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준비된 여행은 없다. 길을 헤매기도 하고, 계획이 어긋나기도 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린다. 그러나 그 과정 가운데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타인과의 ‘관계 맺음’으로 사회적 경험을 확장한다.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며, 나 또한 사회의 구성원임을 ‘비로소’ 깨달아 간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여행하며 자립과 사회참여의 가능성을 넓혀 온 ‘길위의스튜디오’ 권유정 팀장을 만났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예림사회적협동조합 ‘길위의스튜디오’ 권유정 팀장
Q. 먼저 독자들에게 본인과 ‘길위의스튜디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발달장애인에게 여행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와, 이를 교육과 성장의 과정으로 연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예림사회적협동조합의 권유정입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뒤 13년 동안 호산나대학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한 경험이 있어요. NIE와 생활수학, 컴퓨터 활용 교육은 물론 다양한 교과를 융합한 프로젝트를 통해 수강생들의 사회참여 역량을 키우는 일에 힘써 왔죠.
발달장애인과 여행을 연결하게 된 계기는 2024년 졸업여행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행사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을 겪으며 “직접 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2023년 학생 19명과 함께 4박 5일 간의 오사카 자유여행을 다녀온 경험도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어요. 스스로 선택하고, 낯선 상황에 적응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에게 여행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다양한 교육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듬해 졸업여행을 홍콩으로 다녀온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예림사회적협동조합에 합류했어요. 그때부터 ‘길위의스튜디오’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여행이 곧 성장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예림사회적협동조합은 예술·문화·여행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 역량을 키우고 사회통합의 장을 만들어 가는 (예비)사회적기업이예요. 그 산하 조직인 ‘길위의스튜디오’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며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체험형 아카데미’이고요. 먼저 디지털 리터러시, 생활경제, 의사소통, 자기표현, 사회성 기술 등 융합교육을 제공합니다. 이후 여행을 통해서는 자기주도성과 사회참여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여행 전, 내가 원하는 여행 그려보기
발달장애인의 여행과 자립을 지원하는 ‘예림사회적협동조합’
Q. 브런치에 있는 “교실을 벗어나 길 위에서 보다 실제적인 삶을 가르친다”는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여행이 발달장애인에게 어떤 배움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길위의스튜디오’에서는 여행의 계획부터 준비,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수행합니다. 어디로 갈지 결정하고, 교통편을 예약하고, 낯선 곳에서 길을 찾고,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며, 예산을 관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배움의 과정이에요. 자기 결정권과 이동권, 경제적 자립, 사회참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종합 실습장인 셈이죠.
특히 발달장애인에게는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적용해 보는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여행은 교실에서 익힌 기술과 지식을 생활 속에서 적용해 보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거예요. 물론 길을 잃기도 하고, 계획이 바뀌기도 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경험들이 문제해결력과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밑거름이 되죠. 처음에는 두려워하던 일도 스스로 해내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으로 이어지거든요.
무엇보다 여행 자체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인데, “가고 싶다”,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저에게 여행은 여가 활동 이상의 의미인 것 같아요. 삶에 필요한 역량을 가장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 곧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발달장애인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면 교실 안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마주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나 성장의 순간이 있는지요?
발달장애인, 특히 경계선급의 지적능력을 가진 상당수는 자신감이 매우 낮아요. 누적된 실패 경험으로 자기 확신이 부족하고, ‘어차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부터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실제 역량보다 낮은 성취를 보이고요.
하지만 막상 시도하고 성공을 경험하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입니다. 저희는 보통 KTX로 여행을 떠나는데, 예매는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못 한다”, “선생님이 해달라”던 친구들도 한두 번 성공을 경험하고 나면 나중에는 친구들 것도 해주겠다며 적극적이에요. 국내 식당과 카페에서조차 실수할까 봐 걱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해외 낯선 매장에서도 스스로 주문할 정도로 성장해 있죠.
물론 여행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경험은 아닐 거예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변화가 나타납니다. 평소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거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어려움을 보였어도, 여행 중에는 먼저 사과할 줄도 알거든요. 즐거운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일거에요. 그래서 여행은 매 순간이 배움이고,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여행 일정에 대해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권 팀장
Q. 많은 사람에게 휴가는 쉬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에게 여행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느끼시는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발달장애인에게 여행은 삶의 반경을 넓히는 과정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일상이 보호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활동 범위가 학교나 기관, 집 정도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성인이 되면 거기에서 더 좁아지기 쉽습니다. 보호자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되어 있어서 지역사회와 연결되기 쉽지 않아요. 고립되는 경우도 많고요.
‘길위의스튜디오’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쉬는 날이나 퇴근 후, 혹은 연차를 내고 찾아주십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 후에는 추억을 이야기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그때마다 여행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노동의 의미를 체감하고 직장생활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기도 할 거고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일과 여가, 소비를 연결해 보며 일의 의미를 체감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아요. 때문에 힘든 직장생활을 계속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스스로 돈을 벌어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기념품을 사는 등 경험을 하고 나면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결국 저희가 매번 ‘직장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라고 여행의 목적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 여행은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을 확인하고, 낯선 장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발달장애인의 자립이나 의사결정 능력과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시나요?
발달장애인 중 상당수가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해요. 안전이나 효율을 이유로 보호자가 대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고 주도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예요. 그러지 못하면 자신감도 떨어질 뿐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고민할 기회도 줄어들게 되죠. 어려움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거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마련이고요.
반대로 시행착오를 겪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해결해 본 경험은 차곡차곡 쌓여요. 중요한 건 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닙니다. 자기 의견을 말해 보고, 선택의 결과를 마주하고, 잘 안되면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시 조정해 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죠.
자립기술이나 의사결정 능력도 결국은 직접 해 보고 반복하는 사이 길러진다고 생각해요. 비장애인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배우지만, 발달장애인은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여행은 정말 좋은 기회가 됩니다. 숙소를 정하고, 이동 수단을 선택하고, 낯선 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선택과 결정의 경험이니까요.
여행 전 조사와 여행 후의 기록
Q. 하지만 여행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길을 잃기도 하고, 일정이나 이동 방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요. 이런 예상 밖의 경험들이 발달장애인들의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설렘과 함께 불안이 따릅니다. 내가 찾은 정보가 맞는지, 계획대로 될지, 길을 헤매진 않을지, 아프거나 다치면 어떻게 할지,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온갖 걱정과 최악의 상상들이 펼쳐져요.
그런데 막상 겪어보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길을 헤매더라도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고, 계획이 바뀌더라도 의외로 결과가 나쁘진 않았으니까요. 안정감과 편안함은 익숙하거나 예상대로 흘러가는 환경에서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삶에 늘 예측가능한 일만 일어나지는 않잖아요. 여행은 그 삶과 닮았어요.
길위의스튜디오는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서너 달에 걸쳐 여행을 준비합니다. 일정과 예산, 식사와 메뉴, 이동 방법까지 꼼꼼하게 조사하고 결정하는 말 그대로 ‘파워 J’의 여행이죠. 그렇지만 준비 과정에서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오히려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위치를 공유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대안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면 다음에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훨씬 잘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줄어들고,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네” 하는 자신감과 효능감도 커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이제까지의 여행 중 “이것만큼은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느꼈던 장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홋카이도 여행에서 오타루 운하 나이트 크루즈를 탔을 때였어요. 야경을 감상하고 배에서 내리는 순간 친구들이 “성공, 성공이야!”라고 말하며 서로를 칭찬하고 함께 기뻐하더라고요. 그 말은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웠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직접 가고 싶은 장소를 찾고, 이동 경로를 조사하며 일정을 하나씩 완성해 왔거든요. 그러니 그 순간은 “내가 계획한 여행이 정말 잘 됐다”는 성취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거죠.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맛집을 찾아냈다는 뿌듯함, 유명 관광지에 와서 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왔다는 보람이 컸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성공’이라는 말에는 자기결정과 성취의 기쁨이 담겨 있었어요.
Q.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여행이 장애인에게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인가요?
발달장애인에게 여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준비 과정부터 넘어야 할 장벽이 참 많아요. 용어는 어렵고 절차는 복잡한데, 정보는 또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엇을 참고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죠. 게다가 당사자에게 여행은 필수 영역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다 보니 ’여행의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해요.
현장에서는 결국 비용과 인력의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어야 하니 일반 여행사보다 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거든요. 장애인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아, 그 비용 자체가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고요. 이런 사정 때문에 저희도 소수의 운영진이 기획부터 준비, 진행까지 여러 역할을 맡으며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Q. 이동권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상대적으로 ‘여행권’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장애인에게 여행과 휴가는 왜 중요한 권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여행권이 단순히 여행을 갈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이동하고, 정보를 찾고, 시설을 이용하고,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만나는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여행권은 이동권이나 정보접근권, 시설이용권과도 맞닿아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장애인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해요.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장애인의 문화·여가 활동 참여율이나 만족도는 여전히 비장애인보다 낮은 편입니다. 이동의 어려움도 있지만 정보와 비용, 지원체계의 부족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행권을 단순히 ‘쉬고 즐기는 권리’로만 보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기회를 보장하는, 일종의 존엄권이라고 생각해요.
Q. 발달장애인의 경우 보호자의 부담이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여행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들이 존재하나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에 대한 우려입니다. 보호자들 대부분이 돌발 상황을 걱정해 당사자의 자립적인 활동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어요. 기관 역시 단체 인솔이나 단체버스 이용 등 일괄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다 보면 당사자의 선택권이나 새로운 도전의 기회는 자연히 뒤로 밀리고 맙니다. 하지만 ‘보호’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성장할 수 없어요. 보호자의 고령화나 환경 변화에 따라 삶의 반경은 오히려 더 좁아질 테니까요.
물론 현장에서도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이동 중 교통편이 지연되거나, 예약한 장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예상보다 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죠. 그래도 직접 부딪히며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일정을 조정하거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음 여행에서 더 큰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작은 성공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 발달장애인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여행을 통해 결국 배우게 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선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들이 쌓였을 때, 발달장애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표현,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여행지를 선택하고 일정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법’,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양보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법’을 강조하고 있어요. 실제 여행을 통해서는 자연스럽게 사회적 질서를 익히고, 규칙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가고요.
여행은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장이고, 발달장애인이 시민으로서 세상과 만나는 소중한 접점입니다. 저는 이들이 세상과 더 많이 연결될수록, 세상도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고 있어요. 장애인이 참여하기 쉬운 사회는 결국 모두에게 좋은 사회거든요. 휠체어가 이동하기 편한 환경은 유아차를 끄는 부모나 무거운 짐을 든 여행자에게도 편리하니까요.
Q. 앞으로 장애인의 여행과 휴가 문화가 보다 자연스럽게 확산되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 관광업계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장애인의 여행을 ‘특별한 배려’나 ‘시혜성 복지’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장애인을 주도적인 관광 소비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요. 현재 장애인 여행 지원은 대부분 공급자 중심이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경험을 선물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여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죠.
결국 필요한 것은 장애인이 직접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즐길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을 함께 키워가는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 당당한 관광 소비자로서 시장에 합류하고, 여행을 꿈꾸고 준비하고 즐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