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함께

나로 시작해 우리로 퍼지는
가치소비

글. 임산하

사회를 위한 작은 선택이 모이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가치소비의 모습을 살펴보고, 스스로 가치 있는 이정표를 만들어 함께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 클릭 하나에 담기는 나의 가치관

  •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립니다!” 유튜브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하나의 유행어로 굳어진 말이다. 보통 콘텐츠 말미에 등장하는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일이지만 누구나 쉽게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을 누르진 않는다. 나의 구독 목록은 알고리즘에 영향을 주고, 메인 페이지의 구성을 결정짓는다. 그것이 나와 대치되는 콘텐츠로 가득하길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불구취’ 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가치관에 어긋나는 콘텐츠는 적극적으로 거부한다는 뜻이다. 성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나 낮은 인권 감수성이 드러나는 콘텐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돈쭐’이라는 말도 눈여겨볼 만하다. ‘돈’과 ‘혼쭐’을 결합한 이 단어는 ‘돈으로 혼내준다’는 뜻인데, 반어적으로 해석된다.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거나,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개인을 응원하는 것. 종내에는 좋은 행동이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사회에 전파하기도 한다. ‘돈쭐’ 하면 꼭 등장하는 기업이 있는데 바로 식품 전문 업체 오뚜기다.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시각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해 해당 선을 겉면에서도 알 수 있게 새겼고, 컵라면뿐만 아니라 컵밥 등의 겉면에도 제품명,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점자로 표기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책임 경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기업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돈쭐 오뚜기

      돈쭐 오뚜기
      ⓒ오뚜기

    • CRUELTY-FREE

      CRUELTY-FREE

    • GREENSUMER

      GREENSUMER

  • 필환경 시대, 환경을 향한 미닝아웃

  • 이제 가치소비에 대해 살펴볼 때다. ‘가치소비’란 말 그대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소비’를 뜻한다. 그래서 소비의 주체인 ‘나’를 만족시키는 소비를 한다.
    가치소비는 ‘미닝아웃(Meaning Out)’ 형태로 발현된다. ‘미닝아웃’ 이란 나의 신념을 드러내고 표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소신 소비’라 할 수 있다. 가치관의 영역이 다양하듯 미닝아웃의 모습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며,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최근에는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그린슈머(Greensumer)를 자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린슈머는 자연을 상징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가 더해진 말로, ‘녹색소비자’라 할 수 있다.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고, 제품의 생산 방식, 원료, 포장재 등을 꼼꼼히 살피는 이들은 ‘나’의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한다. ‘환경을 필수로 고려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그린슈머를 주목해야 한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928명 중 79%가 ‘나는 가치소비자’라고 응답했고, 가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ESG 활동 중 가장 큰 관심 분야를 환경(64.7%)으로 꼽았다. ‘그린슈머’는 ‘가불구취’, ‘돈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환경에 집중하는 자신의 가치관과 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 함께 고민해야 하는 녹색 실천

  • 환경을 위해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하거나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을 갖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비건’이 부상하고 있다. 흔히 ‘비건’이라고 하면 식습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데, 비건은 식사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적용된다. 특히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실천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동물가죽 신발과 시계, 모코트와 울코트가 가득하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이 된 ‘롱패딩’은 패션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1인 1롱패딩’이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그린슈머들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기술이 발달해 웰론·신슐레이트 등의 신소재 충전재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무자비하게 뽑힌 오리털·거위털 옷이 다수다. 세계적인 브랜드들도 앞다퉈 ‘모피 거부’를 선언하고 있지만, 여전히 덕다운·구스다운은 인기다. 이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의 따뜻함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켜야 하는 것인가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조금만 방향을 틀면, 나의 소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작은 소비가 사회의 알고리즘이 된다. 그러니 결코 작은 행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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