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안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내 홍보모델
4인의 보석비누 만들기

나만의 색과 향기를 담은
비누로 깨끗해지자

글. 김엘진  
사진. 신현균

반짝반짝 보석처럼 영롱하고 투명한 비누를 내 손으로 만들면, 과연 쉽게 써버릴 수 있을까?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뚜렷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사내 홍보모델 네 사람이 모여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담은 보석 비누를 만들기로 했다.

 임철영 주임, 임효진 대리, 이병현 대리, 정겨울 선수(왼쪽부터 시계방향)

임철영 주임, 임효진 대리, 이병현 대리, 정겨울 선수(왼쪽부터 시계방향)

  • “금지된 외출을 나왔어요”

  • 지난 6월 4일 「2024년 제19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 <장애인과 일터> 편집팀은 보석비누 원데이 클래스를 위해 박람회장에서 ‘사내 홍보모델 위촉식’을 막 마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네 사람을 인근 ‘행복지수’ 공방으로 안내했다. 본부 기업지원부 이병현 대리, 제주지사 기업지원부 임효진 대리, 대전지역본부 취업지원부 임철영 주임, 휠체어배드민턴팀 정겨울 선수였다.
    정겨울 선수는 이 일정을 마치고 바로 이천의 선수촌으로 돌아가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며 감독님이 박람회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선수촌에서 원래 외출은 수요일 오후 잠깐이랑 주말에만 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오늘은 사실 하면 안 되는 외출을 나온 거예요. 들어가서 저녁 훈련을 해야 해요.” 제주에 있다는 본가에도 일 년에 한 번씩만 갈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에 모두 입을 딱 벌리고 있을 때, 오늘의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해줄 행복지수 공방의 이지수 선생님이 등장했다.
    “오늘은 반짝반짝하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보석비누를 만들 거예요.”

    비누 베이스를 조각내고 있는 임효진 대리

    비누 베이스를 조각내고 있는 임효진 대리

    “한층 쌓아올리고 굳었다가 다시 쌓아올리는 과정이잖아요.
    뭔가 제가 공단에 입사하고 업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각자의 성향이 드러나는 만들기 과정

  • “먼저 앞에 놓인 비누 베이스를 녹일 거예요. 다섯 등분을 해서 세 덩이는 잘 녹을 정도로 작게 잘라주시면 제가 녹여드릴게요. 그리고 나머지 두 덩이는 원하시는 모양으로 조각을 내면 되는데, 비정형으로 조각을 내는 게 나중에 예쁘게 나와요.”
    선생님의 첫 지시에 네 사람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로 조심스럽게 비누 베이스를 다섯 등분하고 그중 세 조각을 잘게 자른다. 간단한 과정이지만 각자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임철영 주임이 가장 빠르고 거침없이 움직였다. 철영 주임은 순식간에 비누 베이스를 마구 조각내 선생님에게 건넸다. 반면 병현 대리와 겨울 선수는 조심스레 비누 베이스에 칼을 가져다 댄다. 가장 천천히 조각을 내는 이는 효진 대리다.
    다른 세 사람이 아직 비누를 조각내는 것을 보던 철영 주임이 불쑥 “저는 요리가 취미거든요, 그래서 손이 빠른 편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가장 잘하는 요리를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짜장라면이요”라고 대답하더니 깔깔 웃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각자의 비누를 자르고 있던 세 사람도 그의 웃음에 전염된 듯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단계는 컬러와 향의 선택이었다. 네 사람은 각각 원하는 컬러 세 종류와 향 오일을 한 가지씩 선택했다. 효진 대리는 신중하게 하늘, 분홍, 보라색과 시트러스 향을 선택했다. 이어 철영 주임은 빠르게 노랑, 주황, 빨강색과 한라산 향을, 이 대리는 노랑, 파랑, 초록색과 복숭아 향을, 그리고 정 선수는 노랑, 연두, 하늘색과 레몬 향을 골랐다. 이들이 향과 컬러를 고르는 동안 비누 베이스를 녹인 선생님은 이 액체를 각각 세 개의 종이컵에 나눠 담아 네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각 종이컵에 색소를 한 가지씩 섞어주세요. 생각보다 빨리 굳으니까 5분 안에 모두 완벽히 섞으셔야 해요. 색소가 뭉치지 않도록 잘 저어주세요. 그리고 향 오일도 10방울씩 넣어주세요.”

    • 진지하게 비누를 만들고 있는 임철영 주임과 정겨울 선수

      진지하게 비누를 만들고 있는 임철영 주임과 정겨울 선수

    • 녹은 비누베이스에 첨가하는 색소와 향 오일

      녹은 비누베이스에 첨가하는 색소와 향 오일

    굳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모두 바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공방 안에 향긋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역시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철영 주임이었다. 선생님이 이어서 설명했다.
    “처음에 잘라두신 비정형 비누 조각을 이제 고무 몰드 안에 넣을 거예요. 듬성듬성 넣고 방금 전 색소와 향을 섞은 비누를 조금씩 부으면 됩니다. 두 가지 색을 한 번에 양쪽에서 붓고, 조금 굳으면 에탄올을 조금 뿌리고, 또 다른 두 가지 색을 부어주면 돼요. 그렇게 층층이 쌓아 올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철영 주임이 주황, 노랑으로 물든 액체비누를 후루룩 부었다. 중간중간 하얀색 녹인 비누를 추가하거나 금·은색 펄을 넣기도 했다. 네 사람 모두 자신만의 방식대로 몰드를 가득 채웠다. 아니, 병현 대리는 몰드를 반쯤 채우더니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저는 지금 이 상태가 딱 맘에 듭니다. 굳이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제 미적 감각으로는 지금이 완벽한 상태예요.”
    선생님은 미소지으며 네 사람의 몰드를 냉장고로 가지고 갔다. “이제 20~30분 정도 기다리면 완성될 거예요.”
    다들 한결 안심한 표정으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철영 주임님은 어떻게 그렇게 웃는 얼굴이세요?” 정 선수의 틈새 질문에 임 주임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글쎄요,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얘기라… 그냥 타고난 것 같습니다.”

  • 한 층 한 층 쌓아올리는 재미

  • 20분 후, 선생님이 비누가 든 몰드를 들고 나왔다. 곧이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비누 네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너무 상큼한데요” “임 주임님 건 꼭 캔디 같아요” “효진 대리님 비누는 색깔이 꼭 보석 같아요” “선수님 것은 요거트 케이트 같고요”
    각자 자신의 비누를 한동안 감상하는 시간이 지난 후 병현 대리부터 소감을 전했다. “사무실에만 있다가 이렇게 좋은 날씨에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나 만족스러워요. 제가 원래 아기자기하게 뭘 만드는 데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라 더 좋은 시간이었어요. 다음 연애를 하게 되면 꼭 연인과 같이 오고 싶습니다.” 그는 비누로 발을 닦겠다는 특별한 계획을 내놓았다. “평소 발에 큰 신경을 써주지 못해서 내가 만든 예쁜 비누로 발을 닦으며 좀 예뻐해 주고 싶습니다.”
    철영 주임은 “실제로 만들어 내가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만든 것 같아요.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함께 사용하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겨울 선수는 오늘의 금지된 외출이 매우 즐거웠다고 미소지었다. “항상 운동만 하다가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너무 즐거워요. 저는 선수촌 욕실에 두고 사용할래요.”
    마지막으로 효진 대리가 소감을 전했다. “한층 쌓아 올리고 굳었다가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이잖아요. 뭔가 제가 공단에 입사하고 업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입사한 지 2년이 됐고 이제 1층을 쌓아 올린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더 많이 쌓아 올리며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뭇 진지한 소감을 전한 그는 비누는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앞으로 공단의 사내 홍보모델로서 사업 홍보 등에 관련한 콘텐츠 업무에 투입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은 브이로그를 준비하고 있고요,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의 활동을 지켜봐주세요!”

    • 신중하게 향을 고르고 있는 이병현 대리

      신중하게 향을 고르고 있는 이병현 대리

    • 비누베이스를 몰드에 붓는 과정

      비누베이스를 몰드에 붓는 과정

‘참 좋은 일’을 하며 함께 성장하겠습니다.

    • 기업지원부 이병현 대리
    • 기업지원부 이병현 대리

      저는 본부 기업지원부에서 ‘장애인 고용계획 및 실시상황 보고’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든 비누가 빛이 비추어지는 각도, 주변 사물과의 조화에 따라 여러 빛깔을 내고 다양한 매력의 만듦새를 보이는 것처럼, 제가 가진 특유의 관찰력과 세심함, 공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동료들의 장점을 잘 발견할 수 있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 제주지사 기업지원부 임효진 대리
    • 제주지사 기업지원부 임효진 대리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 및 기관 서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입사 후 2년 동안 지사 내 여러 부서에서 업무를 해왔는데요, 어느 부서에서 일을 하든 외부인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참 좋은 일 하십니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공단 사업 전체에 대한 감사가 담긴 말이라 소속 직원으로서 뿌듯합니다. ‘참 좋은 일’을 하시는 공단 모든 직원분이 항상 보람찬 마음으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퇴근하시길 바랍니다.

    • 대전지역본부 취업지원부 임철영 주임
    • 대전지역본부 취업지원부 임철영 주임

      대전지역본부 취업지원부에서 취업지원 상담사 주임으로 일하며, 장애인분들께 단계별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증 청각장애인이자 경력 단절 여성분의 취업 지원을 도와드렸었는데 여전히 잘 근무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취업의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도 모두 좋은 곳에서 근무하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공단의 사원이 되고 싶습니다.

    • 휠체어배드민턴팀 정겨울 선수
    • 휠체어배드민턴팀 정겨울 선수

      2023년 배드민턴팀이 창단되며 입사했습니다. 2023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단식/복식/혼합복식 모든 종목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배드민턴팀에는 체육관과 웨이트트레이닝장이 있어 요일별로 웨이트와 기술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운동에 매진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있을 모든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훈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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