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나 특정 프로그램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배움’이란 거창한 교육과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는 일 역시 배움의 중요한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배움의 공간 가운데 하나가 도서관일 것이다. 이번 ‘이달의 픽’에서는 장애인의 배움과 정보 접근을 돕는 도서관과 관련 서비스를 살펴본다.
글. 편집실
배움의 문턱을 낮추는 장애인도서관
누구나 원하는 책과 정보에 접근하고, 필요한 지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익힐 수 있어야 하지만 장애인에게 도서관은 때때로 여러 장벽을 품은 공간이 된다. 건물에 들어가는 것부터 책을 찾고 읽는 일, 도서관까지 이동하는 과정까지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도서관은 단순히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갖춘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눈으로 읽기 어렵다면 귀나 손끝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책장을 넘기기 어렵다면 이를 돕는 기기가 필요하다. 도서관까지 갈 수 없다면 필요한 자료가 이용자를 찾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장애 특성에 맞는 자료와 시설, 서비스를 갖춰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애인도서관의 역할이다.
장애인문학 도서, 대체자료 전시 및 이용 공간(출처 - 국립장애인도서관)
화면해설영상물 및 수화·자막 삽입 영상물을 관람하는 공간(출처 - 국립장애인도서관)
시각·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음성 및 수어로 대면 낭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출처 - 국립장애인도서관)
정보 접근을 넓히는 ‘국립장애인도서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지식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장애인도서관 서비스 기관이다. 일반 인쇄자료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점자자료, 음성자료, 수어영상자료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자료를 제작·보급하고, 장애 유형에 맞춘 독서보조기기와 정보 접근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읽는 방식’이 하나로 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나 음성으로, 청각장애인은 수어와 자막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지체장애인의 경우 책장을 넘기거나 기기를 조작하는 데 필요한 보조공학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장애 특성에 따라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도 필요한 지식과 자료를 스스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보 접근을 돕기 위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정보누리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독서확대기와 점자정보단말기, 화면낭독·화면확대 프로그램을 비롯해 영상전화기와 보청기, 높낮이조절책상, 특수키보드와 마우스, 페이지터너 등 다양한 보조공학기기가 마련돼 있다. 정보 검색과 영상자료 이용은 물론 교육과 토론을 위한 공간도 갖춰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니터이동보조기
데이지플레이어
음성증폭기
독서보조기기(출처 - 국립장애인도서관)
대체자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점자도서와 전자점자자료, 데이지(DAISY) 자료1), 음성자료, 수어영상도서 등은 일반 인쇄물을 그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또 다른 ‘읽기의 방식’을 제공한다. 전국 도서관이 보유한 대체자료는 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을 통해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어 보다 폭넓은 지식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곳을 넘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하며, 배움을 이어 가는 생활 속 학습 공간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 특성에 맞는 자료와 기기,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이 이러한 배움의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정보 접근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1) 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의 약자로, 시각장애인 등 인쇄물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책의 내용을 음성이나 텍스트로 이용하고, 목차·장·절·페이지 단위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한 디지털 자료를 뜻한다.
PC 및 소장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출처 - 국립장애인도서관)
책이 내게 온다, ‘책나래’ 서비스
그러나 아무리 편리한 시설과 다양한 자료를 갖춘 도서관이라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이동에 제약이 있거나 외출이 쉽지 않은 장애인에게는 도서관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운영되는 서비스가 ‘책나래’다. 책나래는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 등이 필요한 자료를 집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우체국 택배를 통해 무료로 대출·반납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도서관으로 찾아가는 대신 필요한 책과 자료가 생활공간까지 찾아오는 셈이다.
Ⓒ 클립아트코리아
이용 대상은 보건복지부 등록 장애인을 비롯해 국가보훈부 등록 국가유공상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한 장기요양대상자다. 참여 도서관이 소장한 자료 가운데 관외대출이 가능한 일반도서와 비도서, 장애인 대체자료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대출 권수와 기간은 각 도서관의 규정에 따른다.
이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먼저 자료를 이용할 지역 도서관의 회원으로 가입한 뒤 책나래 누리집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나의 도서관’을 등록하면 된다. 해당 도서관의 승인이 완료되면 원하는 자료를 신청할 수 있으며, 도서관은 신청 자료를 택배로 발송한다. 이용을 마친 뒤에는 책나래를 통해 반납을 신청하면 된다.
배움이 일상에 닿을 수 있도록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 특성에 맞는 자료와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정보 접근의 문턱을 낮추고, 책나래 서비스는 도서관을 직접 찾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필요한 자료를 집까지 전달한다. 읽는 방식과 이용하는 장소가 달라도 원하는 자료를 스스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에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일상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배움의 기반이 된다.
이러한 역할은 국립장애인도서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 곳곳의 장애인도서관도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정보 접근과 학습을 지원하며 배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자료와 학습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동도서관 ‘북소리버스’를 통해 시각장애 아동을 직접 찾아가는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 강남구의 하상시각장애인도서관2) 역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과 학습을 지원하는 지역의 전문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2)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도서관으로, 시각장애인의 독서정보접근과 문화생활 증진을 위해 1982년 설립됐다.
Ⓒ 클립아트코리아
결국 장애인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공간을 넘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정보를 접하고 필요한 지식을 찾으며 배움의 기회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일을 시작한 뒤에도, 나이가 들어서도 배움은 계속된다.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와 관심에 따라 배우고 익히며 삶의 영역을 넓혀 갈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의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평생교육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우리 지역 장애인도서관 찾기
해밀도서관(부천시, 032-650-4600)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를 비롯해 독서·문화 활동을 지원하며 지역사회 속 열린 배움터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수원시, 031-213-7722)
시각장애인의 지식정보 접근을 지원하는 전문 도서관이다. 점자·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자료를 제작·제공하며, 자료 이용과 점자교육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독서와 학습을 지원한다.
강원점자도서관(춘천시, 033-262-1920)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음성자료 등 대체자료를 제공하는 지역 전문 도서관이다. 자료 이용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독서문화와 정보 접근을 지원한다.
울산광역시점자도서관(울산시, 052-256-3308~9)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와 녹음도서, 전자자료 등을 제공하는 전문 도서관이다.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책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남점자정보도서관(창원시, 055-241-0023)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음성 등 대체자료를 제공하고 정보 이용을 지원하는 전문 도서관이다. 지역의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독서와 학습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지식정보 접근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 다른 지역의 장애인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공공도서관에도 접근성 서비스가 있어요!
장애인 전문도서관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접근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큰글자도서와 오디오북 등 대체자료를 비롯해 독서확대기와 같은 보조기기, 장애인 열람석, 자료검색·이용 지원, 책나래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도서관마다 제공하는 서비스와 보조기기가 다르므로 방문 전 누리집이나 전화로 확인하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