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 국가의 장애인고용의 목표는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일하고 있는가”였다. 그러나 는 이 질문을 바꾸어 놓았다. 단순한 취업 기회의 제공이 아니라, ‘차별 없는 노동시장’, ‘합리적 편의 제공’,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 장애인고용의 ‘질’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비준국가에 대한 를 보면 그 방향이 여실히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 대응하는 각국의 변화 노력도 간단하지 않다. 특히 영국, 독일, 일본 장애인고용정책 변화가 두드러진다.

영국, 장애인고용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과의 임금격차가 크게 나타남
그중 영국은 UN으로부터 날카로운 지적을 받은 나라 중 하나다. 영국에 대해 장애인고용률 상승은 돋보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임금격차와 직무의 질, 그리고 직장 내 합리적 편의 제공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UN 권고 이전부터 와 같은 고용유지·직무조정 지원제도를 수단으로 장애인이 채용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도왔고,
장애인고용률을 높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장애인–비장애인 간
임금격차(disability pay gap)가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고용했는가”에서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국 정책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UN CRPD
제27조의 관점에서 보면, 영국은 고용 ‘양’에서는 진전을 보였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고용의 질이라는 과제 앞에서는 여전히 시험대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 보호작업장에서 일반노동시장으로 실질적인 전이(Transition)는 미흡함
독일 장애인고용은 유난히 ‘전이(Transition)’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보호작업장에서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전이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다. 독일에 대해 UN은 이점을 파고들었다. 독일의 장애인은 주로 보호작업장(WfbM,Werkstätten für behinderte Menschen)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원도 수십 만 명에 이른다. 이 구조 자체가 CRPD 위원회의 주요 비판 대상이 되어 왔다. UN은 최종권고에서 ‘보호작업장에 머무는 구조를 당연시하지 말고, 일반 노동시장으로의 전이를 명확한 정책 목표로 설정하라”고 독일정부를 압박했다. 특히 전이(Transition)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요구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독일 정부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보호고용, 즉 직업재활시설의 장애인들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하고 있으나, 독일은 철저하게 ‘보호고용’을 복지적 프로그램의 하나로 생각할 뿐 ‘임금노동을 목적으로 하는 고용’이라고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호고용을 통해 장애인이 받아 가는 급여는 원화 20여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대부분의 장애인의 소득은 장애인 수당을 보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작업장의 급여는 독일사회에서는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았다. UN도 문제를 삼은 것은 제도가 아니었다. 보호작업장은 보호작업장일 뿐 일반노동시장으로 2% 미만의 매우 낮은 전이율을 문제 삼은 것이다. UN의 평가에 매우 당혹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독일은 이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먼저 일반노동시장의 전이가 잘 안되는 이유를 찾았다. 일반노동시장에 대한 지원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2018년 1월 ‘연방참여법(Bundesteilhabegesetz)’을 개정하고 “장애인을 위한 노동예산”(Budget für Arbeit)을 마련했다. 보호고용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장애인이 일반 기업에 취업할 경우, 임금 보조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치다. 즉, 보호작업장과 일반고용 사이에 제도적 다리를 놓은 것이다.
일본, 형식적인 할당고용제 보다 ‘직장 내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가 더욱 필요함
일본의 ‘직장 내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職場における合理的配慮の提供義務)’란, 장애인이 다른 근로자와 동등하게 채용·배치·승진·근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주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필요한 조정을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를 말한다. 관련하여 일본은 ‘장해자차별해소법(障害者差別解消法)’과 ‘장해자고용촉진법(障害者雇用促進法)’을 개정하였다. 2016년 먼저 공공부문부터 의무화를
시작하여 2024년 민간사업주에게도 법적의무를 전면 적용하였다.
사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의무고용제도(할당제)를 중심으로 장애인고용정책을 펴온 나라다. 기업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담금을 낸다. 이
제도는 장애인고용 인원과 고용률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UN은 일본에 대해 고용률에 대한 문제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고용 구조를 문제 삼았다. 복지형 일자리나
보호고용 즉 직업재활시설에 머무르는 장애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에 장애인고용이 잘 되고 있지 않은 이유로 “장애인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직장 내 합리적 편의 제공이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일본은 제도적 변화를 단행했다. 2024년 4월부터 장애인을 고용하는 민간기업은 장애인고용을 위해 합리적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였다. 의무고용률의 이해보다 직장내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법정 고용률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며,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사례는 CRPD 제27조가 차별금지와 편의 제공을 고용정책의
중심축으로 끌어올리는 힘을 어떻게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지금 세계의 장애인고용은 양적 고용률 상향에서 질 높은 좋은 일자리로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세 나라 영국, 독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분명한 공통점이 드러난다.
첫째, 고용률 중심 정책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단순한 취업자 수 증가는 더 이상 충분한 성과로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된 고용 구조에서 일반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이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보호고용은 ‘종착점’이 아니라 ‘과정’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셋째, 합리적 편의 제공의 실효성이 고용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에게
맞는 합리적인 편의가 제공되지 않으면, 장애인고용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임금격차 논의’, ‘독일의 전환 중심 개혁’, 일본의 ‘합리적 편의 제공 의무화’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제 장애인고용정책은 “얼마나 고용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통합되었는가, 얼마나 존엄하게 노동하고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CRPD 제27조가 각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장애인고용은 복지의 부속물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권 문제라는 점이다. 의무고용제만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권리 중심의 장애인고용을 위해 보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