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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일터> 웹진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북을 사용합니다.

김영균 게임개발자
갈망에서 그치기보다 일단 도전해 봐요

글. 문예은 사진. 황지현

게임은 종합 예술이라고들 한다. 게임을 진행하며 따라가는 이야기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상미, 한층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음악이 함께하니 종합 예술이라는 말도 그럴듯하다. 그러니 1인 개발 게임은 그 모든 것을 오로지 혼자 해결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약 2년간의 개발기간을 통해 1인 개발 게임 ‘라스트 픽업’을 마켓에 내놓은 김영균 게임개발자를 소개한다

도전하는 용기와 끈기 김영균 개발자는 어렸을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게임 개발자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시력이 좋지 않아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도전해보지 못한 꿈은 시간이 흘러도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특히 게이머로서 게임을 즐길 때마다 툭, 마음에 걸렸다. 안마사로 일을 하는 중에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게임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고,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용기를 낸 후 게임 개발을 가르치는 학원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곧 포기했다.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커리큘럼이다 보니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침 AI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김영균 개발자는 AI를 선생님으로 삼았다. 안 써본 AI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탐독한 그는 AI와 유튜브의 힘을 빌려 개발 툴을 독학했다. “개발에는 보통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을 많이 사용해요. 저는 한글화가 된 언리얼 엔진을 선택했고요.”
AI가 도깨비 방망이는 아닌 법. 게임이 뚝딱 만들어질 리는 없었다. 많은 시도와 그만큼의 실패가 이어졌다. 모니터를 아주 가까이서 보며 실시간 돋보기 프로그램인 ‘줌잇’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면을 확대해 개발하다 보니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몰라 헤매기도 일쑤였다. “뭘 잘못 눌렀는지 맵의 바닥 부분이 완전히 다 사라진 적 있어요. 그 이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만들었죠.” 김영균 개발자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딸아이가 전원 버튼을 눌러버리거나, 백업을 하지 않아 그간 만든 것을 모조리 날린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두 번이나 백업을 전부 날렸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새로 만들게 되니 오히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당시엔 차마 웃지 못했을 에피소드도 지나고 보니 모두 추억이었다. 그 많은 우여곡절 끝에 발매한 것이 바로 <라스트 픽업>이다.

1인 개발의 첫 번째 스테이지 <라스트 픽업>
김영균 개발자가 발매한 <라스트 픽업>은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물건을 목표 지점까지 배달하는 액션 게임이다. 퍼즐 요소가 곳곳에 들어가 있고, 특이하게도 물건을 집는 대신 발로 차서 목표지점에 두어야 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게임의 영향으로 점프 컨트롤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일상에서 얻는다는 그에게 왜 하필 배달이었느냐고 묻자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개발 당시 코로나 팬데믹 시기라, 배달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달 요소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달 문화 자체가 한국적인 느낌도 들고요. 아포칼립스는 어쩌다가 배달을 하게 된 걸까, 생각하다가 넣게 된 세계관이죠.”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대한 애착이 물씬 느껴지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원래는 음성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서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음성을 삽입하는 데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포기해야 했죠. 이런 점이 아직도 좀 아쉬워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일까. 아쉬움을 토로하는 얼굴이 담담했다. 자신이 노력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노력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김영균 개발자는 현재 챕터 0부터 시작해 2까지 발매된 <라스트 픽업>의 엔딩을 챕터 6으로 계획 중이다. “맨 처음에 개발을 시작했을 땐 아주 단순한 동작도 구현하는 데에 5개월이나 걸렸지만, 이젠 금방 하죠. 개발하면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계속해서 고민하는 자세를 갖게 됐어요.”

보스 스테이지가 아닌 보너스 스테이지
이제 막 챕터2가 업데이트 됐으니 <라스트 픽업>의 완성까지도 아직 남아있지만, 김영균 개발자는 자신 있는 태도로 포부를 드러냈다. “기회만 된다면 배리어 프리 게임이 모인 플랫폼도 만들어 보고 싶고요. 전맹인 제 친구는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게임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아요. 생각보다 배리어 프리한 게임이 많이 없어요. (배리어 프리한 게임이) 글로벌하게 모인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죠.”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이자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로서의 마음이 실린 목표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을 응원했다. “장애가 있다고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말고, 하는 데 까지 해보고 포기해도 늦지 않아요. 저도 시도하지 않고 많이 갈망해봤지만 도전했고, 결국 어느 정도까지 완성해냈어요.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영균 개발자가 강조했던 말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제껏 가지 못하는 ‘보스 스테이지’가 ‘보너스 스테이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껏 갈망해오기만 했던 것을 신기루라 외면하는 대신 용기 내어 다가가보는 건 어떨까.

㈜하티웍스 장애인표준사업장
하티웍스가 만드는 평등한 일터

글. 김가현 사진/영상. 황지현

어느새 따뜻한 봄기운이 물씬 찾아와 온 세상이 꽃들로 가득 채워진 4월. 꽃내음이 가득한 곳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티웍스(HEARTYWORKS, 이하 하티웍스) 직원들이다. 젊은 층으로 구성된 하티웍스의 일원들은 늘 밝은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직무에 도전하며 근로 환경의 혁신을 꿈꾸고 있다.

숨은 잠재력을 찾아드립니다
하티웍스는 구성원 26명 중 절반 이상이 장애인 근로자다. 그중 시각장애인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하티웍스의 직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장애인 한국어 강사의 직무 교육, 재교육, 콘텐츠 개발, 고객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한국어 교육 매니저’, 장애인 외국어 보조 강사의 직무 교육과 평가 개발, 고객 관리 등을 담당하는 ‘외국어 교육 매니저’, 그리고 신규 직무 개발 및 데이터 관리, 보고서 작성 등을 담당하는 ‘기획 매니저’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 강사 양성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나아가 시대의 흐름에 맞춘 신규 직무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가령, 온라인 고령층 상담 전문가인 ‘마음보듬사’가 있다.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고령층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채널에 맞추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러,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고 교육하는 웹접근성 전문가 등 그 외의 직무군도 활발히 양성 중이다.

소통을 위하여
하티웍스는 2018년 12월,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첫 발걸음을 뗐다. 단순히 언어 교육에 대한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수강생들이 교육을 보다 수월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다행히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 수강생이 많아 사업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어 교육을 넘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육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어 교육이 쉬울 리 없다. 한국어 교육 매니저인 김금비 매니저는 한국어 교육 사업을 시작할 때 우려했던 점에 대해 털어놓았다. “외국 수강생의 한국어 교육을 돕는 일은 쉽지 않죠. 처음에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어요. 다행히 한국어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외국 수강생들은 이미 한국어의 기초가 있었고, 그들과 소통할 때는 간단한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도 소통이 어려울 때는 문장을 나누어 말해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비가 와서 우산을 썼어요’라는 문장을 ‘비가 오다’와 ‘우산을 쓰다’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이죠. 주로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하며,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 단어의 쓰임새나 이미지로 설명하는 편이에요.” 눈높이 맞춤형 실전 교육이 노하우인 셈이다.

업무가 아닌 사람에게 맞춘 근무환경
하티웍스의 고용철학은 ‘standard is shit(뻔한 것은 재미가 없습니다)’이다. 고용철학에 걸맞는 근로 환경이 돋보인다. 하티웍스의 장애인 근로자는 장애 유형이 다양하다. 그렇기에 각자의 속도와 방식에 맞춰 일할 수 있게끔 유연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 근로자가 재택근무로 일하며, 근무시간을 주 5일 3시간부터 8시간까지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있다.
또 하나, 하티웍스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이에 연간 개인별 100만 원의 교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특히 김금비 매니저가 체력단련비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직업 특성상 앉아만 있어야 해서 허리가 자주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하고자 다짐했는데, 고가의 PT 비용을 지불하기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하티웍스에서 받은 체력단련비로 시작했어요! 저는 작년부터 꾸준히 체력단련비를 사용하고 있고, 지금은 우홍석 매니저와 팔씨름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튼튼해졌답니다!”

마음의 온도를 나누는 따뜻한 하루
이러한 고용철학과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하티웍스에는 독특한 사내 제도가 있다. ‘하티 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하티웍스와 협업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를 초대해 월 1회씩,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승균 매니저는 “하티 데이 때 놀이동산이나 야구장에 간 적도 있고, 작년 이맘때쯤 한강에 돗자리 펴고 김밥 먹으면서 꽃놀이를 즐긴 적도 있어요. 하티 데이로 추억도 쌓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티 데이는 작년 상반기까지 운영되다가 이후 ‘하티 클래스’로 발전하게 됐다. 하티 클래스는 하티웍스 직원 간 자유롭게 클래스를 열 수 있는 제도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김수빈 매니저가 프랑스어 강의로 하티 클래스를 열었다. 이때 김수빈 매니저에게는 급여와는 별도의 교육비가 제공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공유하고, 이에 상응한 대가를 받는다. 이 교육을 듣는 하티웍스의 구성원은 자기개발을 할 수 있다. 정승균 매니저는 우홍석 매니저에게 헬스 클래스를 들었던 경험을 얘기했다. “하티 클래스는 작년부터 열기 시작했는데, 저는 하티웍스에서 헬스를 제일 좋아하는 우홍석 매니저님께 헬스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홍석 매니저님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매번 식단을 짜주시고, 함께 헬스장에서 운동 자세도 알려주셨습니다.”

협업을 이끄는 길
하티웍스의 가장 큰 목표는 ‘장애인 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 모두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을 기반으로 협업하여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하티웍스는 장애인 근로자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AI 기술로 해결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금비 매니저는 하티웍스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매뉴얼 및 평가 체계를 새로 구축해 업무 적응도와 모니터링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원래는 강의 모니터링의 결과물을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받았었는데, 시각장애인에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시스템을 모두 모바일화하고, 음성으로 문장을 쓸 수 있게끔 구축했어요. 그랬더니 중증·시각장애인의 만족도가 올라가서 뿌듯했습니다.” 모두가 동등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하티웍스를 응원한다.

㈜하티웍스 그룹 인터뷰

박경이 이사
“모든 근로자가 자유롭게 함께 일할 날을 꿈꿉니다”
하티웍스는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직원이 주체가 되는 일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일터에서 방해되는 고정관념들을 부수려 합니다. 우리는 함께이기에 성장할 수 있습니다.

김금비 매니저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는 수강생이 있어요”
제 업무 중에서 수강생과 강사분들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때로는 상담처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 수업을 통해 외국인 수강생들과 인연도 생겼습니다. 모두에게 편안한 소통 창구가 되어 즐겁고 지속 가능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정승균 매니저
“개발팀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겠습니다”
처음 하티웍스에 입사했을 때 사내 개발 인력이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술적 이슈에 대해 혼자 고민해야 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과 이사님께서 많이 신경 써주시는 덕분에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성장해 나가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직접 도울 수 있어 기쁩니다.

네 개의 바퀴로 뛰는 심장
황금날개 파워싸커클럽

글. 문예은 사진. 김도형
황금날개 파워싸커클럽은 뇌병변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국내 최초의 청소년 파워싸커 팀이다. 시간이 흘러 성장기 청소년들은 청년이 되었고, 더욱 더 신나게 공을 찬다. 이제는 친구라기보다는 가족 같다는 그들의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궁합 그 자체다. 코트 위에서 황금날개를 단 그들을 만나러 가보자.

멋지게 날아갈 수 있는 황금 날개
봄꽃을 시샘하듯 비가 내리는 주말, 실내의 불이 모두 꺼진 건물 안 체육관에서만은 한줄기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는 휠체어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코트 위에는 레이싱카를 연상케 하는 경기용 휠체어를 탄 이들이 열심히 커다란 공을 주고받았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개인 연습 중이었다. 열정적으로 지도를 하던 황금날개 파워싸커 클럽(이하 황금날개)의 정성우 단장이 코트 밖으로 나왔다. “파워싸커는 중증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구기 종목이에요. 아주 역동적인데다가 협동심을 길러주는 스포츠죠. 더 많은 뇌병변 장애 청소년들이 이 종목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파워싸커는 전동휠체어 축구로도 불린다. 특수 제작된 파워싸커용 전동휠체어와 지름 33cm의 전용 축구공을 사용한다. 4명이서 한 팀이 되어 축구와 유사한 규칙을 사용하는 스포츠다. 특히 앞부분에 길게 달린 철제 가드는 범퍼와 닮아있다. 가드는 휠체어에 탄 선수의 안전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정교한 슈팅과 드리블, 패스에 큰 도움이 된다. 전동 휠체어에는 속도 변환을 위한 기어가 내장되어 있고, 조이스틱으로 휠체어를 조종한다.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스포츠다. 장애 유형과 상관없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파워싸커에 대해 소개한 정성우 단장은 코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금날개는 뇌병변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019년에 다섯 명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열 명이네요. 청소년이다 보니 다들 빠르게 실력이 성장해요.”

포기할 수 없는 파워싸커의 매력
이날 연습이 이뤄진 곳은 평택에 위치한 한경대학교다. 파워싸커 연습장이 흔치 않다보니 연습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경대학교 동아리의 최규갑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동연이는 황금날개 소속이지만, 한경대학교 학생이기도 해요. 이중 국적이라고나 할까요.” 최규갑 감독이 소개한 회원은 최동연 회원이다.
최동연 회원은 뇌병변으로 인한 지체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다. 처음 배울 때부터 휠체어가 워낙 비싸 제대로 된 연습조차 할 수 없었다는 그는 오로지 파워싸커를 하기 위해 한경대로 진학했다고 했다. 최규갑 감독은 말을 덧붙였다. “한경대학교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파워싸커 동아리를 만들었거든요. 파워싸커용 휠체어가 고가예요. 그런데 한경대학교에서는 경기가 가능하도록 8대를 구비하고 있죠.”
최동연 회원은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할 때 다른 친구들은 장애인 운동선수로 취업하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 좌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실업팀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며 ‘멋지게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의 황금날개에서 뛰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개인 연습을 마치고 연습경기가 이어졌다. 황금날개와 한경대학교 동아리 팀과의 경기를 치루고, 팀을 섞어서도 경기를 했다. 황금날개 소속이자 한경대학교 소속이기도 한 최동연 회원과 이건희 회원은 한경대학교 팀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휠체어가 코트 위를 종횡무진 누볐다. 특히 권영준 회원의 힘찬 360도 회전 슛에 무거운 공이 코트를 가로질렀다. 포환이 발사되듯 굴러가는 공에 모두가 일제히 달려 나갔다. 양 팀 감독들은 "뒤로 물러나지 마! 앞에서 승부해!"라며 적극적으로 지도를 이어나갔다. 권영준 회원은 마치 공과 한 몸이 된 듯 가드 옆면에 공을 붙여 드리블까지 해냈다. 성기정 회원은 가드가 부딪히는 것도 감수하며 공을 좇았다. 두 사람은 마치 공에 자석이라도 들어있는 것 마냥 합이 척척 맞았다. 유대환 회원 역시 공에 집중해 찬스를 놓치지 않은 덕에 골을 넣어 두 팔을 번쩍 들어보였다. 골문을 지키는 정승호 회원은 위기의 순간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전반전 15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벤치로 향한 선수들은 물을 찾기도 하고 자세를 고치기도 했다. 정성우 단장은 한명 한명에게 세세하게 코칭을 이어갔다. 쉬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자리를 바꾸고도 이어진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는 4대 1로 황금날개가 가져갔다.

공이 멈추지 않도록
코트 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권영준 회원은 황금날개의 주장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와 야구를 너무나도 좋아했다고 했다. 검색을 해보자 휠체어 야구는 없었지만 휠체어 축구는 있었다. 그렇게 처음 파워싸커 경기장을 찾아갔던 중학교 1학년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에이스가 되었다. 권영준 회원은 작년 경기인천 리그 4강전에서 종료 1분 전 동점 상황에서 결정적인 골을 날렸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파워싸커 덕분에 절친한 친구도 생기고, 저를 지지해주는 누나와 형아도 생겼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귀염둥이’라고 표현한 이건희 회원도 7년차다. 이건희 회원은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어 고개를 숙이기만 했던 자신이 당당히 고개를 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며 파워싸커를 추천했다. 파워싸커를 무려 10년이나 해왔다는 김우진 회원은 지난 2024년 부산 전국대회에서 3등을 한 추억을 전하며, '박진감이 크고 격렬한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이날은 공이 구장 밖으로 자주 나가 프리킥과 코너킥이 잦았다. 공을 앞에 두고 흐르는 정적. 모두가 숨을 죽이는 순간 선수들이 컨트롤러를 조정하며 기어가 올라가는 소리가 정적 위로 선명하게 새겨진다. 그 소리가 긴장감을 더한다. 코트 위에서는 모두가 플레이어일 뿐이다.
황금날개 회원들의 목표는 단 하나, 파워싸커를 계속하는 것이다. 정성우 단장은 아직 파워싸커는 실업팀이 없다며 이제 실업팀을 창단해 장애인 스포츠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멋진 날개를 단 이들의 공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황금날개 파워싸커 클럽
주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24 (등촌동) 가양역데시앙플렉스 221호
문의: 02-706-3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