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윤 다운증후군 배우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있다는 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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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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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황지현
연극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주인공 켈리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의 사랑과 독립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켈리 역할을 맡은 백지윤 배우는 동료 배우들 덕분에 올해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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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모이는 곳
발달장애를 가진 백지윤 배우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용을 했다. 그녀는 좋은 실력과 성실함 덕분에 발레리나로 활동했지만 드라마 ‘고고송’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길로 빠지게 됐다. “무용을 하면서 틈틈이 연기 학원을 다녔어요. 한창 연기를 배우며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학원 대표이사님이 ‘고고송’ 오디션 소식을 알려주셔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심사위원 앞에서 연기를 펼치게 된 백지윤 배우는 곧바로 캐스팅이 됐다. 모든 게 갑작스러웠지만 백지윤 배우는 드라마를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무대와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다 보니 어려웠던 순간들도 많았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처음 연기를 배울 땐 엄청 재밌었는데 감정 연기는 많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연기가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 많은 양의 대본을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그녀는 모든 대본에 자신의 대사를 밑줄 긋고 포스트잇에 대사를 쓰며 연습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반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안 외워지고 어려운 대사도 계속하다보면 나아지더라고요.”
연기로 장벽을 깨다
이런 노력들이 보답받은 걸까. 백지윤 배우는 올해 5월, 연극 ‘젤리피쉬’의 주인공 켈리 역할을 통해 사람들에게 연기를 보일 기회를 얻었다. ‘젤리피쉬’는 영국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27살 다운증후군 ‘켈리’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장애인의 주체성을 다룬다. 작가인 벤 웨더릴은 작품을 통해 연민보다 공감을 의도했고, 교훈을 주기보다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지윤 배우는 주인공 켈리에 대해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에요”라고 소개했다. 연습하는 동안 발음이나 대사를 암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녀는 동료 배우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같이 공연한 정수영, 김바다, 김범진 배우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는 그녀는 “대사를 외우는 팁, 무대에서 호흡하는 방법, 무대 이동 동선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가끔은 이분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샘이 나기도 했어요”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수많은 연습을 거쳤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보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지윤 배우는 무대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전 무대 체질이라 연기할 때 엄청 긴장하진 않았어요”라며 “동료 배우들과 같이 준비하고 연습한 시간들 덕분에 자신감도 있었고요”라고 덧붙였다.
꿈은 이루어진다
올해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한 백지윤 배우는 다음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공연에선 스태프들이 프롬프터로 대사를 보여줬어요. 하지만 다음 공연에선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도움 없이 관객들에게 연기를 보여주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롤 모델로 배우 박해수를 꼽은 그녀는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에 감탄을 했다고 말했다. “연극 <파우스트> 속 박해수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분은 감정 연기나 대사를 어떻게 잘 외우는지 찾아보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죠.”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할 방법을 고민한다는 그녀의 눈에선 어느새 열정 가득한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
지금은 연기에 빠져 모든 노력을 쏟고 있지만 그녀는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건 무용 덕분이라고도 말했다. “무대에서 춤을 출 때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때 느꼈던 기쁨이 저를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녀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장애예술인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뜻을 가진 장애예술인이 모여 회의도 하고, 기획도 하면서 즐겁게 일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극장 안을 모두 채울 만큼요!” 특히 꿈을 가진 장애 아동들이 주저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용기를 내서 도전하면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꿈은 꼭 이루어질 거니까, 저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모여 회의도 하고, 기획도 하면서
즐겁게 일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극장 안을 모두 채울 만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