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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만들어진 까치클럽은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동호회다. 강남을 상징하는 까치의 이름을 딴 이곳은 누군가에겐 희망의 장소이기도 하다. 배드민턴을 칠 때만큼은 장애도 잊고 즐겁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홍희선 회장과 까치클럽 회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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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까치클럽 회원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까치클럽 회원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까치클럽 회원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있는 정우수 씨

배드민턴 동호회, 까치클럽

12월의 어느 금요일, 강남스포츠문화센터 대체육관은 바람을 가르는 스매싱 소리로 가득 찼다. 저녁 시간임에도 셔틀콕이 네트를 가로지르며 듣기 좋은 소리를 내고 있는 이곳은 배드민턴 동호회 ‘까치클럽’의 연습 장소다. 매주 화, 목, 금요일 오후 6시부터 1~2시간씩 배드민턴을 친다는 이들은 이미 배드민턴을 즐기기 위해 만반을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 까치클럽은 15명의 중증장애인과 2명의 코치, 그리고 보호자들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함께해온 이들은 끈끈한 우정으로 지금까지 까치클럽을 이어오고 있다.
“까치클럽은 강남구에 장애인을 위한 배드민턴 동호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2017년에 만들어졌어요. 당시엔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던 때라 체육관을 대관하는 것부터 고비였어요.” 처음 동호회가 만들어졌던 과거를 회상한 까치클럽 홍희선 회장은 “그래도 어떻게든 장애인들을 위한 배드민턴 동호회를 유지하고 싶었고 꾸준히 노력해서 지금의 까치클럽이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몸을 푸는 까치클럽 회원들
몸을 푸는 까치클럽 회원들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곳

비장애인들에게 운동 동호회는 많다 못해 넘친다. 지역과 종목만 검색해도 몇십 개씩 나오는 동호회에서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동호회는 많지 않다. 특히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는 사실상 돈을 내고 수업을 받는 방식 외에는 없다고 동호회원들은 말했다.
“처음 까치클럽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면 장애인들이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김진아 보호자는 발달장애를 가진 딸 강민지 씨와 5년째 까치클럽에 나오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까치클럽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수소문 끝에 동호회에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딸과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비장애인도 운동을 하면 사람이 밝아지듯이 제 딸도 운동을 계속하면서 많이 밝아졌어요.”
지인을 통해 동호회에 오게 됐다는 정우수 씨는 까치클럽 소속으로 대회도 나가본 베테랑이다. 배드민턴을 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그는 “운동을 계속하면서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어요. 이렇게 재밌는 배드민턴을 더 많은 분들과 같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홍희선 회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까치클럽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못 나올 때가 있는데 항상 회장님이 전화로 안부를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가끔씩 사주시는 음료수도 꿀맛입니다.” 까치클럽 소속으로 출전했던 대회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잘해서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어요. 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엔 좋은 성적을 내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23년부터 까치클럽에서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는 이시은 씨는 당시에 같이 일했던 회사 동료 덕분에 이곳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처음엔 구경만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라켓을 잡고 배드민턴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히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까치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한 그녀는 “집중력도 길러지는 것 같아요. 약간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기분이 들기도 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까치클럽에 있는 코치들에게도 많은 걸 배웠다고 그녀는 말했다. “학교에선 무작정 셔틀콕을 치기 바빴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코치님들에게 스텝이나 셔틀콕을 치는 타이밍 등을 배워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진아 보호자와 까치클럽 회원인 딸 강민지 씨
김진아 보호자와 까치클럽 회원인 딸 강민지 씨
인터뷰 중 미소를 보이는 이시은 씨
인터뷰 중 미소를 보이는 이시은 씨
“까치클럽에서 서로 인사도 하고
  오늘 어땠는지 얘기하다 보면
  시끌벅적한 가족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

또 하나의 가족

까치클럽 동호회원들은 하나같이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함이 좋다고 전했다. 서로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평범한 일상이 자신들에게는 힘이 된다고 회원들은 말했다. 이시은 씨는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을 하시다 보니 집에 혼자 조용하게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까치클럽에서 서로 인사도 하고 오늘 어땠는지 얘기하다 보면 시끌벅적한 가족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라며 회원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김진아 보호자 또한 강민지 씨가 회원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동호회 이전엔 1대1 수업 형식으로 정해진 운동만 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선 딸이 회원들과 얘기할 기회도 많고 친구도 생기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까치클럽을 지켜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홍희선 회장은 “가끔 회원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장애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부족한 면이 있을지라도 그것도 잊을 만큼 운동에 몰두하는 거죠”라고 전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까치클럽 활동은 시종일관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이 땀 흘리며 운동을 즐긴 이들은 당연하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만약 이들과 같이 배드민턴을 즐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까치클럽의 문을 두드려보자. 누군가와 같이 운동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다같이 뒷정리 중인 까치클럽 회원들
다같이 뒷정리 중인 까치클럽 회원들
날아오는 셔틀콕에 집중하는 까치클럽 회원
날아오는 셔틀콕에 집중하는 까치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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