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다시 쓰여지는 호주의 장애인 복지,

‘호주 장애전략 2021~2031’

글. 이정주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 센터장

“호주에서 살고 싶어요!” 장애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가정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호주는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세계적인 복지강국이자 모두가 살고 싶은 국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호주가 따듯한 복지국가로 다가온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호주는 죄수의 유배지였고, 백호주의를 내세웠던 대표적인 인종차별국가였다. 호주의 출발은 1788년 1월 26일 영국인 죄수 736명과 하급 관리들이 뉴사우스웨일즈에 도착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 영국의 죄수는 아메리카로 보내졌다. 1783년 미국이 독립을 하자 탐험가 제임스 쿡1이 발견한 신대륙, 호주가 새로운 유배지이자 식민지가 되었다. 그때부터 영국의 죄수와 하층민은 호주로 이주했고, 이들은 원주민이었던 애버리진(Aborigine)을 몰아내며 서부개척사를 일군다. 그렇게 백여 년을 치열하게 보내고 1901년 1월1일 죄수의 땅은 영연방의 일원이 되는 영광을 안는다2. 그리고 1986년이 되어 비로소 호주는 ‘호주의 국가 의사결정권은 영국 의회에 있지 않고 호주 의회에 있다’ 는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다3.

  • 호주만의 정신적 가치, 마이트십

  • 18~19세기 절박했던 유배지, 백호주의 호주는 이제 지구상에 없다. 세계 광물자원의 보고, 농축산물 수출1위, 관광대국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복지 부국, 일인당 국민소득 6만 2,596달러(2023년) 호주의 건국 드라마만 남아있다. 호주가 복지 부국, 특히 장애인 복지 강국이 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호주인의 깊은 정서에 배어 있는 정신적 가치이다. 18세기 영국의 식민지이자 죄수 유배지에서 출발한 호주의 국가 형성 과정에서 신분의 고하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소중한 동료임을 인정하는 ‘마이트십(Mateship)4’이다. 식민지 전체 구성원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념이었다. 호주 사람들의 독특한 인사법이라 할 수 있는 ‘G'Day Mate’(Good Day Friend!)가 호주인의 보편적 인사가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마이트십은 서부개척사의 동료애를 이끌어 냈고, 이 정신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이주시켜 다문화 이민 국가로 기틀을 다진 정부 정책의 기본이기도 했다. 뿐만 아 니라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국가 생명력의 원천이 되었다. 2021년 또 다시 호주인의 마이트십을 구현하는 호주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장애전략 호주 2021~2031’이다.
    호주장애전략 2021~2031(Australia’s Disability Strategy 2021~2031, 이하 전략)은 호주에 살고 있는 장애인 정책의 기본 틀이다. 향후 10년간 호주 장애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담고 있다. UN 장애인 인권협약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UN CRPD)에 근거하여 호주가 어떻게 국제적 표준을 맞추어 갈 것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전략에는 호주인 6명 중 1명은 장애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크게 7개의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 가장 먼저 ‘고용 및 소득’을 강조하며, 이어서 ‘포용적 주거’, ‘안전과 인권’, ‘일상생활 활동지원’, ‘교육과 학습’, ‘건강과 복지’, ‘지역사회 태도’를 성과목표로 제시한다. 이 중 고용과 소득에 있어 정책적 우선순위로서 장애인 고용을 증진시키고, 젊은 장애인의 교육과 취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장애인의 소득의 안정과 재정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각 아젠다 별로 구체적인 정책적 우선순위를 발표했다.

    • 호주 장애전략 ‘Australia’s Disability Strategy 2021~2031’의 7가지 성과 과제

      호주 장애전략 ‘Australia’s Disability Strategy 2021~2031’의 7가지 성과 과제

    • 호주 장애전략 2021~2031 표지

      호주 장애전략 2021~2031 표지


    1) 제임스 쿡(James cook)은 대항해의 시대의 탐험가, 항해사, 지도 제작자이다. 하와이 등 태평양 일대의 섬을 발견한다.

    2) 식민지가 된 것이지만 그들은 영광스러운 영연방의 한 축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한다.

    3) 호주의 국가수반은 여전히 영국의 찰스3세이다.

    4) 이와 더불어 호주인의 ‘Fair Go’(공정성, 또는 공평함)라는 개념은 호주의 가장 높은 가치 중 하나로 인정되는
    ‘공평한 기회’(Equal Opportunity) 정신과 함께 여전히 살아 있으며, 이 원칙은 젊은 세대에 의해 더욱 큰 확신으로 유지되고 있다.

  • 든든한 재정과 안정된 체계

  • 두 번째 이유는 든든한 재정과 안정된 실행 체계이다. 이렇다 할 공산품 제조업도 없는데 호주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묻는 사람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호주는 전 세계 광물자원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5대 핵심광물(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의 30%가 매장된 국가이며 석유, 천연가스, 석탄은 물론이고 소고기, 밀수출 세계 1위를 다투는 세계 최고의 광물, 농목축업 수출 국가이다. 아시아의 제조업 강호 중국, 한국, 일본도 호주의 자원광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1차 산업 기반 위에 호주는 엄청난 자연풍광을 지니고 있다. 관광과 서비스 산업은 존재가 부국을 설명하는 넘어설 수 없는 실재이다. 인구수는 2,5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인데,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2배가 되는 부유한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축적된 탄탄한 재정을 호주는 공평한 분배를 위해 공정한 기관을 통해 집행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호주 NDIA(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Agency)가 그곳이고, 호주의 국가장애보험(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은 재정의 주머니에 해당한다. NDIS는 2013년 3월 근거법(NDIS Act)에 따라 같은 해 7월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2016년 본 사업으로 전환, 2020년에 전국으로 확대한 제도이다. NDIS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애인 개인예산제의 재원을 지원하는 국가보험이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평가기관이기도 한 세계적인 모델이 되었다.
    NDIS는 호주 전체의 장애인복지를 위한 재원을 보험의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장애인관련 기금들을 NDIS로 통합하고 이를 위해 호주 연방정부, 주정부 및 준주정부가 협약하여 NDIS에 소요되는 재원을 각각 각출하여 운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인예산제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규모를 포함하고 있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2021~2022년 예산에서 4년 동안 NDIS에 132억 달러를 추가로 제공하기 하였다. NDIS를 위한 재원은 연방 주,준주정부의 기여로 향후 4년 동안 1,220억 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65세 미만의 장애인의 선택과 통제를 최대한 존중하고 사회참여를 증진하는 개인예산제도로 보험기반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 민간이 언제나 함께 한 장애인제도

  • 사실 오늘날 호주와 달리 골드러시 서부개척기 호주 장애인은 시설 수용에 급급했다. 심지어 시설은 교도소나 부속 수용소였다. 형편이 조금 나아지고 1821년 뉴싸우즈웨일즈 자선협회(The Benevolent Society of New South Wales)가 시드니 Pitt Street에 장애인복지시설을 설립했다. 이어 1910년에는 16세 이상 만성적 노동능력이 전혀 없는 자와 노령연금을 수혜 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폐질연금(Invalid Pensions)제도를 도입했다. 1910년 약 4,150개의 우애조합들이 결성되어 전인구의 약⅓에 해당하는 장애인 및 환자들에게 보험을 제공하였다. 장애인연금제도의 최초의 모델인 셈이다.
    또한 이보다 앞서 장애인고용촉진제도를 도입하기도 한다. 1904년 노동쟁의조정법(Conciliation and Arbitration Act)에서 지체노동자 고용촉진제도(Slow Worker Permit)를 도입하여 ‘노령, 지체 혹은 허약한’ 노동자들도 州노동부의 동의하에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정하였다. 주목할 것은 벌써 120년 전 가난하고 척박했던 그 시절부터 최초의 시설(1821년), 장애인고용(1904년), 장애인연금(1910년) 모두 민간이 주도하거나 함께했다는 점이다. 당시 호주는 국가도 아닌 영국에서 아주 멀리 있는 특별자치구 정도에 불과했고, 영국의 죄수와 하층민, 골드러시를 보고 달려온 이민자들이 판치는 무질서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갈등과 혼미의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끊임없는 동료애 ‘마이트십’을 부르짖으며 척박한 오지를 일궜다. 그 와중에 장애인과도 함께 살아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호주가 이룬 오늘의 장애인 복지는 놀라운 것이고, 그 이유로 많은 한국의 장애인 부모들이 호주를 검색하며 존경의 마음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 네이버 검색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장애인 신분으로 영주권을 획득하게 되신다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아주 많습니다. 호주는 세계에서 복지가 가장 좋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장애인 복지가 뛰어납니다. 호주의 장애인들은 차별 없이 소득과 상관없이 한화로 월 150만 원 정도의 장애수당과 이동수당, 주거수당 실업수당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습니다. 또한 활동지원인 지원 서비스도 시간제한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들을 포함한 호주의 모든 시민들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의 동료애, 공정성, 가족애를 보여주는 베이비붐 세대 Ⓒ Pixabay/dassel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의 동료애, 공정성, 가족애를 보여주는 베이비붐 세대 Ⓒ Pixabay/dassel

    참고자료: NDIA.(2022).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Pricing Arrangements and Price Liimts.2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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