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안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삼총사의 라탄바구니 만들기

라탄,
동심과 재능을 엮다

글. 김엘진  
사진. 황지현

여름 느낌 가득한 인테리어 소재를 하나만 들라고 하면 단연 라탄이다. 자연을 그대로 이용해 편안하고, 송송 뚫린 구멍은 어떤 바람도 통과시켜줄 것 같은 시원함이 라탄의 매력이다. 그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세 남자가 라탄바구니를 만들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정재한 과장, 곽종오 차장, 박종록 차장

곽종오 차장, 정재한 과장, 박종록 차장(왼쪽부터)

  • “진짜로 우리가 다 만들어요?”

  • 여름이면 한 번씩 인테리어나 패션계에 등장하는 라탄(Rattan). 라탄은 등나무 줄기에서 채취한 가볍고 거친 섬유를 말한다. 바람이 잘 통하며 인체에 해롭지 않은 친환경 소재인 만큼 의자, 바구니, 밧줄, 가방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보다 고급스럽고, 철재보다 형태는 쉽게 변하지 않으나 부드러운 것이 특징. 시원함이 느껴져 여름용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기에 사계절 모두 사용하기 좋은 소재다.따스한 오월의 어느 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삼총사가 라탄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제이드라탄스튜디오’에 모였다. 곽종오 운영지원부 차장, 박종록 고용환경부 차장, 정재한 소통협력실 과장이다. 삼총사라고 소개했지만, 그건 앞으로의 희망을 담은 단어고, 사실 이들은 현재 다소 어색한 사이라고 고백했다.
    “사실 곽종오 차장님과는 근무를 한 번 같이 했었고요, 박종록 차장님과는 얼굴만 알고 있었어요.”
    정재한 과장의 말이다. 그는 무엇보다 라탄바구니 만들기가 너무나 부담스럽다며 샘플 바구니를 올려둔 테이블에서 한 발짝 물러서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제가 손재주가 진짜 없거든요. 뭘 만들어본 건 초등학교때가 다예요. 이거 진짜로 오늘 우리가 다 만드는 건가요? 제가 못 하면 선생님이 도와주시는 거죠?”
    곽 차장과 박 차장 역시 난감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 라탄 바구니를 살펴본다. 세 사람은 제일 쉬운 바구니를 고르기 위한 눈치싸움 끝에 각각 둥그런 합판을 한 개씩 선택했다. 자작나무로 만든 합판은 오늘 바구니의 바닥 부분이 될 예정이다. 모임을 주도한 정 과장이 총대를 매고 가장 어려운 타원형 ‘빵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이어 손잡이가 달려있어 두 번째로 복잡한 타원형 ‘손잡이 트레이’는 곽 차장에게, 그리고 동그란 ‘원형 트레이’는 박 차장에게 돌아갔다.

    •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세 사람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세 사람

    • “너무 잘하시는데요”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정재한 과장

      “너무 잘하시는데요”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정재한 과장

  • “누르는 방향으로 찌그러진 바구니가 돼요”

  • 앞치마를 한 개씩 골라 입은 그들에게 최영옥 제이드라탄스튜디오 대표이자 선생님이 재료를 설명했다.
    “원래 바닥부터 라탄으로 짜는 것이 정석이지만, 오늘은 원데이클래스고 초보자분들이라고 들어 합판을 준비했어요. 합판에 ‘환심’을 끼워 넣어 바구니를 짤 거예요. 어떤 접착제나 화학물질도 들어가지 않고 자연 소재인 물과 나무만 사용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친환경을 지향하는 시대에 아주 잘 맞는 소재죠.”
    환심은 라탄 공예 재료 중 가장 기본 재료이자 거의 유일한 재료다. 라탄 줄기 속 부분을 잘라서 만든 심으로 다양한 굵기가 존재하는데 이날은 2mm 환심을 사용하기로 사용하기로 했다. 했다. 이 환심은 물에 젖으면 부드러워지기에 중간 중간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만들기가 진행된다.
    만들기는 환심을 합판에 뚫려있는 구멍에 꿰는 것으로 시작했다. 구멍 한 개에 환심이 두 줄 들어간다. 세 사람은 열심히 환심을 구멍에 집어넣고 구멍을 통과한 환심의 길이를 맞췄다. 모두들 진지한 표정 으로 한 마디 말도 없이 환심을 구멍에 넣는 데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박종록·곽종오 차장의 라탄바구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박종록·곽종오 차장의 라탄바구니

    • 라탄바구니 만들기의 핵심 ‘환심’

      라탄바구니 만들기의 핵심 ‘환심’

    진짜 손재주가 없다고 자신했던 정 과장이 가장 먼저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기다란 환심(사릿대)을 한 줄씩 조금 전 판에 꽂은 환심(날대)에 끼워나가며 엮는다. 사릿대는 날대 두 줄의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음 날대 두 줄의 밖으로 나가고, 다시 다음 날대 두 줄의 안으로 들어간다. 사릿대 길이가 다하면 다른 사릿대와 교차해 이어준다. 그렇게 원하는 높이까지 엮어 나가는 거다.
    “이걸 막엮기라고 하는데, 주의할 점은 환심이 부드럽다는 거예요. 엮은 부분이 너무 쨍쨍해지면 오그라들고, 너무 헐거우면 탄탄하지 않아요. 날대를 누르면 바구니가 찌그러진 채 만들어지니까 가급적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셔야 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곽 차장과 박 차장도 환심 엮기를 시작했다. 박 차장의 표정은 여전히 심오했지만, 정 과장과 곽 차장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특히 정 과장은 레고를 가지고 노는 아이의 표정으로 환심을 엮고 있었다.
    “나중에 와이프랑 같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이길 것 같은데요”라는 정 과장의 말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너무 재미있어하시는 게 보이는데요. 사실 이게 재미도 있지만, 뜨개질 같이 마음의 안정을 주는 명상 효과도 있답니다.”
    이케아 가구 조립 외에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 적이 없다는 곽 차장이 설레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 이거 어디에 쓸지 결정했어요! 며칠 전 건조기에 쓸 양모 드라이볼을 샀는데, 그거랑 섬유유연제를 넣어두면 예쁠 것 같아요.” 말을 마친 그는 그는 굳이 “저는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 타입이거든요”라고 덧붙인다.
    “근데 이거 다 만들어서 제가 가지고 가나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환심을 엮던 박 차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가지고 가서 어디에 쓸지도 미리 생각하시면서 만드셔야 해요.” 선생님이 답변에 그제야 박 차장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과장이 가장 어려운 단계인 꽃잎모양 만들기에 들어갔다. 날대를 굽혀 옆 날대의 아래쪽, 위쪽, 아래쪽, 다시 위쪽으로 나와 다른 날대 옆에 끼우는 방식이다. 두 차장은 정 과장의 속도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막엮기를 진행했다.
    “정 과장님은 빠르고 재미있게 하시고, 곽 차장님은 매우 섬세하고 꼼꼼하시네요. 그리고 박 차장님은 거의 업무를 하듯 진지하게 하고 계세요. I와 J가 분명히 들어갈 거 같아요.”
    선생님의 칭찬에 세 남자는 더욱 열심히 만들기에 집중했다.

  • “제 2의 재능을 찾은 것 같습니다”

  • 가장 빠르게 바구니를 완성한 정 과장은 몇 번이나 완성된 바구니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어느새 스튜디오 안의 다른 라탄 작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은 개인소장용이라고 대답한 정 과장이 먼저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성 후 성취감이 굉장하네요. 중간에 하나만 어긋나도 다시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기도 했지만 뿌듯함을 줬습니다. 환심 하나하나가 모여 이렇게 쓸모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한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이거 아까워서 바구니로는 못 쓸 것 같고, 집에 전시하려고요.”

    • 두 차장의 작품도 거의 완성됐다. 마무리 부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선생님이 도왔다. 만들기를 멈추자 박 차장은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환한 미소를 뽐냈다. 사실 뭘 하는지도 잘 모르고 왔다는 그는 과정 연출 컷만 찍으면 자신이 만든 것처럼 나오는 줄 알았는데 직접 만들어야 해서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 막상 완성된 바구니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네요. 이건 절대 팔 생각은 없습니다. 만약 누가 달라고 하면 최소 10만 원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안 팔아요.” 그는 바구니를 꼭 쥔 채 뒤로 물러섰다. “사무실에 두고 간식이나 차를 담아둘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곽 차장이 소감을 전했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또 재밌었어요. 혼자서 또 올 자신은 없지만 누군가 함께 하자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또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차장의 소감이 이어지는 동안 정 과장은 선생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라탄 채널의 구독버튼을 눌렀다. 아무래도 머지않아 스튜디오를 다시 찾을 것 같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라탄바구니를 들고 뿌듯해하는 삼총사에게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라탄은 잘 관리해줘야 해요. 그렇지만 습기와 화기가 없고, 통풍만 잘 되는 곳에 두시면 아주 오래오래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만든 제품을 꼭 잘 관리하셨다가 자녀분께 물려주셔야 합니다.”

    • 완성된 세 사람의 라탄바구니

      완성된 세 사람의 라탄바구니

      완성된 세 사람의 라탄바구니

      완성된 세 사람의 라탄바구니

함께 일하는 세상, 우리가 함께합니다.

    • 소통협력실 정재한 과장
    • 소통협력실 정재한 과장

      저는 소통협력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월간지 <장애인과 일터>를 담당하고 있고, 사회공헌활동 업무 및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업무를 맡고 있어요. 4월에 열렸던 2024장애인고용촉진대회를 통해 큰 대회를 담당하는 것에 부담도 있었지만, 대회를 마치고 난 후 정말 보람이 컸습니다. 또한 월간지를 담당하며 지금의 이슈나 트렌드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소통협력실 직원으로 공단과 외부를 연결(connecting)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운영지원부 곽종오 차장
    • 운영지원부 곽종오 차장

      저는 올해 2월부터 공간 기획조정실 운영지원부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재무부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운영지원부에서는 공단의 기금운용, 계약,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저는 특히 자금관리와 구매실적, 계약실적 등의 관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우회장일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우리는 장애인과 실질적으로 접촉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제가 하는 일로 인해 공단의 재무건전성이나 운영 실적이 조금이라도 향상된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 고용환경부 박종록 차장
    • 고용환경부 박종록 차장

      우리 부서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장애인을 몇 명 이상, 혹은 몇 퍼센트 이상 고용했는지,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췄는지 등의 일정 기준을 갖춘 사업장을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거죠.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설립되면 시설 장비나 편의시설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저희의 지원을 통해 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게 되기에 매우 가까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 들고 뿌듯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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