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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인근에 자리한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의 작업실은 고요하고 단정했다. 모두가 둘러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커피를 만드는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좋은날을 만나보았다.

유정임 주임과 강하경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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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듣기>

좋은 날에는 좋은날 커피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이하 좋은날)은 전 직원이 5명뿐인 작은 회사지만, 동시에 설립한 지 13년차를 맞이하는 오래된 곳이기도 하다. 좋은날은 처음부터 성년이 된 발달장애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곳을 만들고자 설립되었다. 그런 만큼 좋은날 직원 5명 중 4명이 발달장애청년이다. 이들은 다크로스팅 원두,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는 드립백, 바로 마실 수 있는 콜드브루 파우치를 만들어 판매한다. 좋은날의 모든 직원이 함께 만든 커피를 온라인에 판매하고, 오프라인 카페에 납품한다. 신선한 원두를 제때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벌써 13년차가 된 만큼 좋은날 커피의 단골도 적지 않다. 좋은날 커피를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는 것은 상품의 질이 좋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유기농 원두를 사용하고, 그 중에서 불량 콩을 골라낸 후 로스팅해 다시 한 번 더 모양과 색이 온전하지 않은 원두를 골라내는 더블 핸드픽을 거쳐 품질을 유지한다. 더블 핸드픽에는 장애인 직원 네 명이 모두 함께한다.
좋은날은 지속가능한 일자리만큼이나 장애인 직원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작업을 이해하거나 수행하는 속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맞추어 작업을 진행한다. 발달장애 특성상 표현에 서툰 경우가 많아 작업하는 중간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며 표정과 행동변화를 관찰한다.
대화는 좋은날에서 중요한 요소다. 작업에 집중하게 되면 대화를 이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매일 오전 근무와 오후 근무가 끝나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부터 앞으로의 작업 일정이나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고 의견을 듣는다. 좋은날 커피의 운영에는 장애인 직원이 직접 참여한다. 이런 대화에 대해 좋은날에 7년 동안 근무한 오성민 직원은 “가끔 장애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잘지내려고 노력한다”라며 답했다.

드립백을 제작하고 있는 좋은날 직원들
드립백을 제작하고 있는 좋은날 직원들

함께 만드는 커피

좋은날의 커피는 장애인 직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오전 업무로 드립백을 제작한다. 유일한 비장애인 직원, 박철 이사가 곱게 갈린 원두를 기계에 넣으면 그 앞에 앉은 곽재익 직원이 드립백 용기에 계량해 넣는다. 곽재익 직원이 계량한 드립백은 옆에 앉은 강호성 직원에게로 넘어간다. 강호성 직원은 드립백을 밀봉하고 오성민 직원에게 넘긴다. 오성민 직원은 밀봉된 드립백을 포장 봉투에 넣는다. 포장봉투에 든 드립백이 트레이 하나를 가득 채우면 최현호 직원이 포장봉투를 밀봉한다. 네 사람은 능숙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해냈다.
특히 강호성 직원은 “이번에 밀봉 기계의 세팅을 바꾸어 더욱 빨리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어 좋다”라고 했다. “원래는 페달을 네 번이나 눌러야 했어요. 안에 든 공기가 빠지는 데에도 오래 걸렸고요. 지금은 한번만 눌러도 되니까 훨씬 빨라진 거죠.” 강호성 직원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드립백 포장을 담당하고 있는 오성민 직원은 손을 멈추지 않으며 말해주었다. “이 드립백 포장용지에 그려진 그림도 우리가 그린 그림으로 만들었어요. 예쁘죠?” 오성민 직원이 포장하고 있는 봉지에는 원두와 원두가 담긴 컵이 알록달록하게 그려져 있었다.
드립백 제작에서 시작을 담당한 곽재익 직원은 준비된 원두가 다 떨어지자 익숙하게 기계를 들고 안쪽의 제조실로 향했다. 에어건으로 다른 원두가 섞이지 않도록 꼼꼼히 바람을 불어 청소했다.
묵묵히 실링을 담당한 최현호 직원은 실링기의 열이 식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열기가 식어야 청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작업이 끝나자 모두 한 몸이 되어 자신이 맡은 곳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테이블을 닦았다.
이어서 핸드픽* 작업을 시작했다. 다섯 명 모두 테이블에 앉아 생두를 트레이에 올려두고 골라냈다. 모두 집중력을 발휘해 불량 콩을 골라냈다. 박철 이사가 장애인 직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건 어디의 콩 같아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번에 콩은 내추럴**과 워시드***가 있다고 했잖아요. 이건 내추럴일까요, 워시드일까요?” 스타벅스와 위캔센터 북카페, 베어베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오성민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을 술술 내놓았다. “워시드인 것 같아요.” 박철 이사가 되물었다. “왜 워시드인 것 같아요?”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동안 최현호 직원은 신중하게 불량 콩을 골라냈다. 핸드픽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리는 최현호 직원에게 누구 하나 재촉 없이 먼저 끝난 이들은 척척 정리를 시작했다.

핸드픽을 하고 있는 좋은날 직원들
핸드픽을 하고 있는 좋은날 직원들
원두, 드립백, 콜드브루 등 다양한 좋은날의 커피
원두, 드립백, 콜드브루 등 다양한 좋은날의 커피
실링에 집중하고 있는 최현호 직원와 포장용기에 담고 있는 오성민 직원
실링에 집중하고 있는 최현호 직원와 포장용기에 담고 있는 오성민 직원
  • *생두 혹은 원두에 섞인 결점두나 이물질 등을 손으로 골라내는 작업

  • **커피 체리를 수확한 후 과육을 제거하지 않고 햇볕에 건조시키는 방식

  • ***체리의 과육을 벗겨내고 물로 씻어낸 후 건조하는 방식

작업을 이해하거나 수행하는 속도가 각기 다르기때문에 좋은날은 개개인에게 맞추어 작업을 진행한다.

더 새롭고 특별한 커피를 위해

좋은날 커피는 현재 마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와 오마이컴퍼니의 제작지원을 받아 오마이컴퍼니에서 후원형 펀딩을 진행 중이다. 좋은날 드립백의 5가지 커피를 조합한 신제품을 펀딩 리워드로 제공한다. 펀딩 금액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성미산좋은날 커피를 많은 분들에게 알려 주세요.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에 배달이 가능해요.” 곽재익 직원이 활기차게 말하며 자신이 만든 커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좋은날의 작업실 문을 닫고 나오는 길, 빗소리와 함께 마음속에서 고소한 커피향이 은은히 맴돌았다.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 그룹인터뷰
  • 오성민 직원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직장이 있어 행복합니다.”
    오성민 직원
    7년 동안 근무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고, 일도 능숙해져서 처음보다 일하는 속도가 빨라져서 좋아요. 일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동료들과 함께 근무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 저축도 하고 부모님과 여행도 가고 싶습니다.
  • 곽재익 직원
    “더 많은 분들이 우리가 만든 커피를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곽재익 직원
    성미산좋은날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월급도 오르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성격이 서로 다른 직원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 일자리가 있어 뿌듯합니다. 성미산좋은날이 더 잘 되어서 엘레베이터가 있는 건물로 이사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강호성 사원
    “믿고 마실 수 있는 식품을 판매합니다.”
    강호성 직원
    고등학교 졸업하기 1년 전부터 일했으니 12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개업식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조합원인 선생님과 사회를 봤거든요. 매월 두 번째 토요일, 조합원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 기다려집니다.

성미산 좋은날 협동조합은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만들어 진 마을기업입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유기농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만듭니다. 원두, 드립백, 콜드브루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커 피 판매수익금 전액은 발달장애인의 지속가능한 고용과 공방 운영 에 사용합니다.

성미산 좋은날 협동조합의 장애인 직원은 업무 전반에 참여합니다. 원두를 선별하는 ‘핸드픽’, 드립백 제작, 콜드브루 파우치 제작, 제 품 포장, 택배 포장, 청소, 정리정돈 등을 함께합니다. 특히 ‘핸드 픽’과 드립백 제작은 마포구 소재의 중학생들에게 작업에 대해 설 명하고 시연을 하기도 합니다.

성미산 좋은날 협동조합은 모두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장애 인 직원 개개인에게 맞춘 속도로 작업합니다. 매일 오전과 오후 근무가 끝나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근무 중 어떤 어려 움이 있는지 뿐만 아니라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 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곽재익이고 별명은 늘푸른 소나무입니다. 일자리가 생겨서 좋아요. 매출이 오를 수 있으니까 좋아요.

핸드픽, 드립백, 카우치 작업 정도를 하거든요, 12년 전부터 일을 했느데, 더 홍보를 하고 판매를 하는 거예요.

커피에 대해서 공부도 할 수 있고, 커피를 만들어서 고객님들에게 팔기도 하니까 되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의 꿈은 야구장에 가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꿈이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꿈입니다.

성미산 좋은날 협동조합은 성인 발달장애인이 직업적인 자립을 넘어, 다양한 삶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