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공간

모든 관람 약자의
관람 장벽을 낮추다

국립극단 ‘접근성 회차’

글. 김엘진  
자료 제공.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소외 없는 문화 향유의 기회 제공과 관람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작품을 공연할 때 ‘접근성 회차’를 운영한다. 2020년 ‘배리어프리(Barrier Free)’라는 명칭으로 처음 시작된 접근성 회차 공연은 현재까지 총 25개 작품에서 운영되며 장애인들의 관람 장벽을 낮추고 있다.

  • 움직여도 괜찮아, 소리 내도 괜찮아

  • 공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시체 관극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말 그대로 시체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공연을 보는 문화를 의미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두 시간 가량의 공연을 보며 꼼짝도 하지 못하고, 살짝 움직였다고 주변 사람들의 제지를 받아야 하는 일은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비장애인에게도 그럴진대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공연 관람은 시작부터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립극단에서는 이러한 시체 관극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립극단은 2020년 온라인 극장 작품 2편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접근성 확대를 위한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활화산>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운영한 배리어프리 공연은 총 25개 작품에 달한다. 지난 4월 12일부터 5월 6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스카팽 Les Fourberies de Scapin>의 경우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접근성 회차를 운영했다. 접근성 회차에는 수어통역사들이 배우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그림자 수어통역을 진행하는 한국수어통역과 음성해설, 한글자막, 이동지원 등이 지원됐다.
    특히 이 공연은 전 회차를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진행했다. 자폐나 발달 장애인,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여건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극장의 환경을 조절한 것이다.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공연 중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며, 소리를 내거나 몸을 뒤척여 움직일 경우에도 제지를 최소화했다. 또한, 객석 입장 시간을 앞당기고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해 극장 환경에 관객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극장 로비도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도록 꾸몄다. 관객 휴식 공간은 공연 중에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극의 내용이나 대사의 즉각적인 인지와 소화가 어려운 관객은 로비에서 먼저 대본을 열람할 수 있었으며, 텍스트 기반이 아닌 아이콘 등으로 시각화된 이미지의 공연자료도 사전 제공했다. 더불어 무대 모형을 설치해 터치투어를 진행했으며, QR코드로 공연에 대한 음성 가이드도 청취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관객 등을 위해 공연 소개 전단에도 점자를 입혔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공연을 즐기는 데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현재 접근성 회차 운영이 확정된 공연은 <활화산>(5.24~6.17), <햄릿>(7.5~7.29)으로, 앞으로 더 추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스카팽(2024)'접근성 회차 공연

    <스카팽(2024)>접근성 회차 공연

  • 언제 어디서나 장벽 없이 공연을 즐긴다

  •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는 수어통역 또는 음성해설 버전을 더욱 편리하게 만날 수 있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국내 공연 영상 플랫폼 중 드물게 지속해서 고도화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제작·상영 중이다. 현재(5. 21일 기준) 온라인 극장에 올라온 35개 작품 중 15개 작품을 수어통역과 음성해설을 더한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2023년 화면분할이 아닌 수어통역사를 오버레이로 입히는 ‘픽처 인 픽처(Picture in Picture, PiP)’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수어통역 버전도 기존 버전 대비 화면 축소 없이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그린스크린 앞에서 수어통역사의 연기를 촬영하고 배경을 제거해 영상 하단에 수어통역사 인물만 올리는 방식으로 청각장애인의 온라인 공연 관람에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시각장애인 모니터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장애 예술가와 장애 관객으로 구성된 모니터단은 온라인 극장 접속부터 작품 상영, 상영 후 자동 발송되는 만족도 조사 참여까지 온라인 극장을 이용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2주간에 걸쳐 수행했다. 모니터단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음성해설 공연 영상뿐만 아니라 대체 텍스트 개발 등 온라인 극장 플랫폼 이용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을 거쳤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온라인 극장이 배리어프리 버전을 운영하는 이유는 그것이 마땅한 국립극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며, “국공립 기관이 가지는 소명에 따라 단기적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당장은 수요가 적더라도 언젠가, 누군가가 찾았을 때 꾸준하고 분명히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 '당신에게 닿는 길(2023)' 공연 전스마트글라스를 대여하고 있는 관객

      <당신에게 닿는 길(2023)> 공연 전스마트글라스를 대여하고 있는 관객

    •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의 수어통역 촬영 현장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의 수어통역 촬영 현장

    위치 아이콘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자체 OTT 플랫폼으로 2021년 “언제 어디서나 연극을 즐긴다”라는 모토로 문을 열었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고전 명작, 청소년극의 연극 영상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며 연극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본영상(다중시점) 외에도 디렉터스컷, 배리어프리, 캐스팅별 영상 등 다양한 옵션으로 즐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한글 자막은 모든 영상에 제공되며, 제작 과정 등 관련 영상을 통해 더 깊이 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 극장은 상시 운영하며 결제 후 7일 이내, 최초 재생 후 3일 동안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시청 개시 후 3일 동안은 횟수 제한 없는 무제한 관람 제공으로 상황에 따라 ‘끊어보기’가 가능하다.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무료회원 가입하면 초회 한정 온라인 극장 20% 할인쿠폰을 제공한다.(www.on.ntck.or.kr/편당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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