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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하루
장애인의 일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

환경감수성과 사람 중심의 철학으로

크게 세워가는 ‘태건비에프’

제조업의 현장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반복되는 공정 속에서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기준은 안전과 생산성, 효율이다. 따라서, 분전반과 콘센트, 전선 보호 자재 등 다양한 전기 자재를 제조·납품하는 ㈜태건비에프의 기준 역시 예외일 리 없다. 하지만 김만석 대표는 그 당연한 기준 위에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바로,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2026년 장애인 고용촉진대회에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한 태건비에프를 지난 5월 찾아가 봤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영상. 황의진

제조업의 기준 위에 ‘함께’라는 가치를 더하다

태건비에프는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임시 가설 전기용품을 제작·조립하는 회사다. 분전반과 콘센트, 전선 보호 자재 등 다양한 전기 자재를 생산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하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지적·자폐·청각·지체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 128명 가운데 장애인 직원은 63명, 이 중 51명이 중증장애인이다. 반복성과 정확성이 중요한 제조업 현장 속에서도 장애인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공정을 세분화하고 적응 과정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온 결과다.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서의 시작을 묻자, 김만석 대표는 “장애인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죠”라고 대답했다. 말하자면, 제조업은 반복적인 공정과 역할 분담이 비교적 명확한 만큼, 작업 구조를 세분화하고 충분한 적응 과정을 마련한다면 장애인 역시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가능 여부’보다 ‘구조 만들기’에 집중했던 셈이다. 김 대표의 부연은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단순히 고용 인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작업자의 이해 가능성과 안전, 이동 편의를 함께 고려해 환경을 정비했죠. 직원들이 익숙한 흐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공정을 체계화하기도 했고요.”
그리하여 태건비에프의 건물 곳곳은 소음·온도·미세먼지 측정기와 자동 타공기·절곡·절단기 등 안전 중심 설비로 채워져 있었다. 휠체어 이동 접근로와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및 휴게실로 이어지는 동선 곳곳에서도 누구나 불편 없이 이동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한 세심한 배려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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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채광과 녹색 식물, 넓은 이동 동선이 어우러진
태건비에프의 사무·작업 공간

각자의 리듬으로, 함께 이어가는 하루

작업대 위로는 전선 보호 자재와 부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익숙한 순서대로 손을 움직인다. 한 사람은 조립된 부품을 다시 한번 천천히 확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다음 공정을 잇는다. 빠르진 않아도 흐트러짐 없는 풍경이다.
태건비에프의 작업 환경은 이렇듯 개개인의 리듬을 무리하게 재촉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다. 밝은 채광과 정돈된 동선, 곳곳에 놓인 식물들은 일반적인 제조 현장의 긴장감보다는 한층 부드러운 인상을 자아냈다. 효율만을 앞세우기보다, 오래도록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감과 집중까지 고려한 의도가 공간 곳곳에 스며 있었다.
태건비에프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복리후생과 조직문화 개선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셔틀버스와 기숙사 운영, 건강검진, 자기계발비 지원 등을 비롯해 장기근속자 포상과 장애인 우수사원 시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식개선교육과 수어교육, 직장 적응 교육 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간다. 특히 생일 이벤트와 종합검진 비용 지원 등의 생활밀착형 복지는 직원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작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더해주는 배려로 꼽힌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직원들이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고민해 온 노력들이 최근 3년 평균 근속률 96% 이상, 이직률 감소(18%→7%)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태건비에프의 시선은 회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지역 복지기관에 약 21억 5천만 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왔으며, 저소득 암환자를 위한 국립암센터 후원과 장애인 난방비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역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사람과 환경,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지속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온 태건비에프의 시간은 오늘도 ‘함께 살아가는 일터’의 의미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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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

사람과 환경이 함께 머무는 일터

지난 1989년 ㈜태건상사로 출발한 태건비에프의 핵심 가치는 처음부터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환경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있었다고 한다. 기업의 방향으로 삼아 온 ‘환경’, ‘나눔’, ‘사랑’, ‘동행’이라는 이정표 역시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김만석 대표는 “건설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 문제가 늘 고민이었다”며 “태건비에프에서 생산되는 제품만큼은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높이는, 이른바 ‘환업(環業)혁명’을 지향해 왔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사람을 쉽게 배제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결국 같은 방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건비에프의 이러한 철학은 실제 작업 현장 곳곳에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반복 훈련과 작업 환경 개선을 통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꾸준히 마련해 온 결과, 효율과 속도를 우선하기 쉬운 제조업 현장 안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리듬을 맞추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생산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대해 김만석 대표는 “장애인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작업장 문턱을 없애고 이동 동선을 꾸준히 정비해 왔다”면서 “단순히 시설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누구도 쉽게 배제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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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업무를 위해 정돈된 작업 공간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크게 서다’

김만석 대표에게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기다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기다리면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장애인 직원들도 비장애인 직원 못지않게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에 이제는 그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애인 직원들은 반복 훈련과 충분한 적응 과정을 거치며 점차 작업 숙련도를 높여 갔고, 현재는 생산성과 품질 측면에서도 신뢰할 만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부연과 함께.
제조업의 기준 위에 ‘함께’라는 가치를 더해 온 시간. 태건비에프는 오늘도 사람과 환경, 그리고 일의 지속가능성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미니 인터뷰
김만석 대표
김만석 대표

장애인 직원을 처음 채용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무래도 작업을 익히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어요. 그런데 익숙해지고는 오히려 비장애인 직원들보다 더 꼼꼼하고 정확하게 작업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괜히 요령을 피우거나 대충 넘어가는 것 없이, 맡은 일을 묵묵히 끝까지 해내려는 성실함이 참 인상 깊었어요.
그때부터 태건비에프가 ‘누구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일터’이길 바라게 됐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기다려 주면서 맞춰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이 생겼으니까요. 작업 환경과 동선, 공정 하나까지 꾸준히 정비해 온 이유도 결국 누구나 안정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태건비에프가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역할 안에서 삶의 리듬을 만들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안정감과 안심을 느낄 수 있는 곳. 앞으로도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일터를 지켜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