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플루언서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소속
낭독 봉사자 강선주 씨
목소리로 나누는 마음,
마음을 담은 낭독
글. 임산하
사진. 황지현
글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로 그 기회를 전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낭독 봉사자 강선주 씨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을 위해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소속 낭독 봉사자 강선주입니다. 낭독 봉사를 한 지는 햇수로 10년이 되었으며, 일과 후에 낭독 봉사를 하며 삶의 기쁨과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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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낭독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를 지속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대학생 때 우연히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녹음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엔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하며 멋모르게 시작했죠. 이후 자연스럽게 성우의 꿈을 키웠고, 본격적으로 성우 공부도 했었지만 막강한 경쟁력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바로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낭독 봉사자 활동을 하는 것이었죠. 어릴 때부터 관심을 두던 사회복지와 보육교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낭독 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이후 도서관 직원과 시각장애인들의 심사 과정을 거쳐 운이 좋게도 낭독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지금껏 지속하게 된 것은 낭독 봉사가 저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Q. 낭독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무엇이 있으며,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제작하나요?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홈페이지 웹 매거진 3종(<소리경기>, <케인스매거진>, <경기등대>)과 시각장애인들이 요청하는 도서 등을 녹음합니다. 녹음 자료는 CD, 카세트테이프 등으로 제공합니다. 만일 원하는 자료가 없을 때에는 희망 도서를 신청할 수 있으니, 자유롭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낭독 봉사자들은 3개의 조를 나누어 활동하고 있으며, 30분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녹음, 수정, 다시 듣기 등의 과정을 거쳐 2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보통 도서관 스튜디오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저는 매일 같이 하기 위해 집을 선택했습니다. 기다리실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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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순히 녹음만 하는 시간 외에 이를 준비하는 데에도 노력을 쏟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은 도서 녹음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분량이 긴 데다 등장인물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목소리와 감정도 다르니까요. 실례로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는 래퍼가 꿈인 고등학생이 등장하는데, 두 쪽에 달하는 내용을 제대로 담기 위해, ‘고등래퍼’를 준비한다는 직장 동료의 자녀를 따라 그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델리아 오언스 작가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녹음할 때는 법정의 다양한 증인들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언젠가 낭독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여러 목소리로 다양한 캐릭터를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Q. 낭독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에게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도서관 자체에서 분기별로 성우와 아나운서분들을 초빙해 교육을 진행해 주시는데, 그때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는 것 외에 종종 ‘듣기 편하다’,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습니다. 실은 낭독 봉사자가 직접적으로 시각장애인분들을 대면할 기회는 없습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에서 문화특화사업으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낭독회를 열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시 부문에 참여한 시각장애인의 요청으로 그분의 자작시를 녹음해서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상상하면서 쓴 느낌과 낭독한 목소리가 비슷하고, 음성으로 들으니 정말 좋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당사자분이 직접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습니다.
Q. 선생님은 시각장애인 관련 행사에서 사회자를 맡기도 하셨습니다. 이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제작한 홍보영상의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있는데, 이를 좋게 보셨는지 행사 진행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장애인의 날 기념 ‘경기도 시각장애인 한마음 대축제’를 시작으로 이후에도 흰지팡이의 날&점자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사회를 맡았습니다. 이 행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하나 되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체육대회도 여는 축제의 장입니다. 행사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사회자의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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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소리를 넘어 상대의 마음을
두드리는 낭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낭독자 본인이 과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듣는 이들이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Q.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두어야 하는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생존권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교통 이동권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놀랐던 것은 그 누구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이를 재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동권 보장은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분들과 관련하여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먹거리와 생활필수품에 점자 표기가 부족합니다. 오독할 수 있을 정도로 잘못된 표기도 많죠. 단순히 세련된 디자인만을 고민하기보다는 세탁세제 같은 생활화학제품이나 필수 의약품 등에 위험 요소를 인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가 표기되어야 합니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이 있지만 그들의 역할에만 기댈 수는 없죠. 두 번째, 전맹시각장애인의 직업이 대체로 헬스키퍼(안마사)로 한정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인데, 정규직 전환이 힘든 계약직으로 처우가 좋지 않은 현실도 여전합니다.
Q.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들과 직접 마주하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헬스키퍼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다양한 지원으로 생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어둠속의대화> 전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전시는 완전한 어둠 속 세상을 여행합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저희의 길을 안내해 주는 이는 시각장애인이죠. 발상의 전환을 만들어 낸 이런 전시를 제대로 조명하면 좋겠습니다. 상설 전시로 운영하는 특별관이 설립되어 다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시각장애인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그들과 어울리는 경험을 지속할수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선생님이 목표하시는 바는 무엇인가요.
종종 제 낭독을 들으신 분들이 ‘좋은 목소리’라고 칭찬을 해 주십니다. 좋은 목소리를 넘어 상대의 마음을 두드리는 낭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낭독자 본인이 과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듣는 이들이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나오는 한 낭독 봉사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낭독 봉사는 물론 오디오 편집 등에도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시각장애인도서관 외에도 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봉사자 모집 공고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결코 작은 힘은 없습니다. 이를 알기에 이 자리를 빌려 항상 수고하시는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직원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