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독일

UN CRPD 권고에 고심 중인
중증장애인 작업장

글. 이정주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 센터장

명실상부한 근세기 장애인 고용정책의 독보적 원천, 즉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는 독일에 있다. 그만큼 독일은 장애인고용과 직업재활에 진심인 나라이다. 독일이 장애인·비장애인을 떠나 직업훈련과 직업교육을 국가 교육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흔들리는 장애인고용 선진국

  • 독일은 장애인의 직업재활, 직업훈련, 고용, 일자리 등 직업에 관한 모든 면에서 탁월한 제도적 성취를 이뤄왔다. 그러한 독일에게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UN CRPD1 제27조(근로와 권고)와 관련하여 최저임금 지급, 적용제외제도 폐지, 보호작업장 폐쇄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독일 장애인일자리 정책의 한 축으로 독일이 자랑해온 중증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보호작업장(WfBm). 그 미래를 두고 지금 독일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형국이다.
    독일은 이미 2015년에 한차례 UN 장애인권리위원회으로부터 1차 촉구 받은 후, 최근 2차 촉구 권고장을 받았다. 장애인고용의 대표적인 선진국으로서 난망하기 짝이 없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할당 고용제(Quota system)를 도입한 국가이다.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장애인을 기업이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독일은 1918년 1차 세계대전 중에 장애를 입은 퇴역군인의 일자리를 위해 강력한 의무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베테랑 군인뿐만 아니라 모든 중증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제도를 확장시켜 나왔다. 또한 의무고용제를 통해 기업체에 취업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은 보호작업장 또는 직업재활시설의 하나로 '장애인보호작업장(WfBm 등)'에서 보호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연금보다 재활이 먼저(Reha vor Rente)’라는 말이 있을 정도 재활을 중요하게 여긴다. 장애인의 직업재활 역시 의무고용제를 통한 일반고용과 함께 중요하게 다루는 장애인 정책 중 하나이다. 독일의 장애인작업장은 3,000여 개가 있고 그곳에서 약 32만 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UN CRPD의 권고대로라면 이들 장애인작업장을 폐쇄하고 32만 명의 장애인을 일반 노동시장으로 전이(Transition)해야 하는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그 노력은 가히 천재지변에 가까운 제도적 혁명이라야 가능하다.

  •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권리협약

적신호가 켜진 독일식 중증장애인일자리 정책

  • 이 문제를 논의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독일 장애인작업장이 지닌 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중증장애인에게는 ‘근로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재한다. 이를 근거로 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중증장애인에게 직업재활과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사업체 이자 직업재활을 수행하는 복지시설의 역할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그런 독일도 이제 직업재활시설 또는 보호작업장에 대해 '최저임금제 전면 시행'과 '일반노동시장으로 전이'를 이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언필칭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는 건가. 그토록 지지했던 국제적 선망이 무색하게도 독일식 중증장애인일자리 정책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2021년 출범한 독일의 새 정부2는 장애인작업장 시스템을 사회통합적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올해 4월 내각회의에서 의결된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발전을 위한 법률안”에도 장애인작업장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작업장의 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미 미국, 스웨덴 등은 더 이상 자국 내 보호작업장을 두지 않겠다고 방향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섰다. 보호작업장을 폐쇄하지 않고 존치한다면 반드시 최저임금을 줄 것을 강권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맞추어 줄 수 없는 시설은 폐쇄하거나, 지역사회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 제공 기관으로 기능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을 중시하던 장애인일자리 정책은 이미 인권중심(Human rights centered)의 장애인고용(Disability Employment), 직업재활(Vocational Rehabilitation) 등 일자리 정책(Workfare policy)으로 바뀌었다.

  • 장애인작업장 최저임금제 도입 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처. ©민세리

    장애인작업장 최저임금제 도입 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처.
    ©민세리

위축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본다. 차별적인 공간의 제공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하고, 최저임금의 지급하거나, 보충급여를 통해 최저임금을 맞추어주는 방식을 권장하는 방향을 국제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독일 내에서 찬반 논쟁도 치열하다.3 장애인작업장 옹호론자들은 지금 일반 노동시장은 모든 장애인을 수용할 수 없고, 장애인작업장이 없다면 장애인은 일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므로, 장애인작업장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 장애인작업장을 사회통합적 노동시장의 일부로 간주하여 계속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에 반해 장애인작업장 폐지론자들은 장애인작업장이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장애인작업장은 결국 장애인들끼리 일하는 공간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져 탈시설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고 본다. 독일 내 대부분의 작업장은 장애인 주거시설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지역사회와의 분리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작업장의 낮은 임금도 문제이다. 장애인작업장 폐지론자들은 “세상 그 어디에도 장애인작업장만큼 저렴하게 생산하는 곳은 없다”, “장애인작업장은 장애인만 제외한 모두가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다”라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작업장 근로자의 실태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한다.

  • 이 문제를 논의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독일 장애인작업장이 지닌 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중증장애인에게는 ‘근로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재한다. 이를 근거로 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중증장애인에게 직업재활과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사업체 이자 직업재활을 수행하는 복지시설의 역할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그런 독일도 이제 직업재활시설 또는 보호작업장에 대해 '최저임금제 전면 시행'과 '일반노동시장으로 전이'를 이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언필칭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는 건가. 그토록 지지했던 국제적 선망이 무색하게도 독일식 중증장애인일자리 정책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2021년 출범한 독일의 새 정부2는 장애인작업장 시스템을 사회통합적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올해 4월 내각회의에서 의결된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발전을 위한 법률안”에도 장애인작업장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작업장의 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미 미국, 스웨덴 등은 더 이상 자국 내 보호작업장을 두지 않겠다고 방향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섰다. 보호작업장을 폐쇄하지 않고 존치한다면 반드시 최저임금을 줄 것을 강권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맞추어 줄 수 없는 시설은 폐쇄하거나, 지역사회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 제공 기관으로 기능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을 중시하던 장애인일자리 정책에 있어 임금정책은 이미 인권중심(Human rights centered) 최근 장애인고용(Disability Employment), 직업재활(Vocational Rehabilitation) 등 일자리 정책(Workfare policy)으로 바뀌었다. 차별적인 공간의 제공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하고, 최저임금의 지급하거나, 보충급여를 통해 최저임금을 맞추어주는 방식을 권장하는 방향을 국제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독일 내에서 찬반 논쟁도 치열하다3. 장애인작업장 옹호론자들은 지금 일반 노동시장은 모든 장애인을 수용할 수 없고, 장애인작업장이 없다면 장애인은 일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므로, 장애인작업장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 장애인작업장을 사회통합적 노동시장의 일부로 간주하여 계속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에 반해 장애인작업장 폐지론자들은 장애인작업장이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장애인작업장은 결국 장애인들끼리 일하는 공간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져 탈시설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고 본다. 독일 내 대부분의 작업장은 장애인 주거시설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지역사회와의 분리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작업장의 낮은 임금도 문제이다. 장애인작업장 폐지론자들은 “세상 그 어디에도 장애인작업장만큼 저렴하게 생산하는 곳은 없다”, “장애인작업장은 장애인만 제외한 모두가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다”라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작업장 근로자의 실태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한다.

  • 장애인작업장 최저임금제 도입 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처. ©민세리

    장애인작업장 최저임금제 도입 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처.
    ©민세리

앞으로의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는 가운데 장애인작업장의 구조 개선과 최저임금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루카스 크래머 씨는 2021년부터 장애인작업장 최저임금제 도입을 위한 청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내 생계유지에 도움 안 되는 ‘풀타임 근무’를 사람들은 ‘사회참여’ 라고 부른다. 나는 기업들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하지만, 정작 나의 보상은 나의 노동 그 자체뿐이다. 장애인작업장 운영자들은, 우리 노동의 대가가 돈이 아니라 사회참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기업들의 이윤창출을 위해 하루 종일 일하면서 시간당 1.30유로를 버는 것이 우리가 받아 마땅한 보상이란 말인가?” 크래머 씨의 서명운동 홈페이지에는 올해 5월 초 기준 2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크래머 씨의 최종 목표는 30만 명 서명이라고 한다. 잘 짜인 시스템과 일사불란한 제도 이행에 만족하는 목소리로 일관되어온 독일의 장애인고용과 직업재활에 대한 이와 같은 목소리 그 자체가 세계 장애인고용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집단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아마 이것이 2008년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발의된 UN CRPD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지급, 적용 제외 제도 폐지, 일반 노동시장으로 전이, 고용 전환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UN CRPD 촉구에 대한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1. CRPD: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2. 2021년 11월, 독일의 수장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서 사민당 올라프 숄츠로 교체되고 외무부는 녹색당 출신의 안나레나 배어복이 맡게 되었다.

3. 민세리 님(베를린 훔볼트대학교 재활특수교육학과 박사과정) ‘세계장애동향’과 ‘에이블 뉴스’의 글을 발췌 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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