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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부드러운 저녁 공기에 음률이 섞인다. 익숙한 전주와 함께 들려오는 미성에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인천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이 있다. 잘 살펴보면 정규 업무 시간이 끝나 불이 꺼진 복지관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이 있다. 밴드 ‘스타라이트’와 밴드 ‘이랑이랑’의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는 강당이다.

다트를 던지고 있는 영등포구 수다방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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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밴드

매주 월요일 복지관의 강당은 연습실로 변한다. 격주로 번갈아가며 두 밴드가 연습실로 사용한다. 한 주는 ‘스타라이트’의 연습실이 되고, 그 다음 주에는 ‘이랑이랑’의 연습실이 된다. 한 팀으로 구성하려던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두 팀으로 나뉜 것은 음악적 취향 때문이다. 밴드라는 특성상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두 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다만 드럼을 전공한 안상진 회원은 양 팀 모두에서 활약 중이다. 이날은 취재를 위해 팀을 구분하지 않고 올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모였다.

나를 비추는, 밴드 스타라이트

밴드 ‘이랑이랑’의 멤버 중 일부가 늦어져 함께 연습하는 밴드 ‘스타라이트’의 합주 연습이 먼저 시작되었다. 첫 곡은 밴드 ‘Ex’의 ‘잘 부탁드립니다’. 화려하게 박자를 쪼개어 들어가는 드럼소리에 맞추어 첫마디가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전서하 보컬리스트의 경쾌한 목소리에 절로 발이 까딱까딱 움직인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김훈찬 기타리스트가 이펙트 페달을 밟으며 능숙하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중앙에 자리잡은 최연식 베이시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만들었다.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박유찬 키보디스트를 대신해 건반 앞에 앉은 박정규 회원 역시 크게 헤매지 않고 연주를 이어나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합주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누구랄 것 없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음이 잘 안 맞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 “코드 다시 잡아보는 거 어때?” 건반과 기타가 코드를 맞추자, 안상진 드러머가 드럼롤로 시작을 알렸다. “그럼, 다시 가볼까요?” 자칫 처질 수 있는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었다. 이전보다 한결 합이 맞는 연주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라이트’의 리더는 전서하 보컬리스트다.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 수줍게 말을 이었다. “음악적인 건 드러머인 상진이와 키보디스트인 유찬이가 더 잘 이끌어줘요. 하지만 그 외에 연습시간을 정하거나 하는 부분은 제가 행동하는 편이죠.” 전서하 보컬리스트는 박정규 회원의 전화를 받고 합류하게 되었다. “이전에 난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어요. 그걸 눈여겨 보던 정규님이 전화를 주셔서 합류하게 됐죠.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이라 많이 서툴러요. 듣는 것과 부르는 건 정말 다르더라고요.”
전서하 보컬리스트는 연습 초반에 ‘잘 부탁드립니다’의 애교스러운 부분이 특히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웃었다. “하지만 소리를 내니까 에너지가 생겼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는데, 열심히 하다보니 자신감도 많이 늘었죠.” 에너지가 생겼다는 말을 증명하듯 ‘스타라이트’의 합주에는 내내 단단한 에너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연습실 공간을 가득 메운 ‘스타라이트’ 전서하 보컬리스트의 돋보이는 음색
연습실 공간을 가득 메운 ‘스타라이트’ 전서하 보컬리스트의 돋보이는 음색
합주 내내 음악을 이끌던 안상진 드러머
합주 내내 음악을 이끌던 안상진 드러머
김훈찬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더해지며 절정으로 향하는 리허설 무대
김훈찬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더해지며 절정으로 향하는 리허설 무대

마음을 살피며, ‘이랑이랑’

‘이랑이랑’의 첫 연습곡은 가수 ‘YUI’의 ‘CHE.R.RY’. ‘이랑이랑’의 구예은 보컬리스트는 이전에 1년간 밴드활동을 했다. 구예은 보컬리스트가 점자단말기 ‘한소네’를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르자 몽환적인 목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안상진 드러머와 최연식 베이시스트가 곡을 이끌고, 조재헌 기타리스트가 그 위에 멜로디를 얹었다. 조재헌 기타리스트의 곁에는 안내견 ‘이랑’이가 얌전히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다.
발랄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이 끝나자, 다음 곡으로는 가수 ‘백예린’의 ‘Square’가 이어졌다. 세 번째 곡은 싱어송라이터인 ‘한로로’의 ‘입춘’. 앞서 합주를 한 ‘스타라이트’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분위기의 곡 선정이었다. 보다 담백하게 감정을 고백하는 노래들의 여운이 강당 안을 가득 메웠다. ‘이랑이랑’의 네 사람은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기보다는 합주하는 순간을 즐기는 것에 집중했다.
‘이랑이랑’의 리더는 기타리스트인 조재헌 회원이다. 안내견 이랑과 함께 하고 있는 조재헌 기타리스트는 ‘스타라이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 ‘소리여행’ 때부터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경력직’이다. “집에서 홀로 연주하는 것과 함께 합주를 할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요. 소리여행을 하다가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이랑이랑’이죠.”
조재헌 기타리스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드럼을 치는 상진이야 원래 알던 사이였지만 보컬인 예은님은 시각장애인 커뮤니티를 통해 구했어요. 베이시스트인 연식님은 악기 커뮤니티에 구인글을 올려 만나게 되었죠. 그래서 연식님은 우리 밴드의 유일한 비장애인이에요.” 그래서인지 지금 ‘이랑이랑’에서 건반을 연주할 사람을 찾는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와 감성이 맞는 키보디스트가 있다면 연락주세요!”

(왼쪽부터) 조재헌 기타리스트, 전서하 보컬리스트, 최연식 베이시스트,  김훈찬 기타리스트, 구예은 보컬리스트, 안상진 드러머
(왼쪽부터) 조재헌 기타리스트, 진서하 보컬리스트, 최연식 베이시스트, 김훈찬 기타리스트, 구예은 보컬리스트, 안상진 드러머

두 밴드의 한 지붕

박정규 회원은 밴드 ‘스타라이트’ 멤버도, 밴드 ‘이랑이랑’의 멤버도 아닌 이 연습실의 멤버다. 복지관 소속의 직원이지만, 동시에 소리여행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기도 했다. 밴드 ‘스타라이트’와 밴드 ‘이랑이랑’을 위해 강당을 개방하고, 각종 행정적 절차를 위해 힘쓰는 것 역시 박정규 회원의 몫이다. 이날 불참한 박유찬 키보디스트를 대신해 연주를 하기도 하고, 밴드 ‘이랑이랑’의 연습시간에는 함께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박정규 회원에게 원동력을 물었다. “늘 즐겁게 음악이라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여러 사람이 매주 한 자리에 모여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모임이 끝나는 시간이 아쉽고,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는 그런 밴드가 되도록 멤버들과 함께 노력해보려고요.”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음악의 힘을 이미 알고 있는 이의 답이었다.

멤버는 아니지만 제2의 멤버나 마찬가지인 박정훈 회원의 통기타 연주
멤버는 아니지만 제2의 멤버나 마찬가지인 박정훈 회원의 통기타 연주
모임이 끝나는 시간이 아쉽고,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는 그런 밴드가 되도록 멤버들과
함께 노력해보려고요.
스타라이트·이랑이랑
인천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 밴드 프로그램
  • 주소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한나루로 357번길 105-19
  • 문의
    032-876-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