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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브리핑
정책·사업 흐름을 반영하여 공단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는 코너

공공 소통의 새로운 기준:

수어통역사가 넓혀가는 정보 접근권

대통령 연설과 국제회의, 재난 브리핑과 외교 현장까지. 최근 공공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수어통역의 역할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사회 참여를 보장하려는 국가 차원의 변화에 가깝다. 특히 대통령실 전속 수어통역사의 등장과 국제행사에서의 수어 지원 확대는, 외교 역시 특정한 사람만의 언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소통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글. 편집실

공적 소통 안으로 들어온 수어

대한민국에서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말 한국수화언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농인들의 제1언어인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졌다고 규정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진정 등을 거쳐 2019년 정부부처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기로 했고, 국회 역시 2020년부터 수어통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수어를 단순한 보조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공적 소통 안에서 함께 보장되어야 할 언어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수어통역사의 역할을 보다 안정적인 공공 전문 직무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회사무처는 2026년도 주요 경력경쟁채용시험 일정 사전 공고를 통해, 그동안 프리랜서 형태로 운영되던 수어통역사를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직접 고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즉, 수어통역을 국회 운영과 공공 소통에 필요한 전문 직무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국회와 같은 공적 의사결정 공간에서 수어통역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민주적 참여와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채용과 처우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지속적인 공공 수어통역 체계 역시 가능하다는 점을 함께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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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터스톡

부수적 역할에서 국정 참여의 통로로

이러한 변화는 “수어통역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라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공공 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은 화면 한쪽 작은 박스 안에 제한적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화면 구성에서도 발표자와 분리된 채 부수적인 정보처럼 다뤄졌고, 크기 역시 작아 표정과 손동작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는 수어통역이 공적 소통의 동등한 일부라기보다, ‘추가 제공되는 서비스’ 정도로 인식되던 당시의 분위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있었던 대통령실 브리핑1)에서는 수어통역사가 대변인 바로 옆에 서서 함께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는 수어통역을 부수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공적 소통의 동등한 일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브리핑 수어통역 도입 배경에 대해 ‘청각·언어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과 ‘국정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언급했다. 역대 최초로 대통령실 전속 수어통역사를 채용하고 브리핑 생중계에 실시간 수어통역을 제공한 것 역시, 장애인의 국정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설명된다.

1)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전하면서 대변인 브리핑을 진행했던 지난해 12월 24일, 수어통역사는 브리퍼 바로 옆에 서서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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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투데이

모두를 위한 언어를 완성하기까지

수어(手語)란 손의 움직임과 표정, 몸짓 등을 활용해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를 말한다. 다시 말해,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고유한 문법과 표현 체계를 갖춘 하나의 독립된 언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과거에는 ‘수화(手話)’라는 표현이 익숙하게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수어’라는 명칭이 보다 적절한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화언어법2)은 한국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규정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역시 ‘수화사전’이 아닌 ‘한국수어사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수어를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로 설명한다. 이는 수어를 단순한 보조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고유한 체계와 문화를 가진 언어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바라본다는 것은, 농인의 의사소통 방식과 문화 역시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공공 브리핑과 외교 현장에서 수어통역이 확대되는 흐름 역시, 결국 “모두의 언어로 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와 연결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공 영역의 수어통역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2022년 한국 수어의 날에는 공공의료기관과 경찰서 등 관공서에 전문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의료·법률 분야 수어통역 교육과정과 통역센터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청각장애인의 고유 언어”로 언급하며, “재난과 질병, 법적 분쟁 상황에서도 청각장애인이 동등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3) 최근 대통령실 브리핑과 공공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수어통역이 확대되는 흐름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2)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한국수화언어의 발전 및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농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2016년 2월 3일 제정되고, 2016년 8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3) https://theindigo.co.kr/archives/2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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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투데이

안정적 채용과 전문 인력 양성 기대

수어통역은 단순히 말을 손동작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발화자의 의도와 감정, 현장의 분위기와 맥락까지 빠르게 이해하고 전달해야 하는 고도의 실시간 공공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가깝다. 특히 외교·정치·재난 브리핑처럼 전문 용어와 긴박한 상황이 많은 현장에서는 높은 집중력과 순발력, 폭넓은 사회·시사 이해도가 함께 요구된다.
실제로 수어통역사는 장시간 통역으로 인한 신체 부담이 큰 직무로도 알려져 있다. 손과 팔의 움직임뿐 아니라 표정과 시선, 몸짓까지 활용해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회의나 장시간 브리핑에서는 두 명 이상의 통역사가 교대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공공 영역에서 수어통역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과 함께 전문 직무로서 수어통역사의 중요성 역시 함께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수어통역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하나의 전문 노동에 가깝다. 모두가 같은 정보를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 공적 소통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돕는 일 역시 오늘날 수어통역사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정보 접근권에서 참여권을 향해

공공 브리핑 속 수어통역 확대는 분명 중요한 변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수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제로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기술 발전과 음성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농인의 언어문화가 점차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결국 모두를 위한 공공 소통은 수어통역 화면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수어를 하나의 동등한 언어로 인정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삶과 공동체까지 함께 존중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참고자료
  • 장슬기, 「대통령실, 역대 최초로 브리핑 수어통역 도입」, 미디어오늘, 2025.8.11.
  • 장슬기, 「대통령실 최초 수어통역사 “농인들의 삶과 문화 알리고 싶어”」, 미디어오늘, 2025.9.10.
  • 장슬기,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수어통역사는 박스 안에서 해방됐다」, 미디어오늘, 2025.12.26.
  • 김석쇠, 「국회사무처, 2026년 주요 경력경쟁채용 일정 사전 공개」, 충청신문, 2026.1.26.
  • 윤삼근, 「국회 ‘수어통역사·방송작가’ 첫 정규직 채용... 전문 인력 직접 고용 시대 열렸다」, 창업일보,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