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프로야구는 총관중 1,2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민 스포츠의 위상을 보여줬다. 시즌 내내 야구장은 매진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 축제의 현장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 휠체어를 타고, 흰 지팡이를 짚고, 보청기를 낀 채 야구장을 찾고 싶은 장애인 팬들이다. 1,200만 관중이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그들의 ‘직관’은 왜 여전히 높은 문턱 앞에 멈춰 있을까.
글. 편집실
전체 좌석의 1%에 못 미치는 장애인석
국내 프로야구 구장별 장애인석 설치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25년 9월 최보윤 의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프로야구장의 장애인석 설치 평균은 약 0.66%가량이다. 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관람장 등)’로 분류된 시설에 대해 정한 최소 기준 ‘전체 관람석의 1% 이상’에 못 미친다. 구장별 편차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전체 1만 6,000석 중 280석(1.75%)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한편,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2만 3,000석 중 고작 14석(0.06%)에 그치는 등 구장별 격차가 최대 30배에 달했다.
| 구단(구장) | 전체 좌석 | 장애인석 | 전체 좌석 중 장애인석 비율 |
|---|---|---|---|
| 키움히어로즈(고척스카이돔) | 16,000 | 280 | 1.75% |
| 기아타이거즈(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 20,500 | 230 | 1.12% |
| NC다이노스(창원NC파크) | 17,893 | 208 | 1.16% |
| 한화이글스(대전한화생명볼파크) | 17,000 | 200 | 1.18% |
| ktwiz(수원 ktwiz파크) | 18,700 | 82 | 0.44% |
| 삼성라이온즈(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 24,000 | 65 | 0.27% |
| 삼성라이온즈(포항야구장) | 12,120 | 40 | 0.33% |
| LG트윈스(잠실야구장) | 23,750 | 36 | 0.15% |
| 두산베어스(잠실야구장) | 23,750 | 36 | 0.15% |
| 롯데자이언츠(사직야구장) | 23,079 | 28 | 0.12% |
| SSG랜더스(인천SSG랜더스필드) | 23,000 | 14 | 0.06% |
| 평균 | 0.66% |
〈표〉 프로야구 경기장 장애인석 현황(출처: 최보윤 의원실, 중앙일보 2025.9.18. 보도에서 인용)
예매부터 관람까지, 개선되지 않는 장애인 배려 환경
장애인 야구팬들이 겪는 어려움은 좌석 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매 단계부터 장벽이 시작된다. 2025년 10월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10개 구단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alt text)를 지원하는 곳은 4곳에 불과했다. 2024년 기준 장애인석 평균 예매율은 33.41%로, 일반석(74.7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22년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 규정하며, 현장 판매 창구 개설과 온라인 예매의 웹 접근성 보장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권고는 아직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경기장 내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 예컨대 잠실야구장은 2024년 10월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조사 당시, 장애인 화장실 일부가 물품 창고로 사용되는 점, 휠체어 이동 동선의 점자블록이 시공 불량 상태라는 점 등을 지적받은 바 있다. 2025년 개장한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휠체어석 일부가 비장애인석 뒤편에 배치돼, 앞줄 관중이 일어서면 경기를 볼 수 없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휠체어석과 일반석 사이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 시야 가림은 물론 안전 문제가 지적된 것이다. 다만 대전시와 한화이글스는 이후 개선에 착수해 2026년 2월 현재 1층 장애인석 재배치 등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현장 환경 문제는 개별 구장의 노력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인 팬들은 왜 야구장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야에서 경기를 즐기기 어려울까.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설 분류에 핵심이 있다고 지적한다. 야구장이 ‘운동시설’로 분류되느냐, ‘문화 및 집회시설’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법적 의무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처럼 후자로 분류돼 법적 의무가 적용되는 구장이 있는 반면, 잠실야구장이나 사직야구장처럼 운동시설로 분류된 구장은 그 의무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같은 프로스포츠 경기장임에도 지자체 판단에 따라 구장별 적용 기준이 제각각인 셈이다. 이런 행정적 미비는 장애인 팬들의 관람 기회를 제한하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야구장 내에서 장애인 팬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야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법률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다. 현재 야구장의 시설 분류가 지자체마다 달라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제각각인 상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스포츠 경기장에는 시설 분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접근성 기준을 적용하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매 시스템의 웹 접근성 확보도 시급하다. 대체 텍스트 제공, 키보드만으로 예매가 가능한 인터페이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화 예매 창구 등 다양한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휠체어석과 동반자석의 동시 예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장애인석 예매 정보를 구단 홈페이지에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현장 운영 측면에서는 휠체어석의 시야 확보를 위한 구조적 개선, 안전 펜스 설치, 안전관리 요원 배치 등이 필요하다. 장애인 화장실의 본래 용도 준수, 이동 경로 내 장애물 제거, 장애인 전용 출입구의 명확한 안내 등 기본적인 운영 매뉴얼도 마련돼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령 정비는 물론 현장 운영 개선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응원하는 그날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2025년 12월 「제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 계획(’25~’29)」을 수립하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실태 개선책을 제시했다. 특히 ‘적정 설치율(법적 기준에 맞게 제대로 설치되었는지)’을 강조하고, 스포츠 경기장의 장애인 관람석 정비를 구체적 과제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야구장 휠체어석의 시야 확보, 동반자석 배치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조계 출신의 후천적 장애인인 최보윤 의원 역시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프로스포츠는 사회통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라며, “단순히 장애인석 숫자를 맞추는 데 그치지 말고 장애인 관람객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통합의 장’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1,200만 관중 시대의 함성 속에 장애인 팬도 함께 있어야 한다.
야구장은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모여 기쁨과 긴장을 나누는 공공 문화 공간이다. 장애인에게도 야구장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좌석과 동선, 동반 관람 환경을 갖추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것은 배려가 아니라 기본권의 문제다. 휠체어에 앉은 팬도, 보청기를 낀 팬도, 발달장애 자녀의 손을 잡은 가족도 같은 시야에서 같은 함성을 나누는 날. 그 풍경이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 김철진,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관중석 늘리나?…공사는 증축 아닌 장애인석 환경 개선」, TJB, 2026.2.2.
-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2026년 1월 2일 시행)
- 장애인권익지원과, 「제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 계획('25~'29)」, 보건복지부, 2025.12.24.
- 강성수, 「프로야구 1,200만 관중…장애인 팬 “우리 자리는 없어요”」, 아시아경제, 2025.10.8.
- 정중훈, 「프로야구 구장 장애인석 설치율 최대 30배차…1위 고척돔, 꼴찌는」, 중앙일보, 2025.9.18.
- 이호정,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 지체·시각장애인 야구관람은 “장벽”」, 더인디고, 2024.10.15.
- 광주인권사무소, 「야구 입장권 판매 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202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