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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희 참브레드 대표

“마음까지 살찌우는
착한 빵집”

글. 이수정
사진. 황지현

밥 한 끼 사 먹으려면 최소 만 원은 필요한 고물가 시대에 천 원 남짓한 가격으로 예쁘고 맛좋은 빵을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가격만 착한 것이 아니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마음마저 살찌우는 착한 기업, 이육희 대표를 만났다.

Q. <장애인과 일터> 독자를 위해 참브레드와 이육희 대표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빵을 만들고 있는 이육희 대표와 직원들

    빵을 만들고 있는 이육희 대표와 직원들

  • 맛좋은 빵에 가격까지 저렴한 이른바 ‘착한 빵’을 고집하는 참브레드는 2022년 대구 북구에 터를 두고 만들어진 베이커리 제조 기업입니다. 빵 제조 물량을 확 늘려 유명 브랜드의 빵들에 비해 가격을 확 줄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지하철 역사에 여러 점포를 두고 있고, 마트에도 많이 납품하고 있는데요. 맛도 좋고 종류도 다양해 많은 고객이 찾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빵 생산을 시작해 현재 25명 정도의 직원들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Q. 가성비 좋은 빵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원래는 대구 지역에서 마트를 오랫동안 운영했어요.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 상권에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했죠.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 마트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마트를 운영하면서 농산물 중매업도 함께 했었는데 농산물 하나 가지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어요. 처음엔 반찬으로 많이 찾는 김이나 요리할 때 많이 쓰는 참기름을 만드는 제조업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빵이 생각났어요. 박리다매 형식으로 생산 물량을 확 높여 빵 하나당 단가를 낮추고 질을 높이면 승부가 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유통업만 해오다 제조 분야야 도전하려니 처음엔 눈앞이 깜깜했죠. 2022년 12월 새 사업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조사도 하고, 제품 연구도 하면서 사업이 진행되고 점차 대구 지역에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 참브레드의 가성비 좋은 빵

    참브레드의 가성비 좋은 빵

Q. 종업원 중 30%가 중증장애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장애인 근로자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한텐 외동딸이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짝꿍이 장애가 있었어요. 딸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그 친구와 짝꿍으로 붙어 지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두게 됐죠. 그렇게 아이 아버지와도 친해지다 보니까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됐어요. 그때를 계기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보면 늘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그러다 빵 공장을 만들게 되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어요. 마침 사업을 시작할 무렵 대구 북구에 직업교육 중점 특수학교인 이룸고등학교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간 대구시 초· 중·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연합회 이사장을 10년 가까이 해오면서 교육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먼저 연락을 했죠. 참브레드 기업에 장애인 학생들을 고용하는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한 지는 3개월쯤 됐네요. 처음엔 2명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수습사원을 포함해 12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함께하고 있어요.

Q. 그 과정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도움도 컸다고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중간에서 장애인분들과 소통하고 연계하는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진행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처음엔 한두 사람을 고용하는 작은 규모였는데도 이룸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여러 차례 이곳에 직접 찾아오셨어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채용시키기 위해 장애인 학생들을 데려와 함께 업무 환경도 함께 확인하더라고요. 학생들 이외에도 20살 21살 정도 되는 친구들도 소개해줬고요. 공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에 무척 감동 받았어요. 지금도 아이들 담임 선생님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업무에 문제는 없는지,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상의하고 있어요.

Q. 참브레드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장애인 근로자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3주간 하루 4시간씩 실습 과정을 거친 후 현장에 투입돼요. 저도 처음엔 장애인 근로자와 일하는 게 처음이라 과연 할 수 있을까 염려가 컸어요. 빵을 손으로 성형하는 일, 크림을 바르는 일 같은 건 엄두를 못 냈죠. 자칫하다 불량품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우려는 완전히 기우였어요. 이곳을 찾은 장애인 근로자 중엔 이미 제빵 기술을 배우고 온 친구들이 있을 만큼 업무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요. 무엇보다 다들 빵 만드는 일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성실히 맡은 일을 완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안의 편견이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일만 맡다가 점차 맡은 업무가 많아져 이젠 참브레드에서 판매하는 40개가 넘는 종류의 빵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 친구들의 손을 거쳐 생산되고 있습니다. 반죽을 만들고 빵을 자르고 구워내는 과정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있죠. 일에 대한 장애인 근로자들의 성취감이 곁에서 지켜보는 제게 온전히 느껴져 마음이 흐뭇해요. 아빠처럼 저를 잘 따르는데 이분들 덕에 많이 웃는 요즘입니다.

Q. 지난 9월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님이 방문해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렇듯 참브레드가 대구에서 장애인 고용 모범 기업으로 꼽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부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장애인 고용 문제의 빈자리에 참브레드가 솔선수범해 나선 것이니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더구나 대구에서는 흔한 사례가 아니기에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대구 북구 지역에 참브레드를 만들었을 때부터 북구청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줬어요. 저로선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는데 도움을 요청하니 북구청 위생과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손을 걷고 나서서 도와주곤 했죠. 그러던 와중에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함께 일한다는 소식이 알려져서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님이 우리 회사에 방문하셨습니다. 함께 작업장도 함께 둘러보고 장애인 근로자들과 인사도 나누었어요. 청장님과의 면담 과정에선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복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 제빵 기술을 보여주는 이육희 대표

    제빵 기술을 보여주는 이육희 대표

  • 가격과 맛 모두를 잡은 참브레드 빵

    가격과 맛 모두를 잡은 참브레드 빵

결국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공간이 사회가 아닌가 싶어요.
누구도 혼자 살 수는 없잖아요.
장애인 복지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Q. 참브레드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는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큰 꿈을 그리긴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저렴한 가격에 좋은 빵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빵의 질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빵의 맛, 식감, 모양 등에 대해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참브레드 빵에 대한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젠 소비자들이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 시대니까요.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업이 확장되면 2층에서 빵을 굽고 1층에 빵을 판매하는 식으로 유통 공정을 하나 더 줄여서 비용을 절감해 보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을 더 많이 고용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장애인 복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결국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공간이 사회가 아닌가 싶어요. 누구도 혼자 살 수는 없잖아요. 장애인 복지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낯선 존재로 여겨지는 부분이 크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교감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더 많은 복지가 만들어질 거라 기대합니다.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제가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것처럼요. 직원들과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낼 수 있다는 게 무척 감사한 요즘입니다. 앞으로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하며 출근하고 싶은 회사, 함께 웃을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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