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언어가 오가는 집 안, 익숙하지 않은 제도, 그 삶에 놓인 장애까지. 이 세 가지가 겹쳐질 때, ‘일할 권리’는 한층 멀어진다. 매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전후로 우리는 장애인의 권리와 사회 참여를 이야기하지만, 다문화 가정 안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은 정작 그 논의의 중심에서 한 발 비껴있다. 이번 내꿈내일 기자단의 글을 통해서는 다문화 장애인이 고용 지원 제도에 닿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그 가운데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과제와 방향을 짚어본다.
정리. 편집실
다문화 장애인의
고용 접근성을 돌아보다
내꿈내일 기자단
김채민
고용지원 제도, 다문화 장애인에게도 닿고 있을까
장애인이 취업을 원할 때 찾게 되는 곳 중 하나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다. 공단은 직업상담, 직업능력평가, 취업알선, 직업훈련, 보조공학기기 지원, 근로지원인 제도 등 다양한 고용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직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가 다문화 장애인 당사자에게 실제로 닿기까지는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에서 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 자체의 어려움은 물론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정보 접근의 어려움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이를 알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턱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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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다문화 가정의 장애인에게 장애는 단일한 조건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 정보 접근의 격차가 더해지면 삶의 조건은 한층 복합적인 층위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용의 문 앞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는 이미 가속 국면에 들어섰다.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다문화 혼인은 전년 대비 25.1% 증가했으며, 다문화 가구는 39만 9천 가구, 가구원 수는 115만 명에 달한다. 이는 다문화 가정이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일상적 구성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다문화 가구 내 장애인의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 중 등록장애인이 있는 비율은 2015년 6.4%, 2018년 5.8%에서 2021년 7.3%로 다시 상승하며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를 인원수로 환산하면 약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비율의 변화가 아니라, 다문화 가정 안에서 장애를 가진 구성원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대응이 함께 요구된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 국적 장애인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민정책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 등록이 가능한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 가운데 실제 등록 장애인은 2020년 4,354명에서 2024년 8,238명으로 4년 만에 89.2% 증가했다.
증가의 양상도 눈에 띈다. 10세 미만 아동은 4배 이상, 10대는 6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기 연령대에서 확대 속도가 특히 빠르게 나타났다. 장애 유형에서도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비율이 크게 늘어나며, 교육과 돌봄, 그리고 향후 고용까지 이어지는 장기적 과제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분명한 방향을 가리킨다. 다문화 가정 안에서 장애를 가진 구성원은 이미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이는 기존의 장애인 정책이나 다문화 정책만으로는 충분히 포괄되지 않는 새로운 지원 영역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증가를 단순한 통계로 남겨두지 않는 일이다. 지금의 변화는 다문화 장애인을 위한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와 고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민관이 함께 만드는 연결 고리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2004년 다문화장애인부모회로 시작해 2018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다문화장애인협회(이하 협회)는 다문화 장애인 가정의 정보 접근과 자립을 돕는 대표적인 민간 사례다.
협회는 정보 제공과 상담, 자조모임, 자립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당사자 가정이 필요한 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KB금융공익재단이 공동 개발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교재를 활용, 다문화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할 때, 다문화 장애인 가정에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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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기 위한 방향
다문화 장애인의 고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장애 지원과 다문화 지원 간 연계 강화다. 현재 두 영역은 각각 별도의 체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다문화 장애인 가정은 필요한 지원을 통합적으로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두 영역 간 연계가 강화될 경우, 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에 보다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문화 장애인 고용 실태에 대한 통계 구축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외국 국적 장애인의 등록 비율이 내국인(5.1%)에 비해 약 1%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지원 체계 보완의 필요성을 제언한 바 있다.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혹은 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초 데이터가 마련될 때 보다 실질적인 정책 방향도 도출될 것이다.
셋째,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다. 다문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다. 다문화 장애인 가정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제도적 지원 역시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다름을 넘어, 함께 일할 권리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 다문화 장애인이 일을 통해 자립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특정 기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이들이 겪는 언어의 벽과 정보 격차, 문화적 거리감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넘기 어렵다. 제도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고, 지역사회가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며,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그 벽은 낮아질 수 있다.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제 그 권리가 다문화 장애인에게도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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