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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평범하지 않지만 샘은 평범하다고?

넷플릭스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드라마 시리즈이다.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18살 샘 가드너. 이 정도만 들으면 어떤 사람들은 다소 식상한 이야기를 상상할지 모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라고 하면 대개 우영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오진태(‘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주인공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테니까. 그뿐인가. 초원이(‘말아톤’), 박시온(‘굿닥터’), 문상태(‘싸이코지만 괜찮아’), 지우(‘증인’)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폐 주인공들이 지금껏 많았다. 그러나 샘 가드너는 그런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어떤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남다르게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18살의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데 ‘평범하게’ 산다고? 그런 건 먼 꿈처럼이나 여겨지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는 평범한 삶을 사는 자폐 소년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특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통해 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샘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느껴질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관계의 힘

샘이 좀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통’이라고 일컫는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좀 있긴 하니까. 우선 보통 사람들에 비해 어떤 감각은 특별히 예민하다. 소리에 민감해 언제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가지고 다니며 버스를 탈 때는 등받이에 등이 닿는 느낌이 싫어서 절대 기대지 못한다. 너무 밝은 빛도 힘들어서 대형 쇼핑몰 같은 곳에 잘 가지 못한다. 또 불필요한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흥분해서 감정조절이 어려운 상태일 때는 꼭 안아 주어야 흥분이 가라앉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툴러서 공감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것을 두려워하고 그런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탓에 매사에 규칙을 정해야 안심이 되는 등 특별한 점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다.
샘의 이 특별함이 다른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포용되지 않고 거절당하거나 배제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장애’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샘의 특별함은 일상에서 다양한 관계들에 의해 온전히 포용된다. 언제나 전격적인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와 늘 든든한 조력자인 여동생, 샘을 전혀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진정한 친구 자히드와 샘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여자친구 페이지,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사람들(여동생의 친구인 이지와 에번, 샘의 상담 선생님 줄리아, 그리고 샘의 자폐인 그룹 친구들 등)이 샘이 일상을 평범한 사람처럼 누리도록 탄탄하게 뒷받침해 준다.
샘은 어떻게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까? 여자친구는 상상도 해보지 않은 샘에게 그것이 가능하도록 맨 처음 마음을 열어준 사람은 샘의 상담 선생님 줄리아였다. 자폐인의 결혼 비율이 고작 9%밖에 안 되는 현실에서 ‘그것은 자폐인이 욕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샘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다.우여곡절 끝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자 샘은 ‘사랑’이란 감정을 알지 못해 사랑을 글로 배운다.

  1. 1.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2. 2.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
  3. 3. 기쁜 소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

이렇게 부모님 등 주변의 자문을 통해 노트에 일일이 적어가며 사랑을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사랑이 어디 그렇게 배워지는 것이던가. 소리에 민감해 시끄러운 댄스파티에 참여하기 어려운 샘을 위해 여자친구 페이지가 기획한 조용한 댄스파티. 다 같이 헤드폰을 끼고, 조용하지만 신나게 춤추는 사람들 속에서 샘도 함께 춤추며 심장으로 느끼게 된다. 페이지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를. 그렇게 글로는 배울 수 없는 사랑을, 이해를, 용서를 샘은 하나씩 하나씩 그와 연결된 관계들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 간다.
샘에게 젖줄처럼 핏줄처럼 연결된 이 관계들이 없었다면 샘은 제대로 성장해 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관계들의 적절한 조력과 응원 덕분에 샘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펭귄 ‘덕후’ 로서 남극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용기 있게 이룰 수 있었다.

사실은 누구나 조금씩은 별나다

<별나도 괜찮아>의 원제는 ‘Atypical’.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제목대로 모두 ‘비전형적인, 이례적인, 특별한’ 사람들이다. 아무도 평범하지 않다. 심지어 샘이 제일 평범해 보일 정도라고나 할까. 이제 엄마의 품을 벗어나도 괜찮은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공허해져 외도하는 엄마 엘사, 사랑하던 남자친구 에번과 이별하고 친구인 이지와 사랑하게 되는 양성애자 케이시, 언제나 엽기발랄하다 못해 정신 사나울 지경인 자히드. 모두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별난 점들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이상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각기 다른 저마다의 이유와 성향과 성격이 있을 뿐. 모두 따뜻하고 정의롭고 다정한 사람들이다.
사실 누구나 조금씩은 별난 구석을 한두 가지씩은 갖고 살지 않던가.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렇게 별난 사람들이 각자의 별난 점을 다채롭게 드러내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며 함께 성장해 간다는 것에 있다. 샘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성장하고 또 반대로 주변 사람들을 통해 샘이 성장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좀 다르고 별나더라도 그것이 서로를 외면하고 배제하는 특별한 이유가 되지 않고 각자의 특성과 개성대로 일상에서 ‘평범하게’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세상도 이 드라마처럼 재미있어질 텐데 말이다.