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일터의 하루
장애인의 일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

일과 삶이 맞닿는 꿈의 터 ‘톡톡이네’

‘가능성’이 일상으로 자리 잡는 곳

분주한 산업 현장 속에서 조금 다른 결의 리듬이 흐르는 이곳은 발달장애인 스물두 명의 톡톡한 역할이 빛을 발하는 곳이다. 누군가는 클러스터 관리팀에 소속되어 전시장과 사무 공간의 청결을 책임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카페와 무인 편의점에서 일상의 편의를 채운다. 인포데스크에서 클러스터의 첫인상을 맡아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 또한 이들의 몫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스팀 세차 업무까지 더해지며 일의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톡톡이네’를 지난 4월 찾았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가능성’에서 출발한 톡톡한 일터

높은 층고에 환한 통창이 들어선 공간에는 부드러운 빛이 고르게 번지고 있었다. 탁 트인 로비 한가운데, 둥글게 모여 앉은 이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같은 옷을 맞춰 입은 모습 위로는 어색함보다 익숙한 편안함이 먼저 읽힌다. 이곳의 하루는 그렇게, 서로의 자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호흡 속에서 차분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톡톡이네는 ㈜서플러스글로벌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다. 모기업이 오랜 기간 발달장애 가족 지원사업을 이어오며 확인한 것은 분명했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는 점이다.

사진 이미지
사진 이미지

톡톡이네의 직원들과 현판

이러한 인식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직접 설계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톡톡이네는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내에서 시설관리, 카페와 무인 편의점 운영, 스팀세차, 도서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운영하며 하나의 ‘일터’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 조아라 이사의 말이다.
“눈에 띄는 파란색 바닥이 이곳 공장의 동선을 구분하는 통로예요. 세 명의 직원이 구간의 청소를 맡고 있죠. 같은 규모의 공간이 네 개의 층에 이르지만, 하루 안에 충분히 관리 가능해요. 공단의 지원으로 마련된 장비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 삶으로 연결되는 일상

톡톡이네의 하루는 간단한 TBM(Tool Box Meeting)으로 시작된다. 말하자면, 직무별 매니저와 근로자들이 함께 모여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컨디션을 살피며 당일 업무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짧은 대화 속에서 긴장을 풀고 당일 업무를 체크하며, 각자의 역할을 차분히 준비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이후 오전 작업은 자연스럽게 현장으로 흩어지면서 시작된다.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내 전시장과 사무 공간을 정돈하는 손길이 분주해지고, 카페에서는 음료를 준비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무인 편의점 점검과 스팀세차 예약 접수도 동시에 진행된다. 매니저와 직무코치의 안내 속에서 동료 간 협력은 일상의 흐름처럼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그렇듯 톡톡한 하루를 일궈내는 직원들에 대한 조 대표의 애정이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 이미지
사진 이미지

전시장의 바닥을 청소하는 직원들

이처럼 이어지는 하루의 리듬에 대해 조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도록 해요.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오후 업무를 이어갑니다. 시설 점검과 매장 운영, 도서 관리 등 맡은 일을 차근차근 수행하면서 하루를 채워가죠.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밀도 있는 시간이에요.”
전시장과 오피스, 야외 공간을 관리하는 시설관리 업무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고 한다. 카페와 편의점에서는 고객 응대와 매장 운영을 맡아 공간의 활기를 더하고, 도서 관리는 이용자의 흐름과 이용 편의를 고려해 운영의 질서를 세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과정에는 매니저와 직무코치가 함께한다. 단순한 업무 지시를 넘어, 각자의 강점과 속도를 존중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결국 클러스터 전반은 이들의 손길을 통해 움직이고, 톡톡이네의 하루 또한 그렇게 완성된다.

사진 이미지
사진 이미지

카페 업무를 맡은 직원들과,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

‘이해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표준

직원들의 협력으로 이어지는 하루를 두고, 조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보통 오전 출근 직후와 점심 전후의 시간이 가장 바쁜 것 같아요. 클러스터 이용자가 몰리며 카페와 매장이 정신없이 돌아가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협력이 빛나는 순간이죠. 오후 중반이 지나 흐름이 한결 느슨해질 때, 정리와 점검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거든요.”
이러한 하루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톡톡이네의 가장 큰 특징은 ‘일을 설계하는 방식’에 있다. 바로, 속도를 앞세우기보다 누구나 이해하고 반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작업 순서와 동선에 맞춰 역할을 나누고, 이를 그림과 색상·표식으로 표시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설명은 짧으나, 행동은 명확하고 체계적이다.
작은 단계로 나뉜 업무를 반복하며 직원들은 숙련도를 쌓고, 일정한 루틴을 유지해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간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매니저와 근로지원인이 즉각 개입해 흐름을 조율한다.

사진 이미지

클러스터의 얼굴, 인포데스크의 분위기

“일반 사업장이 속도와 유연성을 기준으로 운영된다면, 이곳은 이해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설계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죠. 그렇게 해야만 일하는 사람이 바뀌거나 컨디션이 달라져도 업무의 흐름이 크게 흔들리지 않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니까요.” 이는 톡톡이네의 운영 원칙에 대한 조 이사의 설명이다.
톡톡이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분명하다. 사람을 일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이 사람에 맞게 설계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수평적인 소통을 지향하고,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업무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직무지도원과 근로지원인의 밀착 지원을 통해 초기 적응 단계부터 현장 코칭과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정서적 안정과 회복을 돕는 휴식·여가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이러한 운영 방식에도 고민은 있다.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면서도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운영의 균형에 관한 문제다. 작은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톡톡이네는 ‘이해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기준을 놓지 않은 채, 사람과 일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곳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분명하다. 입사 초기, 소통이 어려워 혼자 머물던 한 근로자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업무에도 쉽게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훈련과 일관된 환경, 그리고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먼저 인사를 건네고,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맡은 일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어느새 팀의 분위기를 밝히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톡톡이네에서의 일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감각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성취가 차곡차곡 쌓이며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이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자리 잡는다.
사람을 중심에 둔 운영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톡톡이네의 하루는 오늘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톡톡’,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미니 인터뷰
조아라 대표이사
조아라 대표이사

톡톡이네는 ㈜서플러스글로벌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함께 뜻을 모아 만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입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2012년부터 함께웃는재단을 통해 발달장애 가족과 함께하는 일을 이어오며, 이들이 가진 가능성과 일의 가치를 가까이에서 확인해 왔습니다. 그 경험이 쌓여 지금의 톡톡이네가 시작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일은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톡톡이네는 ‘일하는 공간’을 넘어, 이들의 삶 전체를 함께 바라보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어도, 혼자서도 자신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리고 있는 방향입니다.
앞으로는 일터에 머무르지 않고, 주거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혼자 살아가면서 겪게 될 불편을 줄이고, 보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하고, 쉬고, 살아가는 흐름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루의 일상이 무리 없이 이어질 때, 비로소 삶도 더 안정되고 편안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려가는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일과 주거, 여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