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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복지관 작업실, 매주 금요일 오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 미술 동아리 ‘미예찬’ 공간이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그림 그리기를 삶의 일부로 여기며 열정을 불태운다. 각자의 손끝에서 피어난 작품은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꿈이 된다.

다트를 던지고 있는 영등포구 수다방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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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예술이 만나는 곳, 미예찬

매주 금요일 오후,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 지하 1층의 조용한 연습실에는 색색의 물감과 웃음소리가 번져간다. 누군가는 천천히 붓을 들고, 또 누군가는 스케치북에 가만히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 쌓이며 이 공간은 ‘미예찬’이라는 이름의 작은 예술 공동체로 자라났다.
미예찬은 2009년, 복지관 미술반에서 그림을 배우던 몇몇 회원들이 창작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시작한 동아리다. 복지관의 권유로 만들어졌으며, 처음에는 연필 드로잉 수업으로 시작해 점차 아크릴, 수채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의 폭을 넓혀왔다. 복지관 지하 연습실은 그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창작의 무대가 되었고,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과 예술이 맞닿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그냥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림이 제 삶의 중심이에요.” 동아리 설립 초기부터 활동해온 송광근 회원의 말에는 지난 시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단지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찾고 표현하며 스스로를 ‘예술가’라 부를 수 있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정미현 회장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5시 반까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요. 활동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소속감과 지속성을 갖춘 예술 공동체로 성장했죠”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함께 그림을 그리며 쌓아온 우정과 열정은, 이 작은 모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함께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시간

미예찬 회원들은 정해진 주제 없이 각자의 감성과 생각을 담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매해 수많은 전시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협회 공모전, 그룹전, 초대전 등 다양한 전시 무대에 서며, 1인당 연평균 20~30회에 이르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단단한 기본기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작품을 판매하거나 대여하기도 해요. 금액은 크지 않아도, 제 그림이 누군가의 공간에 걸린다는 건 정말 큰 의미예요.”
정미현 회장은 그림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경제적 자립과 직업적 자존감을 안겨주는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 활동 못지않게, 회원들은 함께 나누는 전시에도 애정을 쏟는다. 매년 열리는 ‘미예찬 회원전’은 각자의 그림을 공유하고 감상하는 자리다. 서로의 표현을 존중하며 편안하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주연 회원은 “평가보다는 감상 중심이에요. ‘이 색감 참 좋다’, ‘이 부분을 더 밝게 해보면 어때요?’ 이런 따뜻한 말들이 큰 힘이 돼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류영일 회원도 “그림은 저에게 그냥 ‘취미’가 아니에요. 매주 이곳에 나와 붓을 들고 있으면, 나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겨요”라며, 동호회 안에서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덧붙였다.

올해 초 오픈한 동호회 회원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서울시립북부장애인 종합복지관 미술관
올해 초 오픈한 동호회 회원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서울시립북부장애인 종합복지관 미술관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몰두하는 회원들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몰두하는 회원들
평소 이야기를 잘 나눈다는 미예찬 회원들
평소 이야기를 잘 나눈다는 미예찬 회원들

회원에게 더 없이 소중한 곳

미예찬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매주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의 그림을 나누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서로를 이해해간다는 점에서 다른 동호회와는 분명한 결을 달리한다. 많은 모임이 월 1회 정도의 학습 중심 운영에 머무는 데 비해, 미예찬은 창작 활동의 꾸준함과 상호 소통의 따뜻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예술 공동체다.
회원들에게 이 공간은 단순한 ‘모임’ 그 이상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일상과 예술 사이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이다. 이주연 회원은 “그림을 그리며 몸이 나아지고, 전시에 참여하면서 마음도 건강해졌어요. 예전에는 소극적이었는데, 지금은 제 감정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활동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어요”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를 전한다. 어린 시절 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미루어야 했던 이순화 회원은 지금의 시간을 더욱 아끼며 살아간다.
“어렸을 땐 미술을 배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이 저에겐 너무 소중해요. 꼭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림을 통해 나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녀에게 미예찬은 오랜 갈망 끝에 비로소 마주한 꿈의 일부이자,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류영일 회원도 미예찬을 통해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한다.
“이 동아리는 제 일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됐어요. 뭐 이런 ‘신나는 모임’이 또 있을까요? 저는 여기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된 느낌을 받아요.”
그림을 그리는 과정뿐 아니라 회원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 웃음, 전시 준비의 설렘까지 그 모든 것이 류영일 회원에게는 세상과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처럼 미예찬은 단지 예술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나누며, 회복해나가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표현을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창작을 통해 자신만의 빛을 찾는 이들의 여정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공방의 붓끝에서 계속되고 있다.

금요일마다 열정을 불태우며 자신의 작품을 그려내는 회원들
금요일마다 열정을 불태우며 자신의 작품을 그려내는 회원들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미예찬

미예찬은 앞으로도 ‘함께 그리는 예술’을 중심에 두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걸음을 이어갈 예정이다. 회원 수는 많지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서로의 작업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끈끈한 유대와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그림을 매개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며, 하나의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중 가장 중요한 축은 회원전의 확대와 국제 교류 활동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두 차례 열리던 ‘미예찬 회원전’이 올해에만 벌써 네 차례나 열렸고, 앞으로는 외부 초청 전시나 대관 전시 등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특히 오는 8월에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장애인미술협 주최로 개최하는 교류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후쿠오카를 찾을 예정이다. 이어 가을에는 일본 작가들이 한국을 찾아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공동 전시를 개최한다. 국경을 넘어 손을 맞잡는 이 만남은 미예찬의 예술 세계를 더 넓은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수채화와 아크릴 등 자신의 취향을 담는 회원들
수채화와 아크릴 등 자신의 취향을 담는 회원들
미예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미술 동호회
  •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덕릉로70가길 92
  • 문의
    02-2092-1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