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힘
샘이 좀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통’이라고 일컫는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좀 있긴 하니까. 우선 보통 사람들에 비해 어떤 감각은 특별히 예민하다. 소리에 민감해 언제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가지고 다니며 버스를 탈 때는 등받이에 등이 닿는 느낌이 싫어서 절대 기대지 못한다. 너무 밝은 빛도 힘들어서 대형 쇼핑몰 같은 곳에 잘 가지 못한다. 또 불필요한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흥분해서 감정조절이 어려운 상태일 때는 꼭 안아 주어야 흥분이 가라앉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툴러서 공감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것을 두려워하고 그런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탓에 매사에 규칙을 정해야 안심이 되는 등 특별한 점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다.
샘의 이 특별함이 다른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포용되지 않고 거절당하거나 배제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장애’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샘의 특별함은 일상에서 다양한 관계들에 의해 온전히 포용된다. 언제나 전격적인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와 늘 든든한 조력자인 여동생, 샘을 전혀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진정한 친구 자히드와 샘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여자친구 페이지,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사람들(여동생의 친구인 이지와 에번, 샘의 상담 선생님 줄리아, 그리고 샘의 자폐인 그룹 친구들 등)이 샘이 일상을 평범한 사람처럼 누리도록 탄탄하게 뒷받침해 준다.
샘은 어떻게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까? 여자친구는 상상도 해보지 않은 샘에게 그것이 가능하도록 맨 처음 마음을 열어준 사람은 샘의 상담 선생님 줄리아였다. 자폐인의 결혼 비율이 고작 9%밖에 안 되는 현실에서 ‘그것은 자폐인이 욕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샘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다.우여곡절 끝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자 샘은 ‘사랑’이란 감정을 알지 못해 사랑을 글로 배운다.
- 1.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 2.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
- 3. 기쁜 소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
이렇게 부모님 등 주변의 자문을 통해 노트에 일일이 적어가며 사랑을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사랑이 어디 그렇게 배워지는 것이던가. 소리에 민감해 시끄러운 댄스파티에 참여하기 어려운 샘을 위해 여자친구 페이지가 기획한 조용한 댄스파티. 다 같이 헤드폰을 끼고, 조용하지만 신나게 춤추는 사람들 속에서 샘도 함께 춤추며 심장으로 느끼게 된다. 페이지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를. 그렇게 글로는 배울 수 없는 사랑을, 이해를, 용서를 샘은 하나씩 하나씩 그와 연결된 관계들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 간다.
샘에게 젖줄처럼 핏줄처럼 연결된 이 관계들이 없었다면 샘은 제대로 성장해 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관계들의 적절한 조력과 응원 덕분에 샘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펭귄 ‘덕후’ 로서 남극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용기 있게 이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