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비’는 본래 갈빗대에서 살만 발라 곱게 다진 뒤 모양을 잡아 구워낸 음식이다. 밥을 치대어 떡을 만들 듯, 갈빗살을 다지고 치대 빚는 과정이 비슷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또 임금이 갈비를 손에 들고 뜯는 것이 체통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 부드럽게 다진 고기를 떡처럼 빚은 다음 숯불에 구워 올렸다는 설(說)도 있다. 어쨌거나 요지는 편히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음식이라는 것. 이 품격 있는 메뉴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박준미 주임과 김정은 과장(이하 두 사람)이 도전했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살금살금, 메뉴와의 거리 좁히기
편히 먹기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그저, 쉽게 접근할 수 없겠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왠지 궁중요리인 듯한 그 이름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미지가 있었고, “다짐육을 쓴다”는 사실도 “손이 많이 간다”는 과정과 동격으로 다가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이번 오프 타임은 그야말로 ‘기회’였다고 한다. 셰프님의 차분한 안내를 따라 동료와 함께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리대 위에 오른 재료는 생각보다 단출했고, 다짐육에 대한 기준도 ‘시판’인 것으로 하향 조정됐다. 오늘을 기점으로 요리 가능한 메뉴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최준석 셰프의 친절한 설명에 난이도 역시 한 뼘 낮아진 것만 같다.
“오늘은 소고기를 쓰지만, 똑같은 레시피로 돼지고기도 가능해요. 양파 페이스트와 배즙, 참기름 등 재료를 다 섞은 다음 치대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마지막에 굽기만 하면 되거든요.”
셰프님의 말처럼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양파를 오래 볶아 잼처럼 만든 양파 페이스트를 넣고, 소고기 요리에 잘 어울리는 배즙을 더했다. 배에는 연육 효소가 있어 고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고 은은한 단맛을 더해준다는 설명으로 두 사람의 요리 상식도 조금 풍성해진 느낌이다. 여기에 고소한 참기름까지 합세하니 어느새 ‘궁중’이라는 위엄은 거두고 ‘배려’라는 마음만 담아 본다.
“이제 살짝 섞어준 후 간해 주세요. 짠맛은 단맛보다 스며드는 속도가 빨라서 배즙으로 먼저 단맛을 입힐게요. 고기 자체를 쫀득하게 하는 효과도 있으니 고기를 반죽할 땐 일반 감미료보다는 배즙이나 배 음료로 풍미를 살리는 게 좋아요.”
오늘도 셰프님은 원리 설명으로 요리의 ‘멋’을 살린다. 그리고 그 멋은 볼 가장자리까지 꼼꼼히 쓸어가며 고기를 치대는 두 사람의 손놀림으로 옮겨간 듯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떡갈비는 그렇게 ‘한 번쯤 다시 해볼 수 있는 메뉴’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조물조물 지글지글, 정성으로 빚고 굽기
“이제 고기를 치댈 거예요. 떡갈비는 말 그대로 얼마나 치대느냐가 중요한 음식이니, 힘껏 치대주세요.”
셰프님의 설명은 간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유는 분명했다. 손으로 치댈수록 고기는 점차 하나의 덩어리로 결을 이루고, 흩어지던 재료들은 서로를 붙잡는다. 그 과정에서 반죽엔 쫀득한 탄력이 생겼으며, 자연히 육즙은 안쪽에 머물며 빠져나오지 않았다. 잘 치댄 반죽일수록 굽는 동안의 형태 또한 지킬 수 있다니, 조심스럽던 두 사람의 손도 리듬을 타기 마련이다.
손바닥으로 누르고, 모으고, 다시 치대는 동작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좀 전까지 따로 놀던 양파와 고기는 배즙의 향을 얻어 손끝에서 어우러졌고, 하나의 덩이로 묶인 반죽의 질감은 점점 단단해져 갔다.
셰프님이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잠시 후 슬쩍, 서로를 살피던 두 사람이 동작을 줄이더니 이내 목소리를 낸다. “이 정도면 됐을까요?”
됐다. 반죽을 넷으로 나눠 떡과 같은 모양으로 빚으니, 그제야 이름에 담긴 모양과 의미도 또렷이 살아난다. 이제 남은 건 불 위에서의 시간이다.
두께가 있는 만큼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혀야 형태와 육즙을 함께 지켜낼 수 있다. 충분히 익기 전 성급하게 뒤집으면 곱게 빚은 모양이 깨져 버린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하자. 곧 접시에 담으면 완성이다.
떡갈비 반죽을 치대어 구우며 요리하는 (왼쪽부터) 박준미 주임과 김정은 과장
사뿐사뿐, 세발나물 위로 가볍게 올려 담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할게요”라는 말과 동시에 최준석 셰프의 동작이 빨라진다. “꿀과 참기름을 1:1 비율로 섞은 거예요. 떡갈비가 식기 전에 표면에 얹듯이 발라 주세요. 꿀만 사용할 때의 묵직한 단맛 대신, 참기름이 더해지며 한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낼 거예요” 기름이 스며들며 꿀도 함께 퍼지고, 그 위로 은은한 윤기가 감돌며 멋을 더한다. 세발나물을 깔아 둔 접시에 어슷하게 포개어 얹으니, 초록 위에 따뜻한 갈색이 겹겹이 쌓이며 한층 또렷한 균형이 완성된다. 두 사람의 떡갈비는 누가 뭐래도, (오늘 이 시간 한정) ‘궁중요리’다.
꿀을 바른 후 플레이팅을 마치고 흡족한 두 사람
음식마다 지닌 영양소와 식감이 달라, 서로 어우러질 때 더 좋은 시너지를 내는 조합이 있다. 달달짭짤하고 기름진 맛이 강한 떡갈비는 시원한 반찬(생채·무생채·김치)이나 산뜻한 국물과 함께 먹으면 밸런스가 좋아진다. 이것이 냉면이나 열무국수에 떡갈비를 곁들여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준석 셰프는 여기에 동치미국수를 추천한다. 시원한 국물과 은은한 산미가 더해지며, 떡갈비의 퍽퍽한 식감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때문이다.
떡갈비 Recipe

- 소고기 240g
- 잣 10알
- 양파페이스트 30g
- 배즙 3T
- 간장 2T
- 참기름 1T
- 〈플레이팅 재료〉
- 세발나물 20g
- 참기름 2T
- 꿀 2T
- 소고기에 배즙과 양파 페이스트를 넣고 잘 섞은 뒤, 10분 정도 재워 단맛을 더한다.
-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하고, 잣을 살짝 으깨 반죽에 넣어 섞는다. 이때 반죽이 너무 질면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1T 정도 넣어 농도를 맞춘다.
- 반죽을 4등분으로 나누어 모양을 잡아준다. 모서리 부분이 갈라지지 않게 충분히 치대준다.
- 팬에 기름을 2T 정도 두르고, 너무 달궈지지 않은 상태에서 떡갈비를 굽는다. 겉면에 살짝 색이 돌면 뒤집는다.
- 가운데를 눌렀을 때 단단하게 느껴질 때까지 익힌다. 다 익으면 팬에서 꺼내 참기름과 꿀을 동량으로 섞어 골고루 바른다.
- 세발나물을 참기름과 소금에 살짝 버무려 접시에 깔고, 그 위에 떡갈비를 올린다.
김정은 과장 (운영관리부)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업무 특성상 몸과 마음의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프 타임’ 요리 체험은 일상에 잠시 쉼을 더해준 전환의 시간이었어요. 동료와 함께 손으로 떡갈비를 빚으며 자연스럽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고,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쌓였던 긴장도 한결 풀린 것 같아요. 어버이날을 앞둔 만큼, 이번에 배운 레시피로 부모님께 직접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준미 주임 (운영관리부)
평소 결산과 법인카드 관리 등 회계 전반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용역 의뢰가 많아 계약 서류 검토에 집중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오프 타임’에 참여하게 되어 긴장과 피로가 한순간에 풀린 것 같아요. 냉동 제품으로만 만나던 떡갈비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꿀과 참기름을 활용한 방식도 신선했어요. 집에서도 만들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