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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초대석
장애인의 삶과 일에 대한 질문과, 그 질문에 응답하는 목소리를 기록하는 코너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선임팀장

전쟁 속에서 배제되는 사람들,
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다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오늘날 전쟁은 여전히 수많은 사상자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 가운데는 하루아침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쟁 이후 장애인의 삶은 쉽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동과 치료, 재활과 생계, 트라우마와 고립까지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장애인은 또 다른 생존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팀장과의 대화를 통해, 전쟁이 남긴 장애와 인권의 문제,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과제를 짚어본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Q.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라오스 방문을 계기로 ‘전쟁과 장애’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요?

안녕하세요. 장애인단체 근무 9년 차인 윤다올입니다. 석사과정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을 연구했던 시간까지 더하면, 장애를 공부하고 만나 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지난 2월 봉사활동 일정으로 라오스를 방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엔티안의 재활지원기관인 ‘COPE센터’1)를 찾게 됐고, 전쟁 이후에도 불발탄 피해와 장애의 문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접하며 전후 장애인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베트남 전쟁 당시 투하된 엄청난 양의 폭탄 중 상당수가 불발탄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었어요. 불발탄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분들도 직접 만날 수 있었죠.
더 마음 아팠던 건 사고 이후의 삶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보조기기를 구하지 못해 집에 있는 재료로 임시 의족이나 의수를 만들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일상과 사회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다행히 최근에는 국제기구와 NGO의 지원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다시 일하며 자립을 준비하는 모습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COPE센터를 통해 그런 변화의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었고, 라오스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버텨온 시간이 더욱 깊게 다가오기도 했죠.

1) ‘Cooperative Orthotic & Prosthetic Enterprise’의 약자로, 라오스 전역에 흩어져 있는 불발탄(UXO) 사고 피해자들에게 의수족과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NGO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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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선임팀장

Q.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을 군사나 외교의 문제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장애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장애계에서는 전쟁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전쟁 상황에서 장애인은 이동 자체가 어렵고, 지속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전달받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먼저 위험에 놓이게 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되는 국가 보고서들을 보면, 위급한 순간 사회가 누구를 우선 보호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장애인을 남겨둔 채 떠나는 현실이 존재하는 거죠. 특히 장애아동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국제 NGO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애아동은 가장 먼저 ‘이동되지 못한 사람들’이 되었다고 해요. 대피 자체가 쉽지 않았고, 특히 중증장애아동은 이동 수단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일부 시설은 폭격 피해를 입었고, 아이들이 다른 시설로 급히 옮겨지거나 점령지역에 그대로 남겨진 사례도 있었다고 하고요.
결국 전쟁이나 재난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사회가 누구를 먼저 보호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늘 가장 뒤로 밀리는 대상이 장애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장애계에서는 전쟁을 단순한 군사나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자 ‘생존의 우선순위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국내 장애인단체들이 우크라이나 장애인의 생존과 인권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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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 사고 피해자들이 사용했던 의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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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당시 투하되던 많은 양의 자탄(bombie)

Q.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보시나요? 특히 이동과 정보 접근, 의료 지원처럼 생존과 직결되는 영역에서 장애인이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장은 결국 그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에요. 가령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일이나 자립을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보호받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더 절박한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현장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사업장을 운영하는 분에게 “이곳에서는 장애인이 폭력을 당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결국 어떤 사회에서 장애인이 얼마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는, 평소 그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지와 깊이 연결돼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에게 전쟁은 어쩌면 많은 재난 중 하나일 거예요. 하지만 사회의 민낯은 언제나 재난 상황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죠. 평소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라면,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장애인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대피 과정에서도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이동시키는 일은 쉽게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고요. 라오스 역시 재난과 기후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이 배제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거예요.
결국 위급한 상황에서는 그 사회가 평소 얼마나 모든 사람을 고려한 대응 체계를 만들어왔는지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장애를 고려하는 관점은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제도 안에 기본적으로 녹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Q. 전쟁은 생명이나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군요. 장애 가운데 또 다른 상처와 절망이 ‘지속되는’ 비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오스의 불발탄 피해나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보며, 전후 장애인의 삶은 어떤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고 느끼셨나요?

라오스의 불발탄 문제는 개인적으로도 오래 마음에 남아 있어요. 불발탄 탄피를 재활용해 만든 반지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볼 때마다 그 현실이 떠오르곤 합니다.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여전히 불발탄 사고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교육과 제거 작업이 이어지며 최근에는 사고 건수가 연간 50건 정도까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죠.
특히 북부 산악지역에서는 최근까지도 휠체어 보급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지형에서 휠체어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식사를 준비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 아주 기본적인 영역에서도 꼭 필요한 게 휠체어였어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삶의 회복은 아주 더디고 힘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젊은 청년들이 제대로 된 보호나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심하게 다치고, 재활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방치되기 쉬웠죠. 폭격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극심한 공포를 견뎌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도 남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장애를 경험한 이후, 그것을 받아들이고 삶에 적응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더해지면 삶은 훨씬 더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전쟁 이후 장애를 경험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더욱 지속적인 재활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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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된 탄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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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현지 상황에 맞게 제작되어)보급되고 있는 휠체어

Q. 여성이나 아동, 농촌 지역 장애인처럼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은 재활과 사회 복귀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라오스에서 보셨던 현실은 어땠고,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2022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라오스 정부의 CRPD 이행 상황을 심사한 뒤 발표한 최종견해를 보면, ‘불발탄 피해 여성과 아동’, ‘농촌 지역 피해자’, ‘재활 접근 부족’, ‘빈곤의 악순환’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 특히 여성 장애인은 교육과 재활, 사회 복귀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었고요. 실제로 제가 현지 대학을 방문했을 때도 교실당 학생 14명 가운데 여성은 3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모계사회의 문화가 있는 라오스임에도 교육과 사회 참여 영역에서는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했던 거죠.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장애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더 부족해 보였습니다. 장애인은 자연스럽게 집 밖 활동에 제약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구조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어요. 예를 들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학교는 거의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교통과 의료시설 같은 기본 인프라의 격차까지 더해지면서, 장애인은 지역사회 안에서도 쉽게 고립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고요.
장애 문제는 성별과 지역, 빈곤 같은 요소들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장애’라는 하나의 개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장 취약한 조건이 겹칠수록 사람들은 회복으로부터 더 멀어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재활과 교육, 자립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국제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여성과 아동처럼 이중의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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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 사고 피해자들이 사용했던 의수와 의족들

Q. 회복 과정에서 국제기구나 NGO, 장애인단체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 보여요. 실제로 라오스에서도 국제기구, 장애인단체의 활동이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라오스에서의 장애운동은 생각보다 활발한 편이에요. 특히 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DIDA(Disability-Inclusive Development Association)는 공공기관 접근성 조사와 정책 권고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활동과 기록이 축적되면서 사회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고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이러한 움직임 뒤에 유엔개발계획(UNDP) 같은 국제기구의 지원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예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장애인단체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과 활동 기반까지 함께 지원하고 있었어요. 국제사회에서 장애인권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흐름 자체가 라오스 장애인단체들에게도 큰 힘과 동기가 되는 것 같았고요. 실제로 지난 2월 라오스 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CRPD) 권고 이행 국가행동계획(2026~2030)’2)을 발표했는데요, 국제사회의 권고와 현지 장애운동, 국제기구의 지원이 맞물리며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우리나라 장애인단체들 역시 아시아 여러 국가와 워크숍과 교류사업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장애인권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확장돼 가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변화가 현실 속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2)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유엔의 국제 인권 조약으로, 협약 당사국은 장애인의 인권 완전한 누락을 촉진, 보호, 보장해야 하며, 장애인이 법 앞에서 완전한 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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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E센터 내 휠체어 수리소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장애인단체 역시 국제사회와 연결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라오스의 사례를 봐도, 국제협력을 단순히 ‘원조’라고 하기보다는 ‘권리 보장’을 위한 직접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의 장애운동 역시 국제사회와 연결되며 많이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비롯해 국제적 기준과 흐름이 국내 정책 변화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고요.
과거에는 국제협력이라고 하면 단순한 원조나 지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사회 안에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까지 함께 논의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전쟁이나 재난, 기후위기 같은 상황에서는 장애인이 가장 먼저 배제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단체의 역할 역시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국제 인권 기준을 국내 정책과 연결하고, 그것이 실제 삶 속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꾸준히 점검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Q. 재난 상황에서는 여전히 장애 관점이 쉽게 놓치곤 하는데요. 앞으로 한국 사회는 어떤 방향의 준비와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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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재난 대응 매뉴얼과 안전교육은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을 보면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경북지역 산불 당시에도 장애인 피해 문제와 함께 재난 문자, 대피시설 접근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제기됐고요. 결국 평소 접근성이 부족했던 공간은 재난 상황에서 더 위험해지고, 정보 접근이 어려웠던 사람은 위기 속에서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재난 대응에서는 장애가 별도의 관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과 여성의 안전을 별도로 고려하듯, 장애 역시 재난 대응 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반영돼야 해요. 특히 심리·사회적 장애나 전쟁·재난 이후의 트라우마까지 고려하면, 실제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이 겪는 피해와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고요.

물론 장애인단체들도 재난 대응 교육과 시범사업 등을 이어가며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제도와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에요. 앞으로는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전국 단위의 재난 대응 체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동, 노동, 의료, 소득 같은 현실의 어려움까지 연결해서 본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장애인의 일상은 끊임없이 무언가와 싸워야 하는 과정에 가까워요. 이동 한 번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장애인콜택시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기도 하죠. 병원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요. 어렵게 취업을 해도 소득이 생기면 복지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이 뒤따르고, 공공장소에서 낯설고 따가운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은 장애인 개인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처음부터 장애인을 기준에 포함하지 않은 채 설계돼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나 ‘예외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인식 아닐까 합니다.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이동하고 일하고 배우며 살아갈 권리를 자연스럽게 보장할 때 사회 구조 역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고, 아플 수 있고, 사고나 재난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결국 장애인이 고려된 사회는 모두에게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라는 말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표현 아닌가 합니다.

Q. 지금까지 장애인단체에서의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어떤 길을 만들어가고 싶으신지요?

사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내가 이 이야기를 충분히 잘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라오스를 다녀온 뒤 가장 크게 느낀 건, 아직도 이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결국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해야 하고,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이 문제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장애인단체에서의 활동은 늘 저를 가슴 뛰게 합니다. 민간 모니터링 기구로서 국내외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문제를 드러내며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에 보람을 느껴요.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편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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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오스 방문을 통해 국제사회와 재난, 전쟁, 인권의 문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깊이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의 기억을 가진 사회이기 때문에, 전쟁이 남기는 상처와 회복의 시간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됐고요. 앞으로도 전쟁과 재난 속에서 장애인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떤 권리가 놓쳐지고 있는지를 계속 살펴보며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동시에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서로 배우고, 연대의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