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여러 순간에 배움이 필요하다.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금미숙 센터장은 평생교육을 ‘삶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배움’이라고 말한다. 배움을 통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그 힘이 자립과 사회참여, 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장애인 평생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Q. 안녕하세요.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에서 맡고 계신 일과,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장애인과 일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금미숙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현재는 교육부 소속 국립특수교육원에서 교육전문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는 장애인이 언제 어디서나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곳입니다. 장애인 평생교육 현황을 조사하고 정책을 연구하는 한편, 지역의 평생교육 기반을 넓히고 교육 자료를 개발·보급하며 현장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흔히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를 먼저 떠올리지만,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직업을 준비하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 배움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평생교육은 ‘삶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수강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며 자립과 사회참여, 일자리로 나아가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금미숙 센터장
Q. 과거 장애인 교육이 학교교육이나 직업훈련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생애 전반에 걸친 평생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우리 삶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제는 한 번 배운 지식만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된 거죠. 취업한 뒤에는 새로운 직무를 익혀야 하고, 디지털 기술을 배우거나 때로는 새로운 진로를 찾기도 합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교육이나 고용, 정보 접근 등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학교 졸업 이후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중요해요. 이에 과거에는 장애인 교육을 주로 학교교육의 틀에서 바라봤던 정책의 관점도 이제는 교육에서 진로와 취업, 자립과 사회참여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적 관점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2025년 11월 11일 제정되어 2027년 5월 시행을 앞둔 「장애인평생교육법」도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장애인의 평생학습권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거예요.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과 제도가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고요. 장애인이 지역의 평생학습관이나 도서관, 복지관, 대학 등 가까운 곳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선택하고, 배운 내용을 일과 생활 속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Q. 평생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접하셨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장에 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례를 만나게 되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거창한 성과나 성공보다는 일상의 ‘긍정적 변화’일 때가 많아요.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교육기관을 찾던 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혼자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기도 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교육을 받은 뒤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거나 키오스크를 이용하며 기뻐하는 경우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어요. 또,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성인 장애인이 학력인정기관에서 열심히 공부해 졸업한 끝에 “공부가 내 삶에 빛이 되었다”고 했던 말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평생교육의 성과는 단순히 “몇 명이 교육에 참여했고, 몇 명이 졸업장을 받았는가”, 혹은 “몇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얼마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가”라는 기준으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보다는 “이 교육을 통해 한 사람의 삶에서 무엇이 가능해졌는가”를 물어야 하죠.
누군가에게는 혼자 버스를 타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직업을 갖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계기, 혹은 집에만 머물던 삶에서 벗어나 세상을 만나러 나오는 계기가 되겠죠. 중요한 것은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결국 장애인 한 사람의 자립과 사회참여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교육에 활용되는 자료에 대해 설명하는 금 센터장
Q. 그렇다면 센터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장애인 평생교육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평생교육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가치를 꼽는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일 거예요.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가면서, 삶의 여러 순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다른 사람이 정해준 삶을 따르기보다 배우고 싶은 것을 직접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평생교육은 장애인을 단순히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스스로 배우고 선택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학습의 주체이자 시민으로 바라보는 것, 저는 그것이 장애인 평생교육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Q.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에게는 특히 ‘일’이 중요한 주제입니다. 평생교육은 장애인의 일자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배움’과 ‘일’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에요. 취업을 위해 배움이 필요하지만, 취업 이후에도 배움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직무가 달라지고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고용 사이의 연결고리일 겁니다. 교육기관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직업 세계와 단절되어 있으면 실제 취업이나 직무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지역의 기업과 장애인 고용 관련 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 평생교육기관 등이 함께 장애인이 배우고 경험하고 일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죠.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교육을 받았다”에서 끝날 게 아니라, 무엇을 배웠고, 그 배움이 어떤 역량으로 이어졌으며, 그것이 실제 일과 삶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까지 살펴보는 평생교육이 필요합니다.
Q.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디지털 역량을 위한 평생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디지털 역량은 이미 일상생활과 사회참여를 위한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았어요. 은행 업무나 교통, 쇼핑, 병원 예약은 물론이고 구직과 직장생활까지 디지털 기술이 쓰이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죠.
특히 AI의 확산은 장애인에게 새로운 장벽이 될 수도, 반대로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음성인식이나 자막, 이미지 설명, 의사소통 지원 같은 기술을 잘 활용하면 장애로 인한 제약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장애인 대상 디지털 교육도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히는 수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애 유형과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콘텐츠를 마련하고, 필요한 보조공학과 접근성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해요.
앞으로 AI를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이 또다시 뒤처지거나 새로운 차별을 경험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 결국 장애인 평생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디지털 환경을 자신의 생활과 일에 활용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해요. 그것이 장애인 디지털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고요.
직원들과 둘러앉아 회의하는 모습
Q. 장애인 평생학습도시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특징은 무엇이며, 장애인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배우는 것’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습니다.
평생교육은 무엇보다 일상 가까이에 있어야 해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너무 멀리 있거나 이동하기 어렵다면 실제로 참여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장애 특성과 학습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동과 편의 같은 접근성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인 평생학습도시’가 바로, 장애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지역의 평생교육 기반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둔 사업이죠. 2026년에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국비와 지방비를 바탕으로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의 기반을 마련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평생교육기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복지관이나 자립생활시설, 도서관, 문화시설, 대학, 기업 등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해 장애인이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지역사회 어디에서나 ‘모두가 자연스럽게 함께 배우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Q. 지역별 교육 기회나 접근성의 차이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제도와 정책이 지역 간 격차 없이 안착하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접근성이에요. 단순히 교육기관까지 이동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지, 자신의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지, 디지털 환경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까지 함께 봐야 해요.
전문성도 중요합니다. 장애의 특성과 개인별 학습 요구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와 교육의 질이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결국 장애인이 어디에 살든 일정 수준 이상의 평생교육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 그것이 국가가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살펴야 할 역할일 겁니다.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리플릿(좌), 기관 현판(우)
Q. 앞으로 장애인 평생교육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10년 뒤 기대하시는 모습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지금도 ‘배움’으로 삶의 환경을 넓혀가고 있는 장애인과 가족, 현장의 관계자들에게 한 말씀 전해 주세요.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장애인 평생교육의 핵심은 ‘배움의 기회’를 ‘삶의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에요. 법과 제도를 갖추고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성과는 결국 장애인의 삶에서 확인되어야 하거든요. 졸업 이후에도 지역사회와 대학 등에서 계속 배우고, 그 배움이 진로와 직업으로 이어지며, 취업 이후에도 필요한 역량을 다시 배울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10년쯤 뒤에는 ‘장애인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더 이상 특별한 영역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애 유무와는 상관없이 동네 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 대학, 문화시설 등에서 함께 배우고, 필요할 경우 특성에 맞는 지원도 가능한 사회였으면 해요. 그 누구도 소외됨 없이 배우고, 그 배움을 기반으로 누구든지 자립과 일, 행복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움에는 정해진 나이도, 속도도 없어요. 조금 늦게 시작해도 되고, 서로 다른 방식이어도 괜찮아요. 그저 배움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늘어나고, 내가 원하는 삶에 조금씩 가까워지면 됩니다.
그러니 부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여러분께서는 필요한 교육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 주세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도 현장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겠습니다. 배움이 기회가 되고, 그 기회가 일과 자립으로 이어지며, 장애인이 평생 배우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할게요.
우리 지역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일까?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는 장애인이 지역 안에서 필요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평생교육 기반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특성과 장애인의 학습 수요에 맞춰 문화예술, 직업능력, 디지털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전국 102개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돼 있다.
배우고 싶은 강좌는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으로!
19세 이상 등록장애인이 평생교육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1인당 35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별 모집 일정에 따라 신청하며, 선정되면 등록된 교육기관의 수강료와 교재비 등에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