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공감

먹방이 주는
헛헛한 행복

글. 임산하

대세가 된 먹방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불린다. 식욕이라는 본능을 자극해 강렬한 재미를 주면서 거듭 성장해 가고 있다.그러나 즐거운 밥상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때다.

<나 혼자 산다> 팜유 원정대 영상 썸네일 (출처: 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

  • 설명이 필요 없는 대세 콘텐츠, 먹방

  • 한국인은 밥심이랬나. 우리는 안부도 밥으로 물을 정도로 밥에 진심이다. 게다가 밥은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이고, 식욕은 생존에 필요한 본능이다. 그러니 밥을 찾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게다가 입맛까지 도는 식사라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먹방 콘텐츠에 시선이 가는 것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건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먹방은 ‘먹는 방송’을 뜻한다. 이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는 누구나 아는 단어가 되었는데, 해외에서도 먹방이 우리말 발음 그대로 ‘Mukbang’으로 불린다는 것이 먹방이 대중화되었음을 증명한다.
    먹방을 이야기하려면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부터 짚어야 한다. 2010년대 초, BJ들은 음식을 먹으며 라이브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삼시 세끼에 나눠 먹어도 못 다 먹을 양의 음식을 금세 해치우는 ‘식사 천재’의 면모를 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낯선 콘텐츠가 주는 새로운 자극에 대중들이 반응한 것이다. 이후 동영상 플랫폼의 대세로 떠오른 유튜브에서도 먹방은 계속되었는데, 여기에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 합세해 청각적 자극을 주는 등 변화가 이어졌다. 또한 ‘크리에이터’라는 말에 걸맞게 이슈가 되는 음식을 먹거나 개인이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챌린지(그러나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들)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체다치즈 100장 라면부터 녹말 이쑤시개 튀김까지, 특히 짧고 강렬한 쇼츠가 등장하면서 자극적인 소재들은 계속해서 발전(?)해 가고 있다.

  • 개념이 확장되어 진화하는 먹방

  •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지만, 먹방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는 먹방의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이해된다. 본래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와 소통하던 방송뿐만 아니라 음식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그래서 식당에 방문하거나 지역의 미식을 소개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이제는 먹방이라 불린다. 이처럼 먹방을 차용한 예능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먹방’은 믿고 보는 콘텐츠가 되었다.
    먹는 것 하나는 자신 있는 이들이 제대로 ‘먹부림’을 보여 주는 <맛있는 녀석들>처럼 그야말로 ‘먹방’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맛집의 줄을 서서 들어가는 <줄 서는 식당>, 전국 시장의 핫한 음식을 걸고 게임하는 <놀라운 토요일>, 본래 먹방 예능은 아니지만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하나 된 ‘팜유 원정대’와 함께하는 <나 혼자 산다> 등 먹방 예능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전현무계획>은 무계획 먹방 여행으로 ‘길바닥 먹큐멘터리’라고도 불리는데, 이처럼 먹방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속에서도 새롭게 진화하는 중이다.
    유튜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맛집을 추천받는 <또간집>, 출연자 본인의 맛집을 소개하는 <성시경의 먹을텐데> 등. 이곳에 나온 식당들은 바로 웨이팅을 해야 하는 곳이 되어 단골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다. 이 콘텐츠들은 쇼츠로도 제작되어 SNS에서 뜨겁게 공유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먹방은 방송계에 호재다.

    • ‘치즈100장 불닭볶음면’을 소개하는 콘텐츠 썸네일 (출처: 유튜브 채널 허팝)

      ‘치즈100장 불닭볶음면’을 소개하는 콘텐츠 썸네일 (출처: 유튜브 채널 허팝)

    • 시간에 쫓겨 뭐든 빠르게 회복하고
      성취하지 않으면 낙오되는 문화에서
      찾은 행복이 먹방인 셈이다.
      ‘밥 먹여 주지 않는 사회’에서 찾게 되는 ‘밥’.
      그런데 이 또한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자극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먹방이 건네는 행복과 자극 사이

  • “인간의 욕구 중 식욕을 당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먹방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는 끊임없을 것이다.” 약 7년간 <맛있는 녀석들>을 연출했고, 지금은 <토요일은 밥이 좋아>를 이끄는 이영식 PD가 일간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먹방을 향한 시청자의 애정은 변함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성비’ 좋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음식이라는 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시간에 쫓겨 뭐든 빠르게 회복하고 성취하지 않으면 낙오되는 문화에서 찾은 행복이 먹방인 셈이다.
    ‘밥 먹여 주지 않는 사회’에서 찾게 되는 ‘밥’. 그런데 이 또한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자극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먹방으로 인해 관련 정보가 방대해시면서, 줄을 서지 않으면, 유명한 맛집이 아니면 식사조차도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 사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보여 주듯 음식은 우리에게 삶이고 위로였다. 이제는 밥상의 가치를 다시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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