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개신·정진, 세 작가의 집중 조명
<제주 장애인 예술가 협회 초대전: 존재한 순간>은 2025년 8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주 장애인 예술가 협회 소속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 모아, 장애를 넘어 예술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들을 조명한다. 회화와 한국화, 도예 등 서로 다른 매체로 펼쳐진 작품들은 각기 다른 시선 속에서도 공통된 울림을 만들어내며,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중심에는 고운산, 배주현, 강성도 세 작가의 개인 섹션이 있다. 전시는 이들의 작품세계를 ‘성찰(깊이 살핌)’, ‘개신(새로움을 펼침)’, ‘정진(힘쓰고 나아감)’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며, 서로 다른 작업이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고운산의 한국화는 ‘성찰’의 세계를 담아낸다. 화면 속 자연과 여백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존재를 되묻는 사유의 공간이 되고, 삶과 장애의 의미를 차분히 응시하는 그의 필치는 긴 호흡 끝에 남겨진 울림처럼 깊다. 이러한 내적 성찰의 시선은 배주현의 회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배주현의 작품은 ‘개신’의 힘을 보여준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활용한 독창적인 기법, 강렬한 색채와 직관적인 형상을 통해 그는 제주마와 해녀, 돌고래 같은 상징들을 자유롭게 그려낸다. 익숙한 풍경을 낯설고도 신선하게 다시 열어젖히는 그의 작업은 고운산의 성찰에서 출발한 질문에 새로운 시각과 감각으로 답하는 듯하다.
이 흐름은 강성도의 도예에서 ‘정진’으로 마무리된다. 흙과 불을 다루는 전통적인 과정에 투각과 유약 실험을 더하며 그는 달 항아리와 제주의 허벅 같은 기물을 새롭게 해석해왔다. 단단한 재료 속에서 유연한 변화를 모색하는 그의 손길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며, 성찰과 개신을 지나 한 단계 더 나아간 예술의 태도를 완성한다.
세 작가의 작품은 성찰에서 출발해, 새로움을 펼치고,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엮인다. 다른 매체와 표현 방식을 가졌지만, 그 서사는 결국 장애라는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대화하려는 치열한 발화의 순간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