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윌스토어 송파점
누군가에게는 쓸모를 다한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쁨이 된다. 이 평범하지만 위대한 선순환의 고리 중심에 굿윌스토어 송파점이 있다. 아침 10시 30분,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이웃들의 행렬은 이곳이 지역사회의 사랑방이자 활기찬 일터임을 증명한다. 전국 40여 개의 굿윌스토어 매장 중 압도적인 매출과 물동량을 자랑하는 ‘부동의 1위’ 송파점. 그 화려한 숫자 뒤에는 10년 넘게 푸른 앞치마를 입고 ‘보통의 하루’를 일궈온 숙련된 장애인 직원들의 땀방울이 서려 있다.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곳, 기다림이 배려가 되고 노동이 자부심이 되는 굿윌스토어 송파점의 하루를 세밀히 들여다보며, 이 코너를 통해 장애인고용을 특별한 미담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일상의 구조’로 기록하고, 지속 가능한 일터의 조건을 독자와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고요한 굿윌스토어 송파점 입구, 매일 아침 이곳엔 '보물'을 찾으려는 긴 행렬이 이어진다.
마천로의
아침을 깨우는
기분 좋은 ‘오픈런’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 송파구 마천로 226번지 앞은 이미 진풍경이 펼쳐진다. 굿윌스토어 송파점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른바 ‘오픈런’이다. 매일 아침 직원들의 손길을 거쳐
진열대에 오르는 따끈따끈한 ‘새로운 보물’을 가장 먼저 만나려는 부지런한 이웃들의 발걸음. 이곳 송파점에서는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습관처럼 방문해 하루를 시작하는 어르신부터 엄마 손을 잡고
나들이 온 아이까지, 송파점은 주민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 이상의 정겨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매장 곳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장애인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풍경은 송파점만의 특별한 정서다. 처음에는
서툴고 느린 장애인 직원의 행동에 낯설어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던 주민들도 이제는 이곳만의 ‘의미 있는 속도’를 존중하고 응원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중고 제품 중 새 주인을 만날 만한 가치 있는 상품을 선별하고 다듬는 직원들의 진심 어린 노력을 주민들이 먼저 알아본 덕분이다. 주민들에게 이곳은 ‘보물을 찾아가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장소이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따뜻한 공존의 현장이다.
장애인 직원들의 숙련된 손길은 누군가의 기증품을 누군가의 새로운 기쁨으로 변화시킨다.
‘자선’을 넘어
‘기회’를
만드는 사람들
이 따뜻한 공존의 역사는 120여 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된 ‘자선이 아닌 기회를(Not charity, but a chance)’이라는 철학에 닿아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부산의
한 교회에서 그 첫 씨앗이 뿌려졌고, 2011년 밀알복지재단과 손을 잡고 송파점이 문을 열며 발달장애인에게 특화된 지금의 모델로 성장했다. 14년 전 열 명 남짓이었던 고용 인원이 현재 전국적으로
481명까지 늘어나는 동안, 송파점은 그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자부심의 근간에는 전체 90명의 직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55명의 장애인 직원이 있다. 14년째 기증 센터를 지키는 정해미 씨가 대표적이다. 2012년 입사해 물류 분류 업무를 거쳐 인수증
발행과 전화 응대 등 사무 보조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그는, 이제 후배를 가르칠 만큼 베테랑이 됐다. 과거 여러 일터를 옮겨 다니며 3개월, 6개월 단기 근속에 그쳤던 해미 씨. 그가 이곳
송파점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장애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직무 설계와 안정적인 케어 덕분이다.
특히 굿윌스토어는 모든 장애인 직원에게 입사 첫날부터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한다. 법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가능한 장애인고용의 현실 속에서도, 이들의 노동 가치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정하겠다는 의지다.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당연한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자부심. 그렇기에 이들에게 송파점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 미래를
설계하는 꿈의 공간이다.
굿윌스토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누군가의 내일을 만드는 일터다.
‘동료’가 있어
‘기다려지는 출근’
전국 최고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송파점의 심장부인 물류 작업장에는 전체 장애인 직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인 32명이 근무한다. 이곳에서 기증품은 직원들의 손길을 거쳐 의류, 생활 잡화 등으로 세밀하게
분류되고 상품화하여 매장으로 내려간다. 이 복잡한 공정 속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비결은 비장애인 동료들의 ‘기다림’에 있다. 비장애인 직원들은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장애인 직원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함께 고민하는 든든한 ‘동료’로 존재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비장애인 직원이 직접 처리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일 때가 많다. 아주 간단한 작업에도 장애인 직원에게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파점의 선택은 언제나
‘기다림’이다. 이들이 스스로 업무를 익히고 숙달될 때까지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한다. 설령 완벽하게 익숙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과정 자체가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장임을 잘 알고 있어서다.
이런 배려와 존중 덕분일까. 장애인 직원들에게 출근은 생계 그 이상의 즐거움이다. 비장애인들이 농담처럼 “내일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내뱉을 때도, 이들은 단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휴일이나 연차 날에도 “매장에 나가 일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일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경기도 양평에서 편도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같이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비장애인 직원들이 장애인 직원들의 성실함과 꼼꼼함을 칭찬하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장애를 ‘부족함’으로 보지 않고 서로 다른 ‘속도’로 인정하는 이들의 동료 의식은, 송파점이 전국 1위
매장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이자 조직 문화의 핵심이다.
Goodwill Store의 대표이니셜은 밝게 웃는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한 고민,
보통의 일상이 가진 위대한 가치
오늘날 송파점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남승현 팀장은 새로운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바로 직원들의 고령화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85%에
달할 만큼 안정적인 일터가 되었지만, 성실하게 일해온 장애인 직원들이 현장을 떠나게 될 때 그들의 독립적인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남는다.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저축을 독려하는
것을 넘어, 은퇴 후에도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굿윌스토어가 마주한 다음 단계의 도전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장애인 직원을 채용할 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함께 일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기약 없이 기다림’이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우리가 더 성장하고 매출을 올려야 하는 명확한 이유입니다. 아직 밖에서 기회를 기다리는 더 많은 장애인에게 이 ‘보통의 하루’를 선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후 늦게 업무를 마치고 앞치마를 벗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피로감이 서려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반복일지 모를 이 ‘보통의 하루’가 이들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값진 통로이자 자존감을
지키는 보루다. 월급을 받아 저축하고, 가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며 내일의 출근을 준비하는 소박한 기쁨. 그 기쁨들이 모여 장애인고용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한다. 특별한 기적보다 꾸준한 일상을
꿈꾸는 이들, 그들의 ‘보통의 하루’는 내일도 마천로 226번지에서 활기찬 인사와 함께 어김없이 계속될 것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남승현 팀장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곳이었다면 송파점이 지금 같은 사랑을 받긴 어려웠을 겁니다. 저희의 진짜 경쟁력은 기증품 하나하나를 자식 돌보듯 정성껏 매만지는 우리 직원들의 진심 어린 손길에서 나옵니다.처음 입사했을 땐 눈조차 맞추지 못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능숙하게 후배를 이끄는 베테랑이 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운영자로서 뭉클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평생을 헌신해 온 이들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제가 풀어가야 할 무거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주시는 이웃들을 보며 늘 다짐합니다. 여러분의 가치 있는 소비와 기증이 장애인 직원들에게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서게 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사실을요. 그 소중한 연결의 고리가 끊이지 않도록 저희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