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함께

식탁 위,
탄소를 만드는 먹거리

글. 이수정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래 어떤 시대보다도 풍요롭게 먹고 마시는 요즘이지만 안타깝게도 먹거리 산업에도 적지 않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삼시 세끼가 다름 아닌 탄소 배출 시스템에 기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축산업·농업·어업이 왜, 어떻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배출하는지 알아봤다.

축산업·농업·어업에서 식량을 기르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가 배출된다고 한다. 유통과정에서 수반되는 탄소량까지 포함하면 30%에 육박한다. 농업이 시작된 이후 인구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식료품의 생산·운송과 관련된 석탄 소비와 화학비료의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육식이 탄소 배출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채식과 어업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 축산업으로 증폭되는 메탄 배출량

  • 트림이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의 메탄을 방출한다면 믿겠는가. 바로 소 트림이 그렇다. 소의 트림에서 방출된 메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할 만큼 심각성이 크다. 소의 위에는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 미생물이 질긴 볏짚을 소화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만든다. 두 원소가 붙어 메탄이라는 가스가 만들어지고 소가 몸 밖으로 뿜어내면 메탄 트림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의 배에서 메탄이 형성되는 과정을 혐기성 발효라고 부르는데 소가 많이 먹은 만큼 혐기성 발효도 많아지고 자연히 메탄 방출량도 많아진다. 혐기성 발효는 트림뿐 아니라 방귀와 분뇨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분뇨는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혐기성 발효를 일으켜 메탄을 배출한다. 현재 화학비료가 가축 비료를 밀어내면서 분뇨 처리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분뇨가 묵혀 있다 보니 메탄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장형 사육시스템은 메탄 배출의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문제다. 더 많은 소와 돼지들이 더 빨리, 더 많이 비대해지고 사육 두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사람들의 고기 소비량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2배 가량 증가했다. 과수요와 과공급의 순환 고리가 형성되니 온실가스의 배출량도 증폭할 수밖에 없다.

  • 쟁기질이 만들어낸 온실가스

  • 인간이 논과 밭을 일구는 것만으로도 탄소가 배출된다.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흙 속에 탄소가 생기고 인간의 쟁기질이 이것을 흔들어 깨우면서 땅속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논에 물을 댈 때도 마찬가지다. 논에 물을 댄다는 것은 혐기성 미생물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것과 다름없다. 흙, 식물, 동물에 붙들려 있던 유기물을 물 댄 논에 사는 혐기성 미생물이 먹고 소화한 끝에 소가 트림을 하듯 메탄이 방출된다.
    농업이 산업화된 이래 온실가스의 방출구도 다양해졌다. 기본적으로 농기계 사용이 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공장에서 만들면서 온실가스 발생량이 늘었다. 화학비료는 뿌리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방출한다. 작물이 사람들이 뿌리는 비료의 절반만 받아먹고 나머지는 아산화질소의 형태로 공기 중으로 흩어지거나 땅에 있다가 빗물을 타고 강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의 300배나 온실 효과가 큰 가스이다.
    굵고 열매가 많은 종자를 만드는, 이른바 곡물의 비대화도 온실가스를 만드는 원인이 되곤 한다. 강한 종자를 더 많이, 더 빨리 재배하기 위해 농약과 비료의 양이 늘어나고 그만큼 땅에 내성이 생기면서 더 많은 농약과 비료가 다시 필요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재배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예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작 농산물 유통시장에서는 유기농 농작물이 배척받고 있다. 현재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농작물들은 더욱더 비닐하우스 재배로 숨어들고 동시에 에너지 투입도 늘어나고 있다.

  • 어획량이 줄어들수록 늘어나는 뱃길

  • 증기선이 등장한 이래 물고기 어획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바닷속 물고기의 수는 한정적이다. 점차 어장의 씨가 마르기 시작하면서 1950년까지만 해도 평균 500km였던 어선 이동 거리가 1970년대는 1,500km로 늘었다. 먼 거리의 조업은 자연히 더 많은 석탄 연료를 사용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양식이 대안이 될 수도 없는 사정이다. 양식의 경우 주로 전기 연료를 사용하는데 화석연료로 다량의 전기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이를 더 친환경적이라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류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통통한 물고기를 더 빨리, 더 많이 키우려는 인간의 욕심이 더해지면서 먹이 생산과 양식장 가동을 위한 연료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 식단 조절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

    • 각 분야에서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분뇨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전기에너지화하는 설비법, 땅에 물을 대지 않고 볍씨를 바로 부려 메탄 발생을 줄이는 태농법,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배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재료를 과잉 공급하고 과잉생산하는 식량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아닐까. 붉은 고기를 최대한 줄이고 견과류,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면 한 사람이 연간 최대 2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t 정도이다. 식단만 바꿔도 15%를 줄일 수 있다는 뜻. ‘나의 노력’이 ‘우리의 노력’으로 모일 때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박정배, 『탄소로운 식탁』, 2022.

  • 이전 페이지 이동 버튼
  • 다음 페이지 이동 버튼
  • 최상단 이동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