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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발달장애인훈련센터 삼인방의 특별한 외출

특식으로 준비한 연말 상차림
살사처럼 자유로운 소고기브리또

함께 누리다 힐링 타임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먹을 식(食), 입 구(口)’, 식구란 가족이라는 말의 다른 이름이다. 가족을 혈연이나 친족관계로 한정한다면, 식구란 끼니를 같이 하는 한 공간의 ‘친밀한’ 사람들을 아우른다. 백은지 대리, 박혜원 정신보건사, 김주현 교사(이하 삼인방)는 그런 의미에서 식구다. 종종 출근 가방에 간단한 재료를 챙겨 와, 탕비실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는 이들이 지난 연말 특별한 메뉴에 도전하며 식탁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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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한 끼에 담아보는 마음

요리하는 손은 부드럽고 섬세하다. 누군가의 한 끼를 떠올리는 따듯한 마음이 있고, 불이나 칼과 같은 이면성의 도구를 다룰 때의 안전에 대한 예민함도 있다.
앞치마를 두른 서울남부발달장애인훈련센터 삼인방이 조리대 앞에 서자, 최준석 셰프는 요리에 앞서 점검해야 할 것들을 차분히 짚어 나갔다. 칼을 쥔 손의 각도와 재료를 자를 때 칼이 들어가는 방향, 팬의 가열 정도, 불의 강약을 조절하는 감각까지. 주의사항에 귀를 쫑긋 세운 삼인방은 각자의 동작을 천천히 조정했고, 서로 간의 거리 역시 자연스럽게 맞춰 나갔다. 그사이 소분 포장된 3팩의 재료들도 각자의 앞에 하나씩 놓인다.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브리또다. 브리또란 ‘고기나 강낭콩·치즈 등을 소로 넣어 둥글게 만 또띠아 요리’라고 하지만, 오늘 우리에겐 조금 다른 비법이 있다. 바로, ‘즐겁게’ 요리하고 ‘맛있게’ 먹으며 ‘멋있게’ 남을 추억이면 충분한 나만의 레시피다. 셰프님의 설명에 따라 양념장에 재운 소고기를 볶아두고는, 이제 야채를 다룰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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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손끝에 실리는 리듬

야채를 다질 삼인방의 얼굴이 환해졌다. 요리 경험은 없어도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평생을 봐왔고, ‘커팅’이란 동작 또한,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 행위니까. 그러나 이마저도 규칙이 있단다.
“양파, 피망, 토마토 순으로 손질해 주세요. 색이 옅은 재료를 먼저, 그다음 색이 진하거나 즙이 있어 번질 수 있는 재료 순으로 넘어갑니다. 칼질의 핵심은 ‘힘’이 아니라 ‘결’이에요. 위에서 누르기보다는 앞뒤로 ‘미끄러지듯’ 썰어주세요. 재료는 검지 첫마디가 칼에 살짝 닿을 만큼 잡아 주시고요.”
차분한 설명 덕에 삼인방의 손동작도 정확해졌다. 도마 위에서 양파가 조금씩 잘게 부서지자, 주방엔 알싸한 향이 퍼진다. 매워지는 눈에 눈물이 고이며 웃음이 터지면서도, 칼질은 점점 안정된 리듬을 찾아갔다. 피망은 칼 들어가기 좋은 속살을 위로 향하게 두고 썰었고, 토마토는 중과피와 과육의 경계에 칼집을 넣어 반달처럼 도려낸 후 피 부분을 같은 방법으로 손질했다. 이 모든 것을 소고기와 함께 볶으니, 어느새 소고기브리또의 소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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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브리또, 우리의 친밀도 UP

“이제 또띠아에 소를 올릴 거예요. 반들반들한 면이 위가 되도록 놓아주세요. 원하는 만큼, 그러나 말아 줘야 하니 양을 조절해야 해요. 치즈와 콘도 적당하게 추가해 주시면 됩니다.”
소를 또띠아 위에 올리고 둥글게 말아 올리는 순간은 가장 신중했다. 욕심을 내면 터지고, 조심스러우면 비어 보인다. 적당한 선을 가늠하며 세 사람은 각자의 브리또를 완성해 나갔다. 모양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닮아 있었다. 잘 익은 고기와 채소, 그리고 함께 먹을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
완성된 브리또를 접시에 올려두고 잠시 숨을 고른다. 탕비실은 어느새 소박한 식탁이 되었고,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한 끼를 마주했다. 누군가는 먼저 한 입을 베어 물었으며, 누군가는 사진을 남겼다. 특별한 평가나 거창한 감상 대신, “생각보다 맛있다”는 솔직한 한마디는 함박웃음으로 이어졌다.
식구라는 말이 꼭 혈연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공간에서 끼니를 나누며 서로의 하루를 조금씩 이해해 가는 관계. 연말의 한낮, 세 사람은 그렇게 또 하나의 식구 같은 기억을 식탁 위에 남겼다. 이 작은 요리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맛은 물론이거니와, 아마도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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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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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또의 풍미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소스다. 소로 쓰고 남은 반달 모양의 토마토 과육을 이용해 만든 살사 소스를 곁들이면 고기의 풍미는 한층 살아나고 입안은 훨씬 산뜻해진다.
살사(salsa)란 ‘소스(sauce)’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살사 음악이 “여러 리듬이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는, 다양한 문화를 포함한 장르”라고 하니, 브리또 위의 살사 소스 역시 각기 다른 재료의 맛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소고기 브리또와 야채살사

재료
  • 소불고기거리 100g
  • 밥 70g (햇반 1/3개)
  • 치즈 20g
  • 양파 ¼개
  • 청피망 ½개
  • 토마토 ½개
  • 또띠아 1장
  • 마요네즈 1T
  • 스위트콘 1T
  • 불고기 양념
  • 간장 2T
  • 올리고당 1T
  • 참기름 1T
  • 참깨, 후추 조금
  • 살사 양념
  • 올리브유 1T
  • 소금 1/4t
  • 레몬주스 1/2t
요리순서
  • 불고기 양념을 섞어서 고기와 재워준다.
  • 양파, 피망, 토마토는 다이스로 썰어준다. 토마토 전량, 양파와 피망의 반을 살사양념과 같이 섞어준다.
  • 팬을 달궈서 오일을 살짝 두르고 불고기를 뭉친 부분을 풀어주며 섞어준다. 핏기가 가시면 나머지 양파와 피망을 넣어서 볶아주다 밥을 넣고 잘 볶아준다.
  • 또띠아를 팬에 살짝 구워 따뜻하게 해주고 볶은 불고기볶음밥과 치즈, 스위트콘, 마요네즈 순으로 쌓아서 잘 말아준다.
  • 낮은 온도의 팬에 또띠아의 이음매 부분부터 바삭하게 구워 준다. 바닥면이 구워지면 뒤집어서 똑같이 바삭하게 구워준다.
  • 접시에 반으로 잘라서 살사와 함께 담아준다.
미니 인터뷰

백은지 대리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할 뿐 요리는 어색해요. 그런데 이번 기회에 요리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즐겁게 웃으며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웠습니다. 같이 먹었던 소고기브리또를 직접 만들었으니, 추억도 더 깊어졌어요. 꽉 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합니다. 모두들, 이루고자 하시는 것 다 이루는 2026년 되세요~

김주현 교사
먹는 걸 좋아하지만, 칼이 무서워 요리와 친하지는 않습니다. 빵칼로 가능한 음식만 ‘차리는’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 기회에 칼 사용 방법도 배우고, 이제 요리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근무 하는 이동규 직업훈련상담사님께도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네요. 독자 여러분도 소고기브리또처럼 알차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박혜원 정신보건사
저희는 가끔 비빔밥데이, 김밥데이 등 특별한 점심시간을 갖습니다. 간단한 재료를 가져와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하죠. 최근엔 사무실 근방 음식점에서 소고기브리또를 먹었습니다.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는데, 늘 해주기만 하시는 엄마를 위해 집에서도 만들어 봐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