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공감
유튜브 토크쇼의
새 지평을 연 것은 핑계고
글. 임산하
언제나 토크쇼는 인기였다. 누구나 궁금해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으니 그만한 재미가 또 어디 있으랴. 최근 유튜브에도 다양한 형태의 토크쇼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무수한 알고리즘 속에서도 이를 선택하게 하는 매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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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로 특별함을 만드는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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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의 인기 콘텐츠를 꼽으라면 ‘핑계고’를 빼놓을 수 없다. 토크 중심의 콘텐츠로 ‘국민 MC’ 유재석이 지인들을 만나 그야말로 주구장창 대화만 한다. 어떤 이유 있는 만남은 핑계고, 오로지 ‘떠들어 제끼는 시간’이다. 압도적인 화제성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핑계고는 개설 1년 만에 누적 조회수 2억 3,000만 회를 돌파했으며, 유튜브에서는 조금 낯선 1시간 내외의 길이임에도 매회 몇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뭐든 수치로 기록되는 콘텐츠의 세계에서 그야말로 ‘대박’ 난 것이다.
물론 토크쇼 형식의 콘텐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자니윤 쇼>가 토크쇼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데, 이 이후로 비슷한 포맷의 콘텐츠를 여러 방송사에서 제작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사실 ‘토크쇼’는 하나의 장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되어 있다. 한 명 혹은 다수의 진행자가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그래서 작은 변화가 큰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한 명의 도사가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스타에게 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콘셉트의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공감 토크 프로그램 <현장 토크쇼 택시>, 유명인들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잔잔한 대화를 이어가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지금은 실내에서 진행하는 인터뷰로 바뀌었지만) 매회 테마에 따라 동네를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만난 시민 인터뷰를 담았던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 비슷한 소재이지만 바탕이 다르면 토크쇼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달라진다. 큰 인기를 누렸던 프로그램들만의 비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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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으로 승부하는 새로운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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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유튜브로 방송 생태계가 대거 이동했다. 유명 PD들이 유튜브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설하고, 인기 스타들이 채널을 열면서, 이제 유튜브는 브라운관을 대신하는 완전한 플랫폼이 되었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국도 방영한 프로그램을 새로 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등 시류를 놓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유튜브에 출연한 유명인이 해당 프로그램을 이야기할 때 ‘예능’이라 칭하는 경우가 더러 보이는데, 이 모든 것이 유튜브의 인기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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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언제나 있었던 토크쇼가 유튜브에 생겨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핑계고’가 등장하기 전에도 아이유의 ‘팔레트’,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등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누렸고, 이 외에도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들은 가득하다. 실제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번 쇼츠에서도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이러한 레드오션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핑계고’가 좀 더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걸 유재석의 힘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시즌 2에서 테마를 바꾼 ‘장도연의 살롱드립(이하 살롱드립)’ 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데, 무엇보다 ‘편안함’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살롱드립은 좀 더 홍보 목적의 게스트를 중심으로 하지만, 초반 귀부인의 티타임 콘셉트에서 벗어나 사무실 한 가운데 날것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 핑계고는 한 발 더 나아가 친구네 집에 놀러간 듯한 편안한 분위기와 두서없이 진행되는 대화가 한몫을 한다. 때로 게스트가 말하듯 프롬프터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능 울렁증’이 있는 이도 조급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핑계고에 출연한 이들은 본연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주며, 핑계고가 대표작이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편안함이 게스트와의 친분에서 비롯되는 것은 한 번쯤 짚어볼 부분이다. 실없는 얘기를 나누며 쉼 없이 떠들어 보자는 설정의 프로그램인 것이 사실이나 ‘유재석 라인’으로 이해되는 고정 멤버가 등장하고, 친분을 과시하는 듯한 대화가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그들만의 축제에 시청자가 눈치 없이 낀 것은 아닌지. 어째서 그들의 친분 맥락까지 시청자가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 분위기만 다를 뿐, 수많은 토크쇼가 이를 내세운다. 인맥이 콘텐츠가 되는 것을 우리는 그저 재미로만 봐도 되는 것일까. -
사실 ‘토크쇼’는 하나의 장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되어 있다. 한 명 혹은 다수의 진행자가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그래서 작은 변화가 큰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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