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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광고가 있다. 바로 브라질 오렌지 농장을 배경으로 한 델몬트 오렌지주스 광고다. 광고 영상에는 브라질 농장을 방문한 한국인이 음료를 시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주스를 마시고 브라질 사람들을 바라보며 '엄지척'을 하며 "따봉"이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기뻐서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고 '엄지척' 동작을 따라 한다. 이 광고 이후 적어도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다거나 긍정적인 답을 할 때 남녀노소 누구나 엄지척하며 "따봉"이라는 포르투갈어를 말한다. 비록 브라질은 변변한 장애인 복지정책이나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장애인 복지만큼은 ‘따봉’인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

우리는 보통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할 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제도적으로 복지가 잘되어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나라의 문화와 국민들의 몸에 밴 의식이다. 어떤 나라는 제도도 잘 되어 있고 국민 의식도 뛰어나지만, 어느 나라는 제도가 잘 되어 있어도 국민 의식은 그에 못 미치는 나라도 있다. 또 제도를 잘 갖추고 있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민 의식은 매우 높은 곳도 있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법과 제도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은 부족해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만큼은 몸 깊숙이 배어있는 국가가 있다. 대표적인 국가로 브라질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호주, 브라질에서 살아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인의 말을 들어 보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국은 장애인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지만, 단순히 돈 많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은 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호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한 예로 관공서를 이용할 때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너나없이 바쁘고 서둘러 일을 보고 싶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다 보면 이동과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는 같은 시간 관공서에 진입했어도 정작 창구에 다다르면 마감시간에 임박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가차 없이 창구문이 닫혀 다음 날 다시 와야 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성경에 나오는 일화가 떠오른다. 한 장애인이 기적의 연못에 몸을 담그면 병이 완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 치유가 가능한 순간 다른 이들이 앞다퉈 연못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작 하반신에 장애가 있던 이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어 수십 년째 연못 밖에서 기다리다 예수를 보고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꼭 그런 일들이 미국과 호주에서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처지를 살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으니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고, 도움을 청해도 제도를 만들어 보라는 차가운 눈빛만 경험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 시니컬한 지인은 브라질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관공서를 가거나 버스를 탈 때도 앞다퉈 마치 사명처럼 진심으로 배려하는 행동들을 느끼며 ‘굳이 이 나라에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제도가 없어도 사람들의 마음만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와 ‘배려’ 둘 다 중요하지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불편한 제도적 환경이지만 편견 없고 배려심 있는 사회를 택하고 싶다고 했다.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보다는 소울프리(Soul Free)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데는 더욱 가치롭다는 것이고, 이는 최근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사람 중심의 사회복지 실천계획(PCP; Person Centered Plan)’의 실천 현장을 보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아무튼 미국과 호주의 제도는 잘되어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마음은 그에 못 미친다는 주관적 결론이다. 브라질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에 출장을 다녀온 공직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책과 제도, 법률 등은 분명 우리나라보다 뒤지고 배울 게 없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PWD)을 대하는 모습은 정말 따듯하고 보기가 너무 좋았다는 평이 공통적이다. 또한 한 대학생 장애인의 브라질 장애인 시설 'AVAPE(Associacao para Valorizacao e Promocao de Excepcionais)1' 방문기를 보면 자신이 ‘태어나 본 사람 중 그렇게 밝고 고민이 없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한 듯한 표정은 처음 보았다’는 경험을 나누고 있을 정도이다. 혹자들은 라틴계 특유의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사고와 카톨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미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기에 브라질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국민들의 태도가 다른 나라와 달리 배려의 진정성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브라질 길가에 설치된 휠체어용 진입로
브라질 길가에 설치된 휠체어용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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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의 AVAPE는 장애인의 직업 자활 및 평생교육기관이다. ▲ 장애인의 재활 치료 ▲ 특수교육 ▲ 장애인의 건강관리 ▲ 공황장애&학습장애 케어 ▲ 장애인의 결혼 문제 ▲ 장애인의 응급상황 시 구급차 파송 ▲ 장애인 인권사업 ▲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캠페인 등 거의 '장애인을 위한 모든 부분'의 업무를 전국 1,200여 개의 산하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진정성

이러한 브라질도 지금은 장애인을 위한 관련 법률 제정을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도 2008년 비준한 UN CRPD(장애인권리협약)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 같다2. 세계 5위 면적, 세계 7위의 인구 3억 명, 세계 9위의 GDP를 자랑하고 있는 대국임에도 변변한 장애인법을 갖추고 있지 못했던 브라질이 제대로 장애인법을 정비한 것은 2015년이었다. UN CRPD 비준 이후 매우 서두른 결과였다. 일단의 장애인법을 제정한 이후 지금까지 법률을 개정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브라질 장애인복지 현장이 지금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질 장애인법 제1조는 ‘장애인의 사회적 포용과 시민권을 목표로 평등한 조건 하에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의 행사를 보장하고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후 2022년 ICF 기준에 따라 장애평가시스템을 구축하였고, 2023년 법률을 개정하면서 장애 판정을 위해 의료전문가의 참여와 함께 원격 의료 기술을 사용하거나 제출한 의사의 의견서를 분석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브라질은 장애인을 위한 국가상징으로 ‘해바라기 디자인의 리본’으로 정하기도 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증서를 통해 활동보조인이나 유관기관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전달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발 빠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가운데 브라질 한 장애인단체가 만든 ‘장애인고용 캠페인 광고’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브라질은 법과 제도 없이 진정성 있는 배려의 마음으로도 장애인이 불편함이 없도록 했던 국가이다. 역설적으로 16세기 이후 수백 년을 이어온 식민지의 삶, 수많은 혼혈로 인한 불분명한 민족정체성,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로 얼룩진 근현대사, 멈추지 않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국민은 국가와 정부에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연대와 유대를 통해 약자를 돌보는 방식을 체득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인 UN CRPD 체제 속에서 브라질은 늦게나마 법과 제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장애인복지가 기대되는 것은 앞서 미국과 호주와 같이 제도적 장치에 기대는 장애인복지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진정성 위에 만들어질 법과 제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국가가 브라질의 장애인정책을 배워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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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7월 9일 입법령 제186호으로 비준되었고, 2009년 8월 25일 법령 제6949호 공포되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차점을 나타내는 표지판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차점을 나타내는 표지판
 장애인을 위해 높이가 조절이 된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의 공중 전화
장애인을 위해 높이가 조절이 된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의 공중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