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 편집 경험이 없어도 숏폼을 완성한다. 이런 흐름을 따라 ‘AI 콘텐츠 에디터’라는 새로운 직무가 생겼다. AI 도구를 활용해 채용 브랜딩과 사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역할이다. 물리적 제약보다 디지털 역량과 창의성이 핵심인 이 직무는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설계한 이 직무의 구조와 의미를 들여다봤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AI로 설계한 새로운 일자리
스마일게이트는 2002년에 설립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을 넘어 스토리·캐릭터·세계관·e스포츠·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브랜드 자산을 확장해 왔다. 전 세계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경쟁력 있는 품질과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기반으로 폭넓은 팬층을 구축해 온 회사다. 최근에는 각 IP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와 브랜드 전략을 고도화하고, 유저 접점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손잡고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모델을 설계했으며, 그 중심에는 ‘AI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무가 있다.
AI 콘텐츠 에디터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텍스트·이미지·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직무다. 채용공고 카드뉴스, 회사 소개 블로그 포스팅, 사내 행사 영상 등 조직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채널에 게시한다.
핵심은 ‘AI와의 협업’이다. 콘텐츠의 주제와 방향을 정한 뒤, AI에게 적절한 프롬프트를 입력해 초안을 생성한다. AI가 만든 텍스트와 이미지를 검토하고, 조직의 ‘톤 앤 매너’에 맞게 다듬어 최종 결과물을 완성한다. 전문 디자이너나 영상 편집자의 고급 스킬이 없더라도 AI 도구를 다루는 역량과 콘텐츠에 대한 감각만 있다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무개발사업을 통해 체계화된 이 직무는 ▲콘텐츠 기획안 작성 ▲자료 촬영 ▲제작 자료 준비 ▲블로그 콘텐츠 제작 ▲시각 콘텐츠 및 홍보물 제작 ▲영상 콘텐츠 제작 ▲채널 업로드 및 게시 등 7개 책무로 구성된다.
게임을 넘어 스토리·캐릭터·세계관·e스포츠·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브랜드 자산을 확장해 온 스마일게이트의 라운지
직무 탄생의 배경: AI가 낮춘 진입장벽
AI 콘텐츠 에디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변화에 있다. 최근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콘텐츠 제작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편집, 자막 생성, 기초 디자인처럼 반복적이고 체계화된 작업은 AI의 보조를 통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직무 전문성의 장벽이 낮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변화를 장애인 고용과 연결한 곳이 바로 스마일게이트다. 스마일게이트 인재영입팀은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채용 브랜딩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여기에 다양한 근무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형태를 더해, 장애인 고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새로운 역할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AI 콘텐츠 에디터의 근무 형태에 대한 발표 모습
장애인 근로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
AI 콘텐츠 에디터가 장애인 적합 직무로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물리적 제약이 적다. 업무 대부분이 PC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와 결합하기 쉽다. 이동이 어렵거나 특정 시간대에 집중이 어려운 장애 특성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신체적 리듬에 맞춰 일할 수 있다.
둘째, AI는 콘텐츠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의 전문 기술이 없어도, AI 도구를 활용하면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기획력과, AI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다.
셋째, 단계별 성장 경로가 설계되어 있다. 공단과 스마일게이트가 함께 만든 직무 로드맵에 따르면, 1수준에서는 자료 촬영, 촬영 자료 정리, 채널 업로드처럼 비교적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한다. 2수준에서는 AI를 활용한 블로그·시각·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확장하고, 3수준에서는 콘텐츠 기획안 작성까지 담당하게 된다. 입사 후 바로 모든 업무를 맡는 것이 아니라, 역량에 따라 점진적으로 책임 범위를 넓혀가는 구조다.
실제 업무 흐름은 이렇다. 먼저 홍보가 필요한 채용 소식이나 회사 이슈를 확인한다. 관련 자료와 기존 콘텐츠를 검토한 뒤, 생성형 AI 도구로 초안을 작성한다. AI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기존 사진을 편집해 시각 요소를 보완하고, 실무 담당자와 ‘톤 앤 매너’를 조정하며 최종 콘텐츠를 완성한다. 채용공고처럼 반복적으로 생성되는 콘텐츠는 AI 기반 템플릿으로 자동화하기도 한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누가 합류하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AI 결과물은 사용자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으므로, AI가 참고할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브랜드 메시지 점검 과정을 표준화해 시행착오를 줄였다.
AI 콘텐츠 에디터의 안정적 업무 환경을 위해 회의 중인 직원들
현황과 비전: 첫 시도, 그리고 확산 가능성
AI 콘텐츠 에디터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스마일게이트는 우선 이 직무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운영 경험을 쌓으며 내부 수요를 확인하고, 활용 범위나 인원을 점진적으로 넓혀갈 수 있을지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이 직무가 갖는 의미는 스마일게이트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5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에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사업의 대표 사례로 수록되기도 했다. 공단은 직무디자인 컨설팅을 통해 7개 책무로 구성된 직무 모형도와 단계별 성장 로드맵을 함께 설계했다. 이 모델이 다른 기업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직무기술서와 매뉴얼 영상까지 제작·보급하고 있다.
AI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콘텐츠 제작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인재영입팀은 “전문성보다 열린 마음으로 학습하고 시도해보려는 태도가 이 직무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자기 업무에 맞는 활용법을 찾아가는 자세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AI 콘텐츠 에디터는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직무다. 동시에,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직무이기도 하다. 이 실험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가 낮춘 문턱 위에서, 새로운 일터의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수연 과장 (인재영입팀)
스마일게이트 조직문화의 핵심 가치는 ‘소통·공유·이해’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일의 목표와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와 열린 협업을 통해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열정과 사명감을 지닌 인재가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고 주도적으로 도전하는 태도야말로 스마일게이트가 글로벌 IP 명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같은 맥락에서, ‘AI 콘텐츠 에디터’ 역시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회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