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사회(S)’ 영역이 다양성을 넘어 포용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의 책임이 장애인 고용을 넘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LG전자의 ‘볼드 무브(Bold Move)’1)가 바로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장애인을 지원의 대상이 아닌 ‘사용 경험의 전문가’로 바라보고, 그들이 발견한 불편과 아이디어를 제품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볼드 무브’에는 장애인이 자신의 불편을 용기 있게 이야기하고(Bold), 이를 함께 해결하며 변화를 만들어 가자(Move)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글. 편집실
불편을 발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지원하거나 배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장애인의 경험 자체를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이야말로 제품과 서비스가 놓치고 있던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볼드 무브(Bold Move)’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했다. 즉, 장애인과 고령자, 비장애인 고객은 생활 속에서 경험한 불편과 개선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기업은 이를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한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실제 사용자와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장애인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사용 경험의 전문가’로 대한다는 점에 있다. 휠체어 사용자와 시·청각장애인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비장애 사용자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장벽과 불편을 가장 먼저 발견한다. LG전자는 이들의 경험 속에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단서가 있다고 판단, 가전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며 느낀 불편과 접근성 개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볼드 무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장애인의 경험은 특별한 요구가 아니라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단서라는 점이다. 장애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 편리함은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도 확장될 수 있다.
접근성 개선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고객 참여형 커뮤니티 ‘볼드 무브(Bold Move)’ ⓒ LG전자 뉴스룸
모두를 위한 기술, ‘접근성’
접근성은 흔히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능이나 배려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계에 가깝다. 이러한 철학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연령이나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LG전자는 그동안 다양한 접근성 개선 사례를 선보여 왔다. 휠체어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높이와 동선을 고려한 가전 기능,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촉각 표시, 적은 힘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손잡이와 버튼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언뜻 보면 특정 사용자를 위한 기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령자나 어린이, 일시적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손에 힘이 부족한 사람이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는 고령자뿐 아니라 무거운 짐을 든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점자와 촉각 표시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어두운 환경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결국 장애인을 고려한 설계가 사용성 전반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편리함이 더 많은 사람의 편리함으로 확장될 때, 접근성은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된다.
보다 손쉬운 사용을 돕는 보조 액세서리 ‘LG 컴포트 키트’ ⓒ LG전자 뉴스룸
ESG의 새로운 기준, ‘함께 설계하기’
최근 ESG 경영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기업 운영 전반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회(Social) 영역 역시 과거의 기부나 후원, 장애인 채용 확대와 같은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 자체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의 볼드 무브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애인과 고령자, 다양한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 생활 속 불편을 제안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은 사회적 책임을 제품 혁신과 연결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회문제를 기업 외부의 과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 과정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당사자 참여’에 있다. 실제로 불편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과정에 참여할 때,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결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이를 통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고, 사회는 보다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사회적 가치와 혁신이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일방적인 지원보다 당사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볼드 무브는 사회적 책임을 경영 전략과 제품 혁신의 중심에 놓고, 다양한 사용자의 경험을 기업 성장의 자산으로 연결한 사례다. ESG가 선언이나 캠페인을 넘어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접근성 문제를 살펴보며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볼드 무브 참가자들 ⓒ LG전자 뉴스룸
장애인의 경험이 만드는 변화
장애인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고용과 복지의 관점에 머무르곤 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지역사회 구성원이기도 하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집과 거리, 상점과 문화시설에서 살아가는 시간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이야기할 때는 고용 기회뿐 아니라 일상 속 접근성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사회참여의 기반이 된다. 누구나 정보를 얻고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때 교육과 고용, 문화생활과 지역사회 활동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경험은 배려를 위한 참고사항이 아니라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핵심 자산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제품과 서비스 설계 과정에 반영될 때, 기업의 혁신은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접근성과 사회적 책임이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를 넘어 모두를 위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례 돋보기
기업은 어떻게 접근성을 혁신으로 바꾸고 있을까
삼성전자 ‘사내 장애인 자문단’2)
삼성전자는 시각·청각·지체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 자문단을 운영하며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성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 사용자가 겪는 불편을 제품 기획 단계부터 검토함으로써 보다 포용적인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고자 한다.
미래에셋증권 ‘금융 접근성’3)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장을 도입하고 전용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역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접근권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본 ‘마이너리티 디자인’4)
일본에서는 장애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마이너리티 디자인(Minority Design)’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의 불편에서 출발한 의류와 생활용품은 비장애인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접근성이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https://consulting.esingo.or.kr/empm/empmCaseAndStats/esgMngmtCase.do
3) https://www.today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953
4)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6/20/2022062000036.html
- 황성수, 「LG전자, 장애인 접근성 높인다… ‘볼드 무브’ 운영」, 글로벌에픽, 2024.11.15.
- 손예지, 「LG전자, ‘볼드 무브’ 시즌2 운영…고객과 제품 개선 아이디어 찾는다」, 핀포인트뉴스, 2026.05.31.
- https://consulting.esingo.or.kr/empm/empmCaseAndStats/esgMngmtCase.do
- https://www.today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953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6/20/20220620000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