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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장애인을 위한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 제도를 통해 수십 년간 노동시장 내 포용성을 확대해왔다. 특히 정신·지적장애인을 포함한 중증 장애인의 일반 고용 참여를 촉진하는 데 있어 이 제도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도의 효과성과 형평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몇몇 주는 제도 개혁을 선도하며 미국 전체 장애 고용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 ADA와 WIOA의 결합

미국의 지원고용은 1973년 「재활법(Rehabilitation Act)」,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 그리고 2014년 「노동혁신과 기회법(WIOA)」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이 다져졌다. 특히 WIOA는 경쟁적이고 통합된 고용(Competitive Integrated Employment, CIE)을 강조하며 보호작업장에서 일반 일터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원고용 모델인 IPS(Individual Placement and Support)는 근거 기반의 실천모델로 자리 잡아 미국 내 25개 주 이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모델은 직업 배치 전 훈련보다 실제 취업과 직장 내 지원을 우선시하며, 그 실효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여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저임금 이하 고용’의 종말을 향해 미국의 지원고용 정책 가운데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연방 공정노동기준법(FLSA) §14(c) 조항이다. 이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이 장애인의 생산성을 평가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으로, 일명 ‘서브미니멈 웨이지(Subminimum Wage)’ 제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실제로는 장애인의 직업 전환과 경제적 자립을 가로막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호작업장(Sheltered Workshop)에 고용된 장애인의 일반 고용 전환률은 0.5%에 불과하다. 이들은 직업 능력을 기를 기회 없이 낮은 임금의 반복적인 작업에 머무르게 된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16개 주는 자체적으로 §14(c) 조항 적용을 중단하거나 폐지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는 모든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 보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2025년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미국 내 장애인 노동 인권 향상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지원 고용 사무실에서 사람들 모습
지원 고용 사무실에서 사람들 모습
지원 고용 사무실에서 사람들 모습

캘리포니아의 선도적 개혁: 정책적 전환과 실천

미국 내 혼재된 흐름과 달리, 캘리포니아 주는 장애인의 권익 보장과 자립적 삶을 위한 정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주의회는 2025년까지 하위 최저임금제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장애인 노동자에게 주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보호작업장’ 중심의 고용구조에서 경쟁적 통합고용으로의 전환을 명문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2024년 캘리포니아 재활국(California Department of Rehabilitation, DOR)은 기관명을 ‘Disability Works California’로 변경하고, ‘Employment First Office’를 신설하였다. 이 조직은 장애인의 고용이 복지의 한 영역이 아닌 당연한 권리임을 천명하며, 직업훈련·지원고용·사후관리의 전 주기를 포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2025년부터 지원고용 코칭비 및 단기지원 서비스에 대한 급여 요율이 상향 조정되어, 민간 고용주와 협력한 안정적 고용지원을 도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고용 인식 행사
캘리포니아 고용 인식 행사

통합적 전략: 교육과 고용의 연계 강화

캘리포니아는 연방법 ‘WIOA(Workforce Innovation and Opportunity Act)’에 부응하여, 장애인의 고용경로를 단순 취업 중심이 아닌 경력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 추진된 CIE 블루프린트(CIE Blueprint)는 교육청(CDE), 발달장애국(DDS)과의 협력을 통해 청소년기부터 고등교육·직업훈련·취업으로 이어지는 통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 14,000명의 14(c)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상담, 직업설계, 통합고용 경험 제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 다른 주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

미국의 지원고용 제도는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1. ① 예산 구조의 비효율성
    Medicaid, 주정부 재활국, 연방 노동부 등 여러 기관에서 분절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서비스의 지속성과 통합성이 떨어진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IPS 모델의 경우, 장기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만 초반 투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부족하다.
  2. ② 고용주 인식 부족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많은 고용주가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생산성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어, 고용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주 대상의 인식개선 교육과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3. ③ 지역 간 불균형
    농촌 지역은 교통과 일자리 인프라 부족으로 지원고용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낮다. 특히 원격 근무나 지역 커뮤니티 기반 고용 모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4. ④ 서비스 간 연계 부족
    정신건강 서비스, 직업재활, 사회복지 시스템 간 협력이 부족해 개인 맞춤형 직업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 사회 기반의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미래를 향한 제언

장애인의 고용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실현과 사회통합의 핵심이다. 미국의 지원고용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모델 중 하나로서 여러 장점과 함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동정에서 권리로’, ‘보호에서 자립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선, §14(c) 폐지를 통한 임금 형평성 확보, Medicaid 중심의 재원 재구조화, 고용주 인식 개선과 직무 맞춤형 고용지원 확대, 지역사회 연계 및 통합서비스 시스템 강화 등이다.

마치며
장애인이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일하는 시민’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용의 질과 선택의 자유, 임금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캘리포니아의 변화는 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근로자 35,000명 이상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현황에 대한 자료
전국적으로 장애인 근로자 35,000명 이상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현황에 대한 자료
자료 출처: 미국 노동부
  • * 미국의 국민 의료 보조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