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김지은 위원장, 고제훈 부위원장, 정범근 사무처장(이하 세 사람)이 ‘오프 타임’을 통해 특별한 시도를 했다. 종종 텔레비전을 통해 경험했던 진지하고 엄숙한 이미지의, 바로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격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에 도전하는 세 사람의 분위기 역시 팽팽하다. 총을 잡는 자세부터 가늠자와 가늠쇠를 맞추는 일, 호흡을 고르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까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다.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영상. 황의진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안전’
사격이라고 하면 먼저 ‘탕!’ 하는 총성과 과녁 한가운데를 맞히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로 사대 앞에 서면 그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의외로 고요함이다. 총을 들고 표적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한 발을 쏘기까지, 몸의 움직임은 크지 않아도 모든 신경이 눈앞의 표적에 모인다. 힘껏 움직이는 운동이라기보다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집중하는 스포츠인 것이다.
사대 위에 놓인 공기권총을 처음 마주한 세 사람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긴장이 동시에 번졌다. 화면으로 볼 때는 작고 단순해 보였지만 직접 손에 들어보니 생각보다 묵직하다. 어떻게 잡아야 할지, 팔은 어느 정도 들어야 할지 모든 동작이 낯설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기대가 생기는 듯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탕!’하는 소리는 가슴의 어디까지를 뚫어줄까.
본격적으로 사격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익힌 것은 ‘잘 맞히는 법’이 아니었다. 바로 안전이었다. 총을 다루는 동안에는 정해진 방향과 순서를 반드시 지켜야 하며, 잠시 자세를 풀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사격장에서는 작은 방심 하나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코치의 안내에 따라 총을 잡고 내려놓는 순간부터 총구의 방향,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는 시점까지 하나하나 익혀 나갔다. 조심스럽고 어색했던 움직임도 반복할수록 조금씩 익숙해졌다. 안전수칙을 익힌 뒤, 세 사람은 사대에 서서 표적을 향해 총을 들었다.
호흡과 시선, 손끝을 하나로
설명으로 들을 때는 간단해 보였지만 직접 해보니 쉽지 않았다. 팔을 들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가늠자와 가늠쇠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숨을 멈추고 있었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올리자 애써 맞춘 조준선도 미세하게 흔들렸다. 어깨의 힘을 풀고 호흡을 이어가가라는 코치님 안내에 따라, 세 사람은 총을 잠시 내렸다가 다시 들어 올리며 시선과 자세를 맞춘다. 급하게 방아쇠를 당기려 하기보다 흔들림이 잦아들 때까지 호흡을 고르는 연습도 이어졌다. 같은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하자 낯설었던 자세가 조금씩 몸에 익었다. 이제 세 사람의 시선은 눈앞의 표적에 머물렀다.
짧은 격발음 뒤 찾아온 몰입
총을 들어 다시 자세를 잡자 주변의 기척은 멀어지고, 세상에 자신만 남은 듯했다. 가늠자와 가늠쇠를 맞추고 호흡을 고르는 동안 시선은 오롯이 눈앞의 표적에 머문다.
‘탕!’
짧은 격발음이 실내에 울렸다. 생각보다 큰 소리에 순간 놀라기도 했지만, 첫발을 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궁금증이 앞선다. 과연 어디에 맞았을까. 표적지를 가까이 당겨보자 검은 원 주변으로 작은 탄흔이 선명하다. 큰 소리와 함께 날아간 한 발이 남긴 것은 작은 구멍 하나였지만, 세 사람의 표정에는 그보다 훨씬 큰 시원함이 번졌다.
첫 탄흔을 확인한 뒤부터는 사격을 대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직전의 탄착점을 살펴 총구의 높이와 방향을 조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자세와 조준점을 다시 점검했다. 호흡과 시선, 손끝의 미세한 조절이 다음 한 발의 결과를 바꾼다. 그것이 사격의 묘미였다.
방아쇠를 당기는 속도도 제각각이었다. 비교적 빠르게 다음 발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참 동안 표적을 바라본 뒤 신중하게 쏘는 사람도 있었다. 몇 발을 거듭하는 사이 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속도보다 자신에게 맞는 호흡과 리듬을 찾아갔다. 그렇게 낯설었던 사격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표적 위에 남은 작은 성취
사격을 마친 세 사람은 표적지를 한 데 펼쳐 놓았다. 중앙 가까이 모인 탄흔을 찾고, 열 발이 모두 표적 안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점수를 비교했다. 사격 전의 긴장된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관심은 ‘어디에 맞았는지’로 옮겨가 있었다. 탄흔의 위치를 따라가다 보니 방금 전의 자세와 호흡, 방아쇠를 당기던 순간도 자연스럽게 되짚어졌다.
돌이켜보니 사격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무섭거나 엄숙한 경험만은 아니었다. 표적에 집중해 한 발씩 쏘다 보니 잡념이 사라졌고, 격발 뒤에는 답답했던 마음까지 시원하게 풀리는 듯했다.
사격은 큰 동작보다 작은 차이가 결과를 가르는 스포츠다.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호흡이나 손끝의 힘이 달라져도 총구는 흔들린다. 시선과 호흡, 손끝의 감각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 결국 한 발의 정확도를 만든다.
그래서 이날 남은 것은 점수만이 아니었다. 낯선 총을 안전하게 다루고, 자신의 호흡과 자세를 찾아가며 한 발씩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었다. 표적 위의 작은 탄흔은 그 과정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장애인 사격은 1976년 캐나다 토론토 하계 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열렸다. 패럴림픽 경기는 소총과 권총으로 나뉘며, 선수는 장애가 사격 동작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등급을 배정받는다. SH1은 직접 총을 지탱해 소총 또는 권총 경기에 출전하고, SH2는 받침대의 도움을 받아 소총 경기에 출전한다. 한편, 지난 9월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6 창원 장애인사격 세계선수권대회’에는 53개국 선수 324명이 출전했다. 한국 대표팀은 메달 21개를 획득하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지은 위원장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대표해 공단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보통 여러 현안을 고민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은데, 오늘만큼은 다른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과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격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처음에는 긴장했던 것 같은데, 막상 해보니 호흡을 가다듬고 과녁에 집중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워요. 동료들과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하며 시원하게 웃었던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고제훈 수석부위원장
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을 보좌하고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노동조합의 운영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합원들의 근무환경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현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죠. 처음 10m 거리의 과녁을 보고는 ‘꽤 먼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격 경험이 많지 않아 얼마나 맞힐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자세를 잡고 조준하는 일에 높은 집중력이 필요했지만, 한 발씩 쏠 때마다 조금씩 감을 잡기도 했습니다. 자세와 호흡, 과녁에만 집중하는 내내 자연스럽게 업무에서 벗어나 좋았던 것 같아요. 동료들과 점수를 비교하고 서로의 자세를 살펴주며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유쾌한 시간이었어요.
정범근 사무처장
처음에는 자세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과녁을 제대로 맞힐 수 있을지 조금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조준점이 달라져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운동이더군요. 과녁을 잘 맞혔을 때의 성취감도 제법 컸어요. 평소 조합의 전반적인 실무와 운영을 담당하며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 때가 많은데,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과녁을 바라보는 동안만큼은 다른 생각을 잊을 수 있어 좋은 기분전환이 됐어요. 동료들과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