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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높은 장애인고용률에도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공개적으로 성찰하는 국가다. ACA 제정과 인권재판소의 엄격한 판단, 정부 지원 정책 등 구조적 기반을 통해 장애인 고용을 ‘인권의 핵심지표’로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행 격차’와 ‘에이블리즘’ 문제를 인정하며 더 나은 고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 모습은 장애인고용률이 30%대에 머무는 한국에 진정성과 실효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캐나다 장애인고용 선진성의 구조와 철학

북미대륙을 대표하는 나라가 미국이라지만,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고용 정책만 놓고 보면 캐나다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장애인고용률 같은 양적 성과뿐 아니라, 장애인 고용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와 정책의 진정성이 더욱 돋보인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자국의 장애인고용정책에 존재하는 ‘이행 격차(Implementation Gap)’와 기업 내에 남아 있는 ‘에이블리즘(Ableism)*’을 직접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장애인 고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정서적 차별과 무의식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자기반성 자체가 캐나다 장애인고용정책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계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을 이웃에 두고도, 캐나다는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추구해 왔다. ‘차별없는 캐나다(Inclusive, Anti-discrimination Canada)’로 불리는 국가 정체성은 다문화·다양성·인권을 중심으로 한 포용적 복지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2년 제정된 캐나다 권리자유헌장(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은 헌법에 ‘평등권’을 명시하며 장애인의 인권과 접근성 보장을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삼았다. 이어 2019년 제정된 ACA(Accessible Canada Act)는 장애인 고용을 장애인 인권의 핵심 지표로 규정했고, 장애인이 겪는 물리·정보·교통·서비스 접근성 문제를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환경의 장벽’으로 바라보도록 법적 틀을 마련했다.
이 철학 아래 연방·주·지방정부는 모두 접근성 표준을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최근 ACA를 근거로 2040년까지 ‘장벽 없는 캐나다(Barrier-free Canada)’를 실현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제시했다. 고용, 교통, 정보통신 등 7개 영역에서 차별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이며, 이는 결국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과 직장 내 지속 가능한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 정책수단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장애가 없는 사람을 ‘정상’의 기준으로 삼고, 장애가 있는 사람을 열등하거나 부족한 존재로 보는 편견·차별의 체계

캐나다 ACA의 7대 분야
7대 분야(Accessibility Standards) 내용
① 고용
(Employment)
장애인 채용·배치·승진·직장 조정 의무
② 건물·시설
(Built Environment)
무장애 건축·공공시설 접근성 기준
③ 교통
(Transportation)
항공·철도·버스·해운 등 연방 관할 교통 수단
④ 조달·공공구매(Pro-curement) 정부 구매 제품·서비스에 접근성 필수
⑤ ICT·디지털 (Information & Communication) 웹 접근성, 디지털·정보 서비스 접근성
⑥ 프로그램·서비스 (Program & Service Delivery) 공공서비스 이용 시 장벽 제거
⑦ 고용평등·감사 (Accommodation & Compliance) 기관의 접근성 계획·보고·검사 의무
2025년 캐나다 장애인 및 일자리 컨퍼런스

강력한 법적 기준과 정부 지원이 만든 높은 고용률

최근 인권재판소(Human Rights Tribunal)도 장애인 고용 사업주를 압박하는 판결을 자주 내어 놓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합리적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의무(Duty to Accommodate)'를 엄격히 적용하여 장애인 근로자의 인권 사건에 대해 장애인 쪽에 유리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업주를 압박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라면 필요한 비용은 캐나다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EAF(Enabling Accessibility Fund)’가 오히려 더욱 확대되었다.
그래서인지 캐나다의 장애인 고용은 OECD 국가 중 항상 선두를 지키고 있다. 2022년 OECD 통계로 보면 캐나다 장애인고용률은 54%이며, 국가 전체 고용률(72%)과 비교하면 18%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이는 OECD 평균 격차 27%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성과에도 멈추지 않는 자기점검, 그리고 한국에 던지는 질문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의지만큼 기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2024년 캐나다 통계청(StatCan) 자료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캐나다인 근로자 상당수가 여전히 채용 과정 또는 직장 내에서 다양한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서에 담겼다. 보통은 정부 보고서가 ‘우리가 잘하고 있다’를 드러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였다.
캐나다 정부는 장애인고용정책의 ‘이행 격차(Implementation Gap)’와 조직 내부에 깊이 박힌 ‘에이블리즘(Ableism)’을 국민 앞에 고백했다. 많은 기업은 여전히 장애인을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거나, 편의 제공을 ‘비용이 많이 드는 특혜’로 인식하며 무의식적 편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물리적 장벽은 다소 제거됐지만 정서적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장애인의 직장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첨언되었다.
대표적 사례로 캐나다 국영철도(CN Rail)의 사건이 소개됐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직원이 적정 업무로의 복귀를 원했으나 직무 조정, 유연 근무, 부서 이동 등 필수적 편의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인권재판소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두고 자국의 장애인 고용이 ‘종이 위의 구호’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의 각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오히려 부러움이 앞선다. 국가 통계 보고서와 인권재판소 사례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더 나아가려는 태도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캐나다 특유의 자부심으로 읽힌다. OECD 장애인 고용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반성과 촉구를 이어가는 모습은 말 그대로 주마가편(走馬加鞭)에 가깝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력한 의무고용제도를 운영하고 매년 의무고용 미이행 기업을 공표하지만 장애인고용률은 늘 3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우리 역시 장애인 고용 정책에 진정성을 담아 실효성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캐나다 권리자유헌장
OECD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고용 격차
ECD 선진국가의 고용률 대비 장애인고용률 대비 (녹색: 장애인고용률)
OECD는 2022년에 발간된 "장애, 포용, 그리고 노동"

장애인 고용률 비장애인 고용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