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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모두를 위한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며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미술관은 1층과 2층에 전시실 1~5(총 5,910㎡)를 비롯해 수장고, 교육실, 강의실, 회의실, 접견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 예술 도서관인 ‘책그림섬’, 아카이브실 ‘모카이브’, 카페 ‘토비아스 스페이스’, 야외 조각공원,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으로 활용되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현대미술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첫 무장애 전시 <열 개의 눈>

부산현대미술관은 물리적 시설의 문제뿐만 아니라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무장애 디자인(Universal Design) 등으로 확산되는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 전시에 앞서 사전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저시력 학생, 발달장애인, 감각 예술가들이 함께한 6개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감각의 수평성을 실험했고, 이번 전시는 그 결실로 탄생한 첫 무장애 전시 <열 개의 눈>이 2024년 5월 3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라는 키워드 아래, 감각과 존재의 다양성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다.
<열 개의 눈>은 장애와 비장애, 주류 감각과 비주류 감각, 정상이란 이름 아래 무심히 간과되던 차이의 감각적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 전시는 감각의 위계를 해체하고, 나이와 신체 조건,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의 유동성을 수용하며, ‘누구나 자신만의 감각으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기획되었다.

김덕희, <밤의 노래>, 2025, 파라핀 왁스, 염료, 지름 360cm, 부산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달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태양’이라 부르는 둥근 설치물을 통해, 어둠 속에서 재생과 치유, 회복을 이야기하는 작품, 김덕희, <밤의 노래>, 2025, 파라핀 왁스, 염료, 지름 360cm, 부산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감각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

전시 제목인 ‘열 개의 눈’은 손가락 열 개를 두 눈에 비유한 은유적 표현이다. 감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개인의 신체 조건과 삶의 맥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총 20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고, 회화, 조각, 웹툰, 사운드 아트, 퍼포먼스 등 7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감각의 다층적 의미를 탐구한다.
미국 미니멀 아트의 거장 로버트 모리스는 눈을 가리고 손끝의 감각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실험을 펼쳤고, 시각을 잃은 이후 달라진 감각 체계를 바탕으로 인간과 동물의 위계를 허무는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의 작업 역시 인상 깊다. 뇌출혈 이후 왼손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라움콘(Q레이터)의 ‘한 손 프로젝트’, 손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조형하는 김채린의 조각 작품, 수어와 안무를 결합한 다이앤 보르사토와 해미 클리멘세비츠의 퍼포먼스 등은 감각의 전환이 곧 창작의 전환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부산맹학교 학생들과 교류해 예술의 본질을 질문하는 홍보미의 애니메이션, 파라핀 설치로 감정의 층위를 표현한 김덕희, ‘본다’는 행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은 엄정순, 소리와 리듬을 통해 감각을 유도하는 SEOM:(섬)의 대형 사운드 설치 등도 함께 선보인다.

누군가를 안아주고, 손을 잡고, 팔베개를 해준 기억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만지면 소리가 나며, 촉각과 질감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 김채린, <하나인 27가지 목소리>, 2025, 혼합재료, 95×95×110cm, 부산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협력 사운드 서혜민, 글 홍승택, 영상 김용현, 자문 이성수, 제작보조 박형조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 <진정한 사랑은 결국 당신을 찾을 것이다>, 2021, 혼응지, 스티로폼, 나무, 알루미늄 관, 합성수지, 아크릴릭 광택제, 158.8×116.8×96.5cm, 작가소장
시각·청각장애가 있는 작가가 가족의 문신을 매개로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 <진정한 사랑은 결국 당신을 찾을 것이다>, 2021, 혼응지, 스티로폼, 나무, 알루미늄 관, 합성수지, 아크릴릭 광택제, 158.8×116.8×96.5cm, 작가 소장

<열개의 눈>
  • 전시 기간:
    2025. 5. 3.(토)~ 2025. 9. 7.(일)
  •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 관람료:
    무료

<열 개의 눈> 전시는 감각적 포용성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관람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전시장 내에는 ‘감각 스테이션(Sensory Station)’이 설치되어 조용하고 독립적인 환경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내용은 웹툰 형식으로도 제공되며, <나는 귀머거리다>로 잘 알려진 작가 라일라가 전시기획자와 협업해 접근성을 높였다. 시각장애인 인플루언서 ‘원샷한솔’은 오디오 해설에 참여했다. 촉각 해설, 수어 해설, 쉬운 설명 책자 등 다양한 형태의 해설 프로그램은 장애의 유무를 넘어, 모든 관람객이 전시를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람 편의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4월부터 부산역(KTX)과 미술관 간 셔틀버스가 재개되었으며, 자세한 일정은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부산현대미술관 이용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