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
섬 속의 섬 우도 & 성산 일출봉
글, 사진. 하석미
저신장장애인으로 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이자 장애 인식개선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주가 품고 있는 섬 속의 섬인 우도는 작은 섬으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독특한 경관으로 유명하며, 섬 전체를 둘러보는데 17km 정도로 휠체어 배터리 빵빵하게 충전하고 돌면 하루에 가능하다. 해변, 암석, 해안절벽 등 다양한 지형을 자랑하고 있는 우도의 맑은 바닷길을 따라 휠체어로 달릴 때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느낌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은 최고의 여행, 거기에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성산 일출봉도 함께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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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로 우도 한 바퀴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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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우도는 제주 62개의 부속 도서 중 제일 큰 섬으로 제주의 동쪽 끝에 있는 섬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지대이며 비옥한 토지에 풍부한 어장을 보유하고 있다. 도로가 평탄하여 휠체어 사용인이 거닐기 좋고 휠체어 사용인을 고려하여 조성된 산책로와 휠체어 접근 가능한 관광 명소도 조성되어 있으나 일부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우도에 가기 위해서는 성산포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밧줄로 엮은 발판만 있던 예전과는 달리 배 입구에 경사로가 깔려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등 교통약자들이 쉽게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휠체어 사용인은 선실로는 올라갈 수 없다. 차량 옆 빈 공간에 자리를 잡고 가다 보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비가 오거나 파도가 세면 우도 여행은 포기하거나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도 여행을 계획할 때는 날씨가 최고로 중요하다.
하우목동항이나 천진항에 도착한다. 동행인이 있다면 전기자전거나 스쿠터를 대여해 함께 여행하면 딱이다. 두 항구 중 하우목동항에 도착한 나는 오른쪽으로 돌며 여행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서빈백사 해변으로 이곳의 모래는 홍조류가 해안으로 쓸려와 퇴적된 홍조단괴 해변으로 홍조류가 생리 과정에서 탄산칼슘을 축적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졌다고 하는데 가까이서 보면 마치 팝콘 같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드문 해변이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변은 휠체어로 다녀도 빠짐없이 볼수 있다. 그곳을 나와 우도봉 아래의 어룡 굴과 한반도 ‘여’(암반)가 있는 그곳의 풍경을 담고 우도봉으로 향했다.우도봉을 가기 위해 좁은 밭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은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보리밭 사잇길에 마주하는 작은 꽃들처럼 전동휠체어를 사용했기에 마주할 수 있는 풍경에 하나라도 놓칠세라 셔터를 누르며 달린다. 우도봉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쪽 해안의 비경을 볼 수 있게 뻗은 나무데크 위를 달려 도착한 계단 앞은 전동휠체어 사용인들에게는 우도봉의 정상이나 다름없다. 저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으며 구름 사이로 빠져나오는 햇볕에 반짝이는 윤슬은 나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해주었다. 우도봉은 경사가 심해 올라가질 못해 아쉽지만, 최고의 풍경을 담고 발길을 돌렸다.
다음으로 이동한 우도 동쪽에 위치한 ‘검말리’는 휠체어로 해안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검말리의 아름다운 해안절벽은 20m에 이르는 높이로 솟아 있으며, 화산암과 깨끗한 바다와 어우러진 비경에 취해 발길이 쉬이 옮겨지질 않는다. 천천히 조이스틱을 움직여 살랑살랑 부는 바람 따라 해안 길을 달려 도착한 섬 속에 또 다른 섬인 비양도에 도착했다. 해녀들이 방금 잡아 온 싱싱한 전복, 해삼, 멍게 소라를 포기할 수 없어 한 접시 가득 담아 계단뿐인 식당을 뒤로하고 자연이 만든 돌 식탁에 턱 올려놓고 한라산 한잔에 해삼 한 점 입에 넣으니 금상첨화다. 그렇게 기분 좋게 한잔하고 꿀벌 닮은 등대 가까이 휠체어로 다가가 바다를 발 앞에서 바로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해녀분들은 물질 중이고 멀리 보이는 돌섬으로 가마우지 녀석들의 무리도 보였다.
비우지 못한 배를 부여잡고 휠체어 최고속도로 달려 ‘하고수동’ 해변에 도착해 비우고 나니 상쾌함과 함께 안도감이 그제야 들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앞바다의 수심이 얕고 모래사장이 부드러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해변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우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땅콩 아이스크림 한입 가득 베어 물자 달콤함과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지며 더위까지 날려 주었다. 천천히 돌다 보니 마지막 배시간이 다 되어 선착장으로 달려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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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 명소 성산 일출봉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 명소 성산 일출봉
우도에서 나와 전동휠체어로 1.6km 달려 도착한 성산 일출봉은 장애인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 길은 울퉁불퉁 돌길과 계단으로만 되어있어 갈 수가 없다. 왼쪽 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이생진 시인이 아름다움에 취해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라는 시구를 썼던 그 마음을 알 듯하다. 성산포는 수많은 분화구 중에서도 드물게 바닷속에서 수중 폭발한 화산체다. 성산 일출봉은 낮에도 일품이지만 오징어 배의 불빛이 여기저기 트리처럼 반짝인 밤바다의 경관도 멋지다. 거기에다 성산 일출봉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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