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안은 무전원 휴대용 비데로 새 시대를 열었다. 혁신적인 기술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세계여성발명왕대회 세미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허혜숙 대표의 목표는 세상에 불편을 겪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이다. 언제나 발로 뛰는 열정의 화신 허혜숙 대표를 만나 보자.
허혜숙 ㈜루루안 대표
세상의 불편함을해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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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강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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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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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에게 허혜숙 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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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무전원 휴대용 비데를 제조하는 ‘㈜루루안’의 대표 허혜숙입니다. 루루안은 자연을 아끼고 사람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자는 사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원심력을 이겨내고, 고유한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편의와 건강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저는 20년 가까이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라는 사단법인을 운영하며 장애 여성의 일자리 형성과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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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루안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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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었으며, 언니는 성인이 된 후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장거리 이동 중에 휠체어를 사용하다 보니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할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존에 판매되던 휴대용 비데 제품들을 써보았지만, 사용 후 노즐을 세면대에서 닦아야 하는 위생 문제, 손을 눌러서 쥐어짜야 물이 나오거나 건전지가 닳아 수압이 약해지는 등 여러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자’는 생각으로 비데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환경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친환경 소재를 택했습니다.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 권리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을 서다 보니 환경 보호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라는 협회를 운영하면서 한강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공공 장애인 화장실의 자동 물 내림 시설이나, 기존에 판매되던 휴대용 비데 이용 시 건전지가 너무 많이 사용되는 것을 체감한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모여 친환경 종이 노즐 발명, 전원이 없고 분리수거에 용이한 소재를 사용한 기기 발명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루루안의 무전원 휴대용 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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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전원 휴대용 비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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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안의 무전원 휴대용 비데는 배터리와 충전이 불필요하기에 언제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게가 98g으로 가볍고 한 손에 들어오는 굵기라 휴대성이 좋습니다. 제품에 물을 충전해 놓거나 세면대에서 바로 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번의 조작으로 물이 자동 분사되어 조작성이 우수합니다. 노즐은 스테인리스와 종이 노즐이 있는데, 종이 노즐의 경우 물에 녹아 바로 변기에 버려도 되며 휴지에 감싸 쓰레기통에 버려도 무방합니다. 본체는 전부 플라스틱 소재라 분리해 버릴 필요가 없어 재활용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입니다. 이러한 독창적인 기술로 다수의 국내 및 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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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전원 휴대용 비데를 만들며 이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쓰이길 바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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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서 저와 언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기는 했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화장실 문제’는 공통적인 일상 문제입니다. 특히 여행, 등산, 캠핑, 장거리 운전, 여성 생리 기간, 산후 회복 등 누구나 외부에서 용변 후 위생을 지키는 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외출 중에 비데 사용이 어려워서 민감한 분들은 용변을 참기까지 하시는 모습을 보았고, 간편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이 누구에게나 꼭 하나씩 필요한 필수품이 되길 바랐습니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허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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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루안의 휴대용 비데가 작년에는 면세점, 백화점, 아마존에 입점하고 일본에 수출되는 등 사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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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몽골에 다량 수출이 되었는데, 몽골의 경우 여름인 6~8월에 관광객이 몰리는데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때 루루안의 무전원 휴대용 비데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구호제품을 미리 비축해 두는데 그에 포함하고자 수입을 결정하였습니다. 예전에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어느 날 한 고객님이 “이 제품 덕분에 외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라는 메시지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 너무 감격해서 그날 잠을 못 이뤘는데, 실사용자들의 좋은 리뷰에 더불어 해외에서 아이템 우수성을 인정받기까지 하니 “정말 잘 만들었구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장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또 그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깊이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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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루안의 상징 컬러 세 가지가 의미하는 바가 있을까요?
- 저희 루루안의 브랜드 컬러는 보라, 주황, 파랑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각 색은 디자인 요소를 넘어서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보라색은 품위와 자존감을 상징합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 자존감을 위해 위생과 청결이라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다음 주황색은 따뜻함과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저희 제품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사람들의 일상에 온기를 더해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장애나 불편함을 겪는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따뜻한 응원의 색입니다. 마지막으로 파란색은 청결과 신뢰를 상징합니다. 비데라는 제품 특성상 ‘위생’은 가장 기본이자 핵심인데요, 파란색은 그 청결함을 상징함과 동시에 고객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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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법인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을 운영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은 여성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입니다. 교육, 상담, 직업 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성 장애인들이 ‘내일’을 스스로 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연대의 장이 되고자 열심히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UN의 장애인 권리 협약의 원칙을 기반으로 정책을 공유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세계장애여성대회’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4년에 한 번씩 전 세계 여성 장애인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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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전할 팁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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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무전원 휴대용 비데를 만들었을 때 기기의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일에 애를 먹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독창적인 것을 만드는 일은 물론 대단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개인의 자금으로 전개되기가 어렵기에 지원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때 제품이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의 빈틈을 노리는 것이 영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인한 마음가짐입니다. 저는 3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사람들은 저를 보며 혀를 찼고, “너는 안 돼”, “너는 못할 거야”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 자신만큼은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나는 할 수 있어”, “내가 왜 못하겠어”와 같은 말로 마음을 다잡았고, 그렇게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지금의 저를 만든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큰 가능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언제나 칭찬과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습관이 몸에 배면 일을 시작하는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루안의 상징 컬러 보라, 주황,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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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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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살며 힘든 날도 많았지만, 내가 느꼈던 불편함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습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 보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동진 소장과 힘을 모아 제작한 부품 제작 기계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허혜숙 대표
또 그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