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의 새로운 선택,
‘장애예술인 고용 수당제’ 도입

글. 이정주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 센터장

북유럽 동토의 척박한 땅,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을 가진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자 최고의 복지국가이다. 익히 알려진 북유럽 강호 덴마크(6만 8,898달러), 스웨덴(5만 8,529달러), 핀란드(5만 5,127달러) 보다도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노르웨이(9만 4,660달러)이다. 이전에는 겨우 대구 잡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양털로 옷을 지워 입던 인구 500여만 명의 가난한 나라였다. 1969년1) 북해 노르웨이 해역에서 원유가 발견되면서 국가의 운명이 바뀌었다. 일약 신흥 부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 고용과 소득보장 양 분야 모두 잡다

  • 노르웨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강력한 부를 바탕으로 빠르게 복지국가로서 높은 위상을 거머쥔다. 사회복지 전 영역은 물론이고 장애인을 위한 정책에서도 ‘고용이면 고용, 연금이면 연금’, 고용과 연금(소득보장) 양쪽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장애인 복지국가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르웨이는 복지국가 초기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며 장애인의 소득보장에는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장애인고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용보다는 철저하게 소득보장 정책에 집중했다. 오로지 ‘현금을 두둑이 주자 그리하여 그 돈으로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장애로 인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추가 비용은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 견고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득보장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노르웨이도 다른 유럽 국가와 같이 소득보장 제도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첫째, 세계적 경기침체의 따른 재정불안이다. 그로 인해 과도한 복지 재정은 곧 복지국가의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둘째, 무기여 연금 수혜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이다. 안정된 소득보장에 매몰되어 일하려고 하지 않는 나태함은 완벽한 소득보장 제도가 낳은 커다란 사회문제였다. 셋째,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일면 오일펀드)2)를 조성하면서 국가 재정을 대대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소득보장 정책은 전략적 변화가 요구되었다.

    • 노벨상을 수여하는 오슬로 시청

    • 시청 안 수상식이 거행되는 공간


    1) 1965년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3국이 모여 북해 대구 잡이를 위해 각국의 해역을 3등분했다. 그렇게 나눠져 노르웨이 해역으로 정해진 곳에서 1969년 양질의 북해산 브렌트유가 발견되었다. 하루 200배럴이 넘는 양이었다. 덴마크 해역에서도 원유가 산출되었으나 연간 140배럴 정도로 노르웨이하면 매우 적은양이다.

    2) 셰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 ‘NBIM(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은‘현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되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지속가능 발전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석유 수출로 얻는 수익 일정액은 다음 세대를 위해 기금으로 적립해 투자하고 있다. 현재 1조6000억 달러(2,2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1%가량이다.

  • 공공부문 11.6%, 민간부문 8.5%의 장애인 고용률

  • 다만,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노르웨이는 다른 나라와 달리 복지비용을 무조건 줄이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 수단이 바뀔 뿐이지 체감하는 복지내용이 감소하거나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본래의 복지국가의 철학을 고수한다는 원칙하에 복지 개혁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시작한 개편 작업은 2006년 일자리 중심의 복지를 강화하며 그 첫 신호탄으로 고용과 복지시스템을 통합하였다. 지금 노르웨이 사회복지를 진두지휘하는 ‘고용노동복지청(NAV;The Norwegian Labour and Welfare administration)’이 그렇게 탄생했다. NAV는 국립보험기구(The National Insurance adminstration), 국립고용서비스(The National Employment Service) 그리고 사회복지시스템(The Social Welfare System)을 통합한 명실상부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고용복지통합 정책 기구가 되었다.
    이를 통해 노르웨이는 국민보험제도(National Insurance Scheme)의 장애 혜택 이외에도 국가 연금기금(SPK) 또는 KLP와 같은 공공 직업 연금 제도를 활용하여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장애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에서 근로능력을 잃은 만큼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렇게 노르웨이는 복지(연금)과 고용을 연계 통합 하는 일자리 복지(Workfare)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의외로 장애인 고용은 대폭 증가하였다, 별도의 장애인 할당고용· 의무고용제도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은 11.6%, 민간부문은 8.5%의 높은 장애인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줄어든 소득보장과 장애인의 임금소득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노르웨이 고용복지청의 역할이 컸다.

    국가별 장애인 고용정책과 소득보장정책 (출처_정민섭(2021))

  • 장애예술인 고용수당 제도 도입

  • 이러한 장애인고용 정책의 확대는 최근(2023년)에는 ‘장애 예술인 고용수당제도’ 도입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1년부터 노르웨이 예술위원회(Arts and Culture Norway)는 장애인 당사자 예술인의 사회진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예술가의 직업 접근성(Artist-an accessible profession)’ 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요구했다. 이에 답하듯 정부는 장애예술인을 위한 일회성 보조금 지원 방식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문화예술 기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인 예술 활동 지원과 장애·비장애 예술인 간 협업을 독려하고 이때 장애예술인을 고용하는 문화예술 기관에 대해서는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고용수당(인건비)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2022년, 장애예술인 8명의 고용 지원을 시작으로 2023년과 2024년에는 18명까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노르웨이는 끊임없이 장애인 고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개혁을 시작하면서 노르웨이 정부가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고용정책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장애인복지 정책이 위축되거나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그대로 지켜졌다. 2024년 지금도 어디에서도 노르웨이 장애인복지가 위축되거나 감소되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장애인 복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득보장과 고용 양쪽 모두에서 말이다. 노르웨이란 나라가 부러운 건 산유국으로 얻어진 갑작스런 부도 그렇고, 장애인복지서비스가 세계 최고이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소득이 감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를 믿고 따라준 국민의 신뢰가 더욱 부러웠다. 주던 수당을 조정하여 소득보장과 고용을 동시에 잡아내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따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노르웨이의 놀라운 장애인복지 정책도 부럽지만 그보다 국민과 국가의 상호 신뢰하며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부러운지 모르겠다.

    • 노르웨이 장애 예술인 (출처_BRITISH COUNCIL)

    • 노르웨이 고용복지청 홈페이지 (출처_WWW.NAV.NO)


    3) 대상: 18세 이상 노르웨이에서 거주하고 있는 취업 허가 대상자, 기초예술 및 문화산업 분야 문화예술 기관 모두 신청 가능(선정된 기관은 장애예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예술위원회는 1년간 인건비 전액 보조. 단, 필요에 따라 정규직으로 채용이 어려울 경우 최대 3년간 지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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