 11만 원으로 늘리고 지원 기간도 12개월 연중으로 늘려 실질적인 이용 문턱을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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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 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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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 대한장애인체육회

통계 너머에 남아 있는 참여의 장벽

그러나 장애인 체육 참여율이 장애인 생활체육의 실질적인 보편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생활체육 참여율 통계는 ‘주 2회 이상, 1회당 30분 이상’ 운동하는 정기적 참여자만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이미 체육시설을 이용하며 정기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소수의 인원이 전체 통계를 견인하고 있으며 대다수 중증 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은 시작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장애인이 운동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여전히 ‘체육시설까지의 이동 불편’과 ‘집 인근 이용 가능 시설 부족’을 꼽는다. 전국적으로 반다비체육센터가 건립되며 거점 시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집에서 체육센터까지 연결되는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 등 전용 이동 수단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스포츠강좌이용권 예산과 대상이 확대되었음에도 집 근처 민간 체육시설 중 장애인 편의시설과 전문 지도자를 갖춘 가맹점이 부족해 부여받은 이용권을 제때 쓰지 못하는 사례도 지속되고 있다.

분리형 체육을 넘어 통합 체육으로

장애인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은 ‘엘리트 경기력’에서는 세계 최상위권 선진국에 가깝지만, ‘생활체육 기반 및 사회적 통합’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큰 격차가 발생하는 영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 체육’이다. 유럽 선진국은 통합 스포츠 클럽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독일의 경우 별도의 장애인 전용 클럽보다 일반 지역 스포츠 클럽 내에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활동하는 ‘통합 체육’이 생활화되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분리형 체육 위주로 특수학교나 장애인 전용 시설 위주로 체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면이 강하며, 일반 학교 체육 수업에서의 통합 체육 프로그램이나 어릴 때부터 함께 운동하는 문화적 환경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이다. ‘통합 체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장애인 전용 시설 및 프로그램 위주의 분리적 시스템을 넘어 일상 공간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스포츠 문화 조성이 궁극적인 장애인 스포츠 향유권의 완성이라 하겠다.
어릴 때부터 일반 학교 체육 시간에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체육 수업을 활성화하고, 공공스포츠클럽 내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팀 조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이 지역사회 내 체육시설을 이용할 때 비장애인 회원이나 시설 관계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문화적 여건 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장애인 인식개선도는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특히 생활체육 현장에서 운동 잘하는 동료는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생활체육 현장에서 운동을 잘하는 동료가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장애인이 함께 운동할 동료로 자연스럽게 환영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일단 자신의 집근처에 있는 반다비체육센터를 검색하고 스포츠강좌이용권을 신청해 체육시설의 문을 두드려 보자. 그리하여 용품과 프로그램을 지원받는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친구들을 만나 세상의 문을 열어보자. 알렉스 자나르디가 만들어 놓은 탄성 좋은 핸드사이클에 몸을 맡기고 가을하늘 아래서 질주하는 순간은 곧 나의 시간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전문가 필진이 작성한 글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